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세훈/ 별난농부들 대표

갑질기자 논란으로 촉발된 청와대 국민청원이 지역의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200여명이 넘는 군민이 동의를 했고 댓글을 통해 다양한 의혹까지 이어지고 있다. 결국 영광군에 대규모 광역수사대가 꾸려져 민심은 물론 영광군 지역경제까지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이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영광군 망신을 청와대까지 시켰다는 의견도 있고, 구체적인 사실관계 없는 감정적인 청원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군민들의 의견은 드디어 터질 것이 터졌다고 생각한다.

사실 청원에 올라온 기자들에게 가해지는 여론의 뭇매는 그들이 감내하기에 너무 가혹하다. 수십 년간 쌓여왔던 기자들에 대한 반감이 그들을 통해 한순간에 표출되었기 때문이다청원 대상이 된 기자들은 직접 당사자라 사실관계가 명확히 드러나기 전까지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법적인 대응을 통해 명예를 회복하는 수밖에 없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하지만, 기자협회와 나머지 지역 언론인들의 대응은 너무 잘못되었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발생하고 군민들의 여론이 들끓기 전에 일련에 사태에 대해 먼저 대군민 사과를 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한다고 미리 사과를 했어야 했다. 그랬으면 민심이 이렇게 악화되지도 광역수사대까지 꾸려지는 일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일이 이렇게 커지는 동안 언론인과 신문사는 침묵으로 일관했고 결국 여론을 증폭되도록 일조했다. 안타까운 건 지금까지도 어느 신문사나 언론인 단체도 사과하는 곳이 없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도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음이 안타깝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일련의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갑질기자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하길 바란다. 국민청원 운동 확산은 영광군민들의 도덕불감증으로 인해 발생한 현상이 아니라 더 나은 사회를 꿈꾸는 군민들의 바램에서 시작되었다는 걸 명심하길 바란다.

다시 물어본다. 이 현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이 일련의 과정은 영광군민들의 도덕불감증도 아니고 더더욱 청와대에 영광군을 망신시킨 것도 아니다. 오히려 지역 언론의 문제를 전국으로 촉발시켰다는 점에서, 외부가 아닌 영광군 내부에서 스스로 이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이 일련의 과정을 평가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의 사태는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닌 청렴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자정의 몸짓으로 봐야 한다당장은 아프고 억울한 언론인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을 계기로 영광군 공직자 기강을 바로세우고 지역 기자들이 명예롭고 정의롭게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농민이 농사를 지으며 독한 농약을 쓰는 이유는 병충해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함이지 작물을 죽이기 위함이 아니다. 국민청원도 그렇다. 지역에서 언론인들을 뿌리 뽑으려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고 바른 언론인들로 거듭 나길 바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야 한다.

통영의 동네기자 이야기로 마무리 하고자 한다. 지난 4.3 통영에는 재보궐 선거가 있었다. 통영의 동네기자인 김숙중 기자는 선거기간 지역의 유력인사로부터 잘 봐달라며 격려금으로 50만원을 건네받았다. 그 유력인사의 카리스마에 눌려 그 자리에서 거부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김숙중 기자는 그 돈을 받는 순간 자기 영혼이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결국 심사숙고 끝에 기자의 자존심을 걸고 당사자를 고발했다. 자신의 결정으로 지역에서의 삶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비록 지역의 동네기자지만 기자이기에 자존심을 지켰다. 앞으로의 삶에 굴곡은 있겠지만 분명한건 그는 양심 있는 언론의 상징이 되었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