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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리히의 법칙
이민희/ 여민동락공동체 살림꾼
2017년 08월 21일 (월) 10:56:57 영광신문 press@ygnews.co.kr
   

미국의 한 여행보험회사 직원이었던 허버트 W. 하인리히(Herbert W. Heinrich)1931년에 펴낸 <산업재해예방>이라는 책에서 매우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75000여건에 달하는 산업재해를 취합해 사고의 인과관계를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1건의 큰 대형 재난사고가 있기 전에 대체로 29건의 큰 사고(경고)300여건의 경미한 사고(징후)들이 먼저 발생했다. ‘1:29:300’, 이것이 하인리히의 법칙이다. 대형재난은 징후와 경고를 놓쳤거나 무시했거나 대충 넘긴 결과로 발생한다. 따라서 예고되지 않는 재난은 없다. 사고한 사고는 큰 사고로 이어진다. 또한 사소한 사고들은 연쇄적인 사고로 이어진다. 미리 사고를 예견하고 예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대형 재난을 불러오고야 마는 것은 사람의 안일함과 무책임함이다. 하인리히에 의하면 모든 대형 재난사고에는 일련의 공통점이 있었다. 대체로 사소한 초기 문제를 방치한다. 그 이후에 발생하는 여러 문제가 초기의 문제를 악화시킨다. 문제를 인지하고 나서도 부적절한 시정조치를 취한다. 상황이 점점 더 악화된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 대체로 시정조치를 취하면서 주위에 진행상황을 숨기려 한다. 상황이 통제불능이 되거나 극한상황에 이르렀음을 뒤늦게 갑작스럽게 깨닫는다. 마지막으로 인명 및 재산상의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는 재난이 터지고 만다.

핵 발전소는 2백만개에서 3백만개의 부품이 합쳐져 만들어진 거대한 기계 덩어리다. 이 중 한 개만 문제가 생겨도 발전소 가동 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모든 사고가 큰 재난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특히 핵 발전소 사고가 여타의 다른 재난사고와 근본적으로 구별되는 이유는 단 한번의 사고라도 재앙의 범위와 파괴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끔찍한 재앙을 수습하고 죽음의 땅을 생명의 땅으로 회복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길다. 현재가 사고가 후대에 후대에 그 후대까지 감당하고 책임져야 할 문제로 이어지는 것이다.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에 대한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대비, 사고 위험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완벽한 기술력의 담보, 이게 가능한 일일까? 잊을만하면 터져나오는 고장 사고와 부품 비리 뿐만 아니라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는 핵 발전소가 더 이상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가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한국은 핵 발전소가 상업 운전을 시작한 1978년부터 20149월까지 23기의 사고와 고장으로 정지한 횟수는 무려 568회에 달한다. 이 중 후쿠시마처럼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심각한 위기 상황도 있었다. 2012년 고리원전 1호기 정비 과정에서 12분 동안 정전이 발생했다. 모든 전원이 나갔고 비상발전기도 가동하지 않았다. 12분 동안 발전소에 전력이 끊기는 블랙아웃’(blackout) 상태에서 원자로 냉각수의 온도는 1분당 2가까이 상승했다. 정비 중에 발생한 사고여서 천만다행이었지만 가동 중에 발생했다면 냉각수를 순환시키지 못해 결국 원자로가 녹아내리는 멜트다운이 발생할 수도 있었던 심각한 상황이었다. 이 중대한 사고는 쉬쉬하다가 한 달 후에야 국민들에게 알려졌다. 한수원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안전에 큰 영향은 없다고 했지만 당국의 안전불감증은 큰 질타를 받았다.

끊임없이 부실시공 의혹을 받아온 영광 한빛원전 상황은 어떤가. 120여곳에 달하는 돔 콘크리트 철판 부식에 이어 이번에는 57군데에 구멍이 뚤려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한마디로 아찔하다. 한빛원전의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전수 조사 방식으로 투명하고 철저하게 조사해 한 치의 위험 요인도 남겨 놓지 말아야 한다. 한빛원전 1~6호기는 2025년부터 2042년까지 순차적으로 설계 수명이 완료되고 폐로 절차를 밟게 될 것이다. 수명이 다했다는 말은 그만큼 노후됐다는 뜻으로 고장 사고의 위험률도 올라간다. 작은 고장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진실을 축소하거나 은폐한다면 하인리히의 법칙이 예견한 대로 대형 참사를 불러올 수 있다. 사고가 터지면 늦는다. 크고 작은 징후와 경고들은 이미 차고 넘친다. 치명적인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핵 발전소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와 민주적, 사회적 통제 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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