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지역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던 전통시장들은 요즘 들어 빈익빈 부익부시대다. 특히 전국 지자체들은 전통시장의 가치와 특색을 바탕으로 문화와 관광자원으로서의 전통시장의 모습을 발굴하고 홍보에 열중하고 있다. 영광신문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전통시장 50곳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맛있는 문화가 멋과 함께 넘쳐흐르는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

다채로운 술과 안주의 유혹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멋들어지게 차린 한정식보다 막걸리 한 사발에 김이 폴폴 나는 전 한 장의 소박한 행복을 원한다면 여기로 향해야겠다. 우리나라의 고유한 서민음식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종음식문화거리가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경복궁역에서 몇 걸음이면 된다. 골목 입구부터 환히 빛나고 있다. 뒤로 보이는 간판명만 봐도 끝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음식점이 빽빽하다. 일명 먹자골목이다.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는 상점가의 80% 이상이 음식점과 주점으로 구성돼 있고, 우리나라 전통음식인 전과 막걸리를 저렴하게 맛볼 수 있어 이름나기 시작했다. 제부동 잔치집, 아우네 빈대떡, 전대감댁. 상호만 봐도 정겨운 향이 풍기고 괜스레 친근함이 느껴진다.

이곳 거리엔 10년 넘게 같은 자리를 지킨 터줏대감 상점과 재기발랄하고 패기 넘치는 새로운 상점이 어우러져 있다.

심마니가 운영하는 산약초 막걸리 전문점, 무려 50가지 안주가 준비된 막걸리 전문점, 청년 장사꾼들이 감자튀김 하나로 승부 보는 포장마차형 음식점, 피맥의 열풍을 이어 가고 있는 화덕피자&맥주 전문점, SBS ‘생활의 달인에 출연한 셰프가 조리장으로 있는 철판요리 전문점 등이 작은차이로 자신들만의 매력을 어필하고 있다. 모두 규모는 크지 않지만 내실만큼은 탄탄해 단골들이 셀 수 없다고. 이 밖에도 곱창, 칼국수, 수제비, 쪽갈비, 주꾸미 등 맛집으로 소문난 음식점이 한두 곳이 아니다.

아름다운 한옥이 어우러진 문화거리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는 이곳이 서촌임을 증명하듯 음식점의 간판이 모두 한글로 돼 있고, 청사초롱 조명으로 꾸며져 있어 분위기가 남다르다.

골목 안쪽으로 걸어 올라가면 한옥거리가 등장하는데, 차분한 색상과 단조로운 디자인은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 한옥거리는 영화 건축학개론’, ‘수상한 그녀의 촬영지라 그런지 초행인 이도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함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곳엔 우리나라 천재 소설가 이상의 옛집 이상의 집이 자리해 있다. 이상이 3살부터 23살까지 살았던 집터 일부에 마련된 이곳엔 그를 기억하고자 이상의 작품과 관련 도서들이 꽂혀 있고, 고서를 제외하고는 모두 차를 마시며 열람도 가능하다.

먹자골목으로 시작해 가치 있는 문화로 귀결되는 이곳은 주위 관광지와 함께 즐기면 그 의미가 두 배가 된다. ‘동의동 백송터-쌍홍문터-청와대 앞 분수대-청계천 발원지-윤동주 문학관-황학정으로 이어지는 세종마을 투어, ‘경복궁-창덕궁-창경궁-덕수궁-종묘로 이어지는 고궁 투어, ‘대한민국역사박물관-신문박물관-서울역사박물관-성곡미술관-대림미술관으로 이어지는 문화예술 투어를 추천한다.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는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걸어서 1분 거리다. 이곳은 주위의 전통적인 명소와 함께 외국인들이 사랑하는 관광지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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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을 위한 힐링공간으로의 초대 <구로시장>

젊은 아이디어가 눈길과 웃음 이끌다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 가면 앤티크하면서도 트렌디한 공간을 만날 수 있다. 문화예술의 중심지인 홍대 못지않은 감각이 여기저기서 묻어나지만, 사실 이곳은 60년 가까이 흐른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전통시장인 구로시장이다.

이곳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느낌이다. 시장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마치 시간여행을 떠나는 듯 묘한 흥분감이 감돈다. 이유는 단순하다. 수십 년간 자리를 지켜오는 전통 있는 점포들과 청년 상인들의 창의성이 돋보이는 점포들이 한 공간에 있기 때문이다.

청년 상인들은 옛것과 새로운 것의 간극을 좁히고 어울리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복고적인 디자인으로 점포를 꾸몄다. 그들의 점포가 밀집된 구역은 영프라자’. 그리고 이곳을 구로 아날로그 단지라 명명했다. 이는 디지털 단지인 구로구의 지역성을 착안한 감각적인 아이디어. 영프라자 안으로 들어서면 더 빛나는 청년들의 아이디어가 눈길을 붙잡는다.

추억의 과자와 장난감을 파는 추억점빵’, 전국의 참기름을 구입할 수 있는 참기름 편집숍 청춘주유소’, 흡사 시골마을 슈퍼 같지만 해외 식품부터 잡화 등 흔히 볼 수 없는 상품까지 취급하는 쾌 슈퍼’, 다양한 디자인 상품이 진열된 아트플라츠등 매력적인 점포들이 줄을 잇는다.

골목 입구에 세워진 입간판에 적혀 있는 골목을 헤매는맛이란 문구가 120% 이해될 정도로 어느 한 곳도 그냥 지나치기가 아깝다. 더욱이 그저 홍보나 정보 제공을 위해 써붙인 안내지도 이곳의 재미 중 하나. 화장실 이용 시 흔히 씽씽이라 불리는 보드를 대여해준다는 문구에 보는 이 누구라도 웃을 수밖에.

시장의 매력만큼 맛집도 다양

전통시장의 전형적인 모습을 띤 구로시장과 현대화된 시설을 갖춘 남구로시장은 서로 붙어 있어 마치 하나의 시장처럼 보이는데, 이 남구로시장의 명물 칠공주떡볶이는 구로시장은 물론 이 인근을 찾는 방문객이라면 누구나 들르는 명소다. 7명의 할머니 상인이 모여 운영하는 떡볶이 포장마차인 이곳은 수십 년의 시간 동안 자리를 지켜온 터라 이제는 2대가 손을 맞잡고 오는 추억의 장소가 됐다. 색은 새빨갛지만 맛은 그리 맵지 않은 떡볶이, 따끈한 어묵과 귀여운 꼬마김밥 모두 할머니 인심이 듬뿍 묻어 있다. 명물 맛집은 또 있다.

단돈 500원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못난이 찹쌀꽈배기, 커다란 크기에 놀라고 맛에 더 놀라는 왕만두, 구로시장 크레페라 구레페로 불리는 갖은 종류의 크레페 등 다양하다.

구로는 디지털 단지 외에도 각종 아울렛이 밀집해 있어 쇼핑의 메카로 통한다. 구로시장에서 간선버스 571을 타고 10분 정도면 마리오아울렛, 현대아울렛, W몰에 도착하니, 시장에 이어 저렴한 쇼핑을 즐겨도 좋겠다. 단 한복만큼은 예부터 명성 높았던 구로시장 한복거리에서 구입하길. 다양한 디자인은 물론 가격까지 저렴해 어느 곳보다 만족할 것이다.

구로시장은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6번 출구에서 도보로 6분 걸린다. 매월 첫째 주 월요일을 제외하곤 언제나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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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담은 야시장이 특별한 <부평깡통시장>

낮도 밤도 환히 빛나는 시장

과거 미군부대에서 나온 각종 통조림 등 깡통 제품을 많이 판매했다는 의미로 이름 붙은 부평깡통시장. 부산의 중심에 자리한 이곳은 국제시장, 자갈치시장과 함께 부산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이다.

세월을 입고 낡아버린 시장을 완전히 바꿔버린 곳도 많지만, 이곳은 편리하고 깔끔하게 현대화된 공간과 옛날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공간이 공존한다. 마치 방문객에게 원하는 시장의 모습을 고를 수 있도록 선택지를 주는 듯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배려. 환한 낮뿐 아니라 캄캄한 밤에도 얼마든지 시장을 즐길 수 있도록 야시장을 개장한 것. 이곳 부평깡통시장의 야시장은 국내 최초로 연 상설 야시장으로, 일찍이 부산의 관광 명소로 거듭났다.

매일 불야성을 이루는 야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은 뭐니 뭐니 해도 군침 흐르는 먹거리. 특히 이곳엔 뻔한 시장 음식이 아닌 세계의 다양한 전통 음식이 준비돼 있어 방문객들의 호응이 엄청나다.

생선튀김의 일종인 일본 음식 이카슈마’, 베트남식 튀김만두 짜조’, 인도네시아 볶음국수 미고랭’, 이탈리아 스프 파네 스프’, 북한 대표 길거리 음식 오징어 두부밥등 나라를 대표하는 먹거리와 함께 낙지호롱, 냉면구이, 치즈구이, 납작만두, 녹두전, 치즈 그라탕, 곱창볶음, 칼라만시 음료 등 입맛대로 골라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음식들이 즐비하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조명과 매주 펼쳐지는 공연은 야시장의 분위기를 더욱 흥겹게 돋운다.

세계 각국 수입제품이 즐비

맛있는 먹거리는 야시장이 열리기 전부터도 넘쳐난다. 우선 부산의 명물 비빔당면, 유부전골, 돼지국밥은 물론, 각종 국수와 순대볶음, 어묵은 어딜 가나 보장되는 맛으로 단골들을 부르고, 골목 사이에 숨어 있는 죽집골목에서는 녹두죽, 수수죽 등 흔하지 않은 다양한 죽들이 판매되고 있다.

야시장으로 전성기를 맞기 전, 부평깡통시장은 수입제품으로 유명했다. 현재도 400여 개의 점포에서 미국, 일본, 중국, 인도, 태국, 남미의 각종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일본 가공식품과 각 맞춰 세워둔 미국 담배, 태국 현지 느낌 물씬 나는 화려한 장식품 등 곳곳이 이국적 풍경이다. 전통시장답게 세일 표지판이 심심치 않게 보여 반갑기 그지없다.

부산 중심지에 위치한 만큼 이곳 시장에서 쉽게 갈 수 있는 명소도 여러 곳. 먼저 도보로 10여 분이면 용두산공원에 갈 수 있고, 그곳에 세워진 부산을 상징하는 부산타워 전망대에서는 부산 중앙의 시가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으니 부산 여행이 처음이라면 강력 추천한다. 가장 가까운 바다를 찾는다면 시장서 차로 15분 거리에 송도해수욕장이 있다.

부산깡통시장은 부산지하철 1호선 자갈치역 3번 출구에서 도보로 5분 거리다. 오전 9시부터 오후 8까지 시장이, 630분부터 자정까지 야시장이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시장4번 출구 쪽으로 야시장, 2번 출구 쪽으로 패션거리, 1번 출구 쪽으로 먹자골목이 형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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