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원전 1호기가 재가동 승인 하루만인 지난 510일 제어봉 제어 실패 및 열출력 제한치 초과로 수동정지했다. 이 과정에는 무면허 운전과 조작미숙 및 관리감독 문제 등 특별사법경찰까지 투입돼 조사하고 있지만 논란은 커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한빛원전 측 입장과 지역 내 탈핵단체의 입장을 들어본다. <편집자주>

 

한빛1호기 제어봉 조작실패 사고 왜 심각한가

황대권 영광핵발전소안전성확보를위한공동행동 대표

많은 사람들이 핵폭탄과 핵발전소가 다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둘은 본질적으로 같다. 간단히 말해 핵폭탄은 안전장치를 제거한 원자로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핵발전소는 일시에 터트리는 핵폭탄에 안전장치를 해서 서서히 터지도록 만든 것에 불과하다. 안전장치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제어봉냉각수이다. 제어봉은 핵분열 속도를 임의로 조절하는 장치이고 냉각수는 뜨거워진 원자로를 식혀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제어봉 조작이 잘못 되거나 냉각수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원자로는 바로 핵폭탄으로 돌변한다. 핵발전 역사상 가장 컸던 사고로 기록되는 스리마일 원전사고와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냉각수 공급실패가,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제어봉 조작실패가 각각 직접적 원인이었다.

한수원은 한빛1호기의 열출력 이상급등 사고를 체르노빌과 비교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지만 사고의 경로가 본질적으로 같다. 이것마저 부정한다면 원자로의 원리를 모르는 사람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된다. 또 한 가지 한수원은 열출력 급등이 진행된 시간이 겨우 2분에 지나지 않았고 운행된 12시간 동안 안정상태에 있었음을 강조하지만 핵반응에 있어서 2분이란 시간은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 1초에 10억번의 핵반응이 일어나니까. 핵발전소의 안전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의 맹점은 그 안전장치들을 실제 상황에서 검증해 본 바가 없다는 것이다. 수백가지 안전장치를 해놓았어도 위급시에 작동이 되지 않는다면 말짱 헛것이 된다. 이번 한빛1호기 사건은 더 이상 사고가 확산되지 않았기에 안전장치에 대한 논란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제어봉 조작 실패와 열출력이 급격히 상승했음에도 원자로를 즉각 정지시키지 않은 것만큼은 끝까지 파고들어가 다시는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먼저 매뉴얼에 의하면 열출력이 5%(2분 후 1%대로 내려감)를 넘으면 무조건 원자로를 정지해야함에도 12시간을 더 지체한 끝에 원안위의 명령에 따라 정지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 한수원은 수많은 매뉴얼을 다 외울 수 없다고 말하지만 이 사항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이를 몰랐다면 원자로를 조정할 자격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한 두 시간도 아니고 12시간이나 더 가동을 했다면 여기에는 틀림없이 그럴만한 사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어봉 조작 실수도 한수원의 설명은 납득이 안 간다. 무자격자가 잘 모르고 실수를 저질렀다고 했지만 자동차도 무면허 운전은 큰 죄가 되는데 위험천만한 원자로를 무면허자가 운전했다는 말을 믿으라는 말인가? 이 역시 다른 원인을 덮기 위해 둘러댄 설명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사건을 보고 받고 원안위가 사상 최초로 사법경찰관을 들여보내 특별조사를 실시한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27일 한수원의 정재훈 사장은 유례없이 한수원 간부 80여명을 모아놓고 발전소의 무사안일과 적당주의를 타파하고 뼈를 깎는 심정으로 회사의 체질을 개선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들 말대로 환경단체가 과장한 단순 사고라면 이런 대규모 토론회를 개최한다는 게 이상하게 보인다.

과연 이번 한빛1호기 제어봉 조작실패 사고에 깔려 있는 비밀은 무엇일까? 한수원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는다면 그동안 있었던 수많은 사고 가운데 하나일 뿐이고, 그것이 아니라 무언가 심각한 이유가 있다면 어쩌면 그것은 원전 폐쇄로 이어지는 심각한 사태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의문 때문에 한빛1호기의 특별조사는 당장 중단하고 주민이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한빛원자력본부 입장문과 사과문

한빛 1호기 정지 관련 영광 지역주민들께...

#입장문= 최근 한빛1호기 발전정지와 관련하여 일부 언론에서 한빛1호기가 체르노빌처럼 폭발위험이 있었다는 보도에 주민들과 국민이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전혀 다름을 알려 드립니다.

첫째, 과거 구소련이 핵무기 제조기술을 개조한 체르노빌 원전과 달리, 우리나라 원전은 원자로형 자체가 달라 출력이 일정 수준이 되면 오히려 출력이 떨어지는 구조로 설계되어 순식간에 출력이 폭주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둘째, 체르노빌은 안전설비가 작동하지 않도록 차단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시험을 강행하다 난 사고이나, 한빛1호기는 모든 안전설비가 정상상태를 유지되어 출력이 상승해도 25%에 도달되면 자동으로 원자로가 정지될 상황이었습니다.

셋째, 체르노빌은 불이 붙기 쉬운 흑연을 냉각재로 사용하며 원자로가 일반 공장건물 내에 있었던 반면, 우리나라 원전은 물로 냉각하며 두께 1.2미터의 철근 콘크리트 외벽을 포함한 5중 방호벽 체계를 갖추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이번 사건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반성하는 것은 원전 안전과는 무관하지만 안전이 최우선인 원전의 종사자들이 규정과 원칙을 준수하지 않은 안전 불감증이 의심되기 때문입니다. 현재 한수원 감사실 및 원안위 특별사법경찰이 사건을 면밀히 조사 중이며 향후 규정을 위반한 부분은 정확히 원인을 규명해 엄벌하는 한편, 종사자들의 안전문화 의식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9523.

#사과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이번 한빛원전 1호기 원자로 수동정지 사건으로 인하여 지역주민 여러분들께 큰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점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최근 한빛원전과 관련한 CLP 문제, 화재 발생 및 한빛원전 1호기 수동정지 사건 등으로 지역사회에서 많은 우려의 시각을 갖고 계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원전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한수원 임직원 모두는 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송구함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이번 한빛원전 1호기 사건은 정비를 마치고 재가동을 위한 성능시험중 부적절한 제어봉 인출 및 정비원의 제어봉 조작 그리고 운영기술지침서에 대한 사전 인지 부족 등 중요 설비를 담당하는 한수원의 미흡한 대응으로 발생했으며, 현재 진행중인 원자력안전위원회 특별조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또한, 원안위의 명확한 원인규명과 재발방지대책 및 이에 따른 발전소 인력의 역량 확보, 설비운영 지침 및 절차 개정, 성능시험시 모니터링 강화를 포함한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한수원의 종합대책을 마련하여 주민 여러분께 설명 드리고 이행할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한수원 임직원 모두는 이번 사건의 중대성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철저한 반성과 성찰을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원전의 안전성 제고에 대한 지역사회의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지역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소통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이번 사건으로 원전의 안전 운영에 대해 많은 심려와 불안감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한수원 임직원 모두는 각자의 위치에서 기본과 원칙을 준수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주민들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는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2019527.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및 임직원 일동

 

한빛 1호기 원자로 수동정지 사건은?

개요 : 2019. 5. 10() 10:31 원자로 특성시험 중 제어봉 위치 편차가 발생 하여 원자로냉각재 온도 상승으로 증기발생기 수위 상승, 이로 인해 주급수 차단신호가 발생 하였으며, 보조급수펌프 자동 기동 및 원자로 수동정지.

주요경위(5.10)

03:00 : 제어봉 제어능 측정시험 시작

09:30 : 시험 중 제어군 B그룹 간 2스텝(스텝계수기) 편차 발생

시험 중단 및 계측제어팀 점검요청

10:00 : 계측·노심·발전 협의 후 제어군 B 삽입(48 0스텝*) 결정

* 제어봉 위치지시 교정 지점 : 0, 100, 231스텝

10:00~10:13 : 제어군 B 인출/삽입(0~6스텝) 반복 수행(4)하여 스텝 계수기 편차 확인 및 교정

10:17~10:27 : 제어군 B 인출(0 66스텝) 1개 제어봉(M6)12스텝 위치편차(M6: 54 스텝) 발생 확인

10:27~10:31 : 제어군 B 편차 확인 및 교정을 위해 재 인출(66 100스텝)

10:31:30 : 제어군 B 90스텝에서 RCS 온도 증가 인지

10:31:42 : 제어군 B 삽입 시작(100스텝), 노외중성자속 출력 약 17%

10:31:44 : 증기발생기 고수위(78%)에 의한 주급수펌프 차단신호 발생

10:31:46 : 주급수 차단밸브 A, B, C 닫힘

10:32:01 : 모터구동 보조급수 펌프 A, B 자동기동

10:32 : 증기발생기 입력방출밸브 / 안전밸브 개방

10:32:42 : 모터구동 보조급수펌프 A, B 수동정지

10:33:05 : 제어군 B 삽입 완료(42스텝) - 출력 1% 이하

10:36 : 모터구동 보조급수 펌프 A, B 수동기동(증기발생기 수위제어 목적)

10:41 : 증기발생기 수위 회복, 안정 유지 확인

모터구동 보조급수펌프 A, B 수동정지

11:02 : 출력 0% 유지

22:02 : 원자로 수동정지(운영기술지침서 3.1.10*에 따라 조치)

* 열출력이 정격열출력의 5% 초과 시 즉시 원자로트립 차단기 개방

감시기구 조치사항

원자로 출력사항 실시간 점검 (51015:30 기준)

호 기

1

2

3

4

5

6

원자로 출력(%)

0

96

0

0

100

100

* 1, 3, 4호기 : 계획예방정비 기간 중 / 2, 5, 6호기 : 정상운전 중

원전 주변지역 공간감마선량률 점검 : 특이사항 없음

발전소 입회 및 현장점검 수행 (감시센터 소장 및 안전팀)

감시기구 위원 및 관련 기관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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