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1.12 월 11:07
> 뉴스 > 여론마당 > 금요소고
     
현대판 마녀사냥
곽일순/ 사진가 수필가
2018년 10월 22일 (월) 10:55:57 영광신문 press@ygnews.co.kr
   

요즘 SNS에서 유령처럼 떠도는 가짜 이야기들이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다. 이른바 가짜 뉴스다. 여기에 정치권을 뒤흔드는 마타도어와 네거티브는 국민들을 더욱 현혹시키고 있다. 하지만 가장 악질적인 몰아가기는 현대판 마녀사냥이다. 일단 가십거리에 오르거나 인터넷 상에 유포가 되기 시작하면 진위를 떠나 개인 신상부터 털리고 만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삶 자체가 추락하는 것이다. 하지만 책임을 져야할 유포자는 거의 경범죄 수준의 처벌로 끝이 난다. 과거 중세기 유럽에서 행해졌던 마녀사냥에 비유가 되는 이유다.

먼저 가장 큰 비극의 하나였던 마녀사냥의 본 모습을 들여다보자. 주로 여성들에게 행해졌던 마녀사냥은 수많은 여성들을 모아서 불에 태워 죽였던 사건이다. 이들 여성들은 이웃의 단순한 고발로 마녀가 되었다. 그리고 마녀가 아님을 스스로 증명하지 못하면 고문과 맞서야 했다. 하지만 모진 고문을 이겨낼 여성은 없었고 거의 불에 태워져 죽었다. 잔인한 것 같지만 마녀는 불에 태워 죽이는 것이 당시 풍습이었다. 마녀는 영어로 위치(Witch)라고 한다. 어원은 남자는 위차(wicca) 여자는 위체(wicce)라는 켈트어이고 영어로 번역되면서 위치가 되었다. 하지만 조금 들어가 보면 영어에서 현명하다는 단어는 wise 혹은 wisdom이고, 재치 있다는 단어는 wit이고 보면 이는 켈트어 wic에서 기인한 말로 현명하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위치는 결국 현명한 사람들이라는 풀이가 가능해진다. 이들 위치는 주로 현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병자를 돌보는 의사가 많았으며 점성학에 능했다. 하지만 그리스도교의 전파를 위해선 방해가 되는 대상이었고 당시 정서로 특히 여자들이 병을 고치는 것은 바로 마녀로 몰아붙이는 좋은 조건이 되었다. 이렇게 탄생한 마녀사냥은 15세기에서 18세기까지에 걸쳐 극심하게 이루어진다. 자신들 외에는 모두 이단이고 미신으로 몰아갔던 자신들의 행동이 바로 미신이었다. 하지만 정말 문제는 바로 이러한 미신적 행위에 숨은 돈벌이 냄새다. 1184년 교황 루시우스 3세가 시작한 마녀사냥의 공포는 1484년 이노센트 8세를 기점으로 더욱 기승을 부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을 중심으로 봄날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아무런 힘이 없는 마녀라는 대상을 잡아들이기 위해 마녀의 망치(Malleus maleficarum)’라는 마녀사냥 지침서까지 전 유럽에 배포했다. 마녀 판별의 한 방법으로 사지를 결박하고 물에 던져 물에 뜨면 마녀고 가라앉으면 아니라는 판별법이 있다. 결국 물에 뜨면 마녀로 판정되어 죽었고 가라앉으면 익사했다. 이 사업(?)에 관여했던 사람들을 인지퀴터(Inquisitor)라고 불렀다. 이른바 마녀사냥꾼이다. 남아있는 지불내역서라는 문서를 보면 잡혀간 마녀는 이들의 임금까지 지불해야 했다. 판별을 맡았던 교회와 사냥꾼 그리고 관청이 마녀로 지목된 사람의 재산을 몰수해 나누었으니 마녀사냥은 몇 백 년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렇게 왕성했던 마녀사냥은 금지법이 반포되자 100여명의 위치가 나오던 마을에서 단 한 명도 나오지 않는 흥미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돈이 문제였던 것이다. 이들 중심에는 교회와 성직자가 있었다. 이들에게 이성은 없었으며 인간성도 없었다. 단지 종교의 어두운 힘을 빌어서 챙긴 이권이 있었던 셈이다.

며칠 전, 유치원 교사가 자살을 한 사건이 있었다. 언론은 마녀사냥이라고 했다. 교사가 저지른 잘못이란 것은 이불을 털다가 넘어진 아이를 방관했던 것이 전부였는데 누군가 동영상을 촬영해 SNS에 유포시켜버린 것이다. 되돌릴 수 없는 인격살인을 너무 쉽게 판단하고 사회적 판결까지 내려버렸다. 그래서 유치원 교사는 인격으로 죽고 육신으로 죽었다. 과거 마녀사냥이 종교의 위엄을 가장한 경제활동이었다면 현대판 마녀사냥은 정의를 가장한 무지함을 바탕으로 한 자기만족의 사회적 판결이다. 사법농단으로 법원의 판결은 공신력을 잃어가고, 개인은 자신의 무지를 인식하지 못하고 돌이키지 못할 사회적 판결로 현대판 마녀사냥을 거리낌 없이 저지르고 있다. 물론 SNS의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회의 이슈를 대중과 공유할 권리는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걸러지지 않은 개인의 생각으로 내려진 판결은 치명적이다. 절대 되돌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섣부른 판단은 현대판 마녀사냥이 되어 누군가의 인격을 잔인하게 도살한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그 대상이 자신일수도 있다.

영광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 영광신문(http://www.yg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영광신문 | 기사제보 | 제휴안내 | 광고문의 | 불편신고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 편집규약
전라남도 영광군 영광읍 물무로2길 37번지 | ☎061-353-0880-0881 | fax 061-353-088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종진
등록번호(전남 아00220) | 등록연월일: 1997-02-27(창간) | 발행인 편집인 대표이사: 박용구
Copyright 2009 영광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y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