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월평에너지주민협동조합 사무국장

월평마을 이야기

전남 영광군 염산면 야월리 가음도(哥音島) 남쪽 마을은 서해 바닷물이 들고 나며 초승달 모양으로 가늘고 고운 하얀 모래언덕을 쌓고, 여기에 쭉쭉 뻗은 소나무들이 숲을 이루며 드넓은 갯벌에는 풍성한 삶이 있던 곳입니다.

마을 형세가 운중만월(雲中滿月)이라 하였으며 그 후 달이 수평선 넘어 평평한 곳에 진다하여 월평(月坪)이라 불렀습니다.

60년대 가난했던 농촌에서 생존을 위해 갯벌을 막아 농토를 만들어야 했고, 소나무를 잘라내고 그 뿌리를 파내어 모래밭을 일구어야 했습니다. 환경이 파괴되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받아들이고 행했던 것입니다.

마을을 떠났던 사람들과 여전히 마을에 남아 삶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 모두의 마음에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이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마을을 다시 새롭게 하는 큰 꿈을 실현하고자 뜻있는 주민들이 모였습니다.

한빛원자력발전소에 못지않은 월평에너지발전소 건립하기

우리 고장 영광에는 위험천만한 발전소가 있습니다. 즉 한빛원자력발전소인데요. 20135월에 영광원자력발전소에서 한빛원자력발전소로 이름을 변경하여 이제는 어느 지역의 발전소인지 분간하기 어려워진 측면이 있지만 우리는 늘 잊지 않아야합니다. 원전에서 온수가 배출돼 고기들이 살 수 없게 되자 어민들은 배상을 받고 양식장을 잇달아 폐쇄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후 관리가 소홀해지면서 제방이 허물어지는 등 사실상 방치해 왔습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고창군에서 갯벌 복원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 월평마을은 마을 복원사업을 위한 방책으로 재생에너지를 생산을 선택했습니다. 일조량이 풍부하고 간척지와 함께 드넓은 바다가 있다는 점에서 에너지자립을 이루기에 유리한 지리적 여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따라서 원전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고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 앞장서서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자 합니다.

현재 많은 농촌 지역에서는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에 편승한 농촌 태양광 투기자본이 농촌 지역 구석구석을 휘젓고 있습니다. 이는 환경을 훼손하고 주민 갈등을 촉발함으로써 재생에너지 정책의 정당성을 흔들고 있는 것입니다. 월평마을도 이런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외부세력에 의지하지 않고 주민 스스로 간척지의 농토와 공유수면인 바다를 이용하여 자연에너지를 생산하고자 결의하였고, 마침내 조합을 창립하게 되었습니다.

주민 자치 마을기업으로 성장하기

월평에너지주민협동조합은 먼저 간척지의 농토와 공유수면인 바다를 이용한 태양광과 풍력의 자연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려 합니다. 주민 자치 마을기업으로써 협동조합을 운영하며 전기를 판매한 수익을 골고루 분배하여 주민 소득을 향상시키고 이로부터 마을 재생사업의 기반을 확립하도록 하겠습니다.

나아가 잃어버린 마을 생태를 복원하고 환경을 살리고 환경 친화적 농수산업을 키워 이곳에서 생산되는 모든 농수산물이 친환경 먹거리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자연을 살리고 사람을 살리고 누구나 살고 싶은 전원마을을 만들어 마을공동체가 활성화되고 지속가능한 마을이 될 것입니다.

주민들이 함께 모여 마을 터전을 지키며 힘을 모아 지역 산업으로 자연에너지특구단지를 조성하게 되면 일자리도 생깁니다. 떠났던 마을 주민들이 돌아와 발전소 운영에 종사하며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럼 경제적으로도 자립할 수 있고 친환경마을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근 미세먼지로 인해 마음껏 숨쉬기도 힘든 세상이 됐다고 하지만 월평에서는 자연에너지발전소를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상을 하며 한 걸음씩 나가봅니다.

월평에너지주민협동조합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습니다. 월평마을 주민이 아니더라도 참여할 수 있으므로 관심 있는 모든 분들과 다양한 교류가 이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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