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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잃은 개, 상가구(喪家狗)
곽일순/ 사진가 수필가
2019년 07월 01일 (월) 11:09:14 영광신문 press@ygnews.co.kr
   

총선을 10여 개월 앞두고 정치판이 활발하다. 좋은 움직임이 아니라 막말로 미디어가 도배되고 슬며시 이합집산의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언제나 그래 왔다. 그래서 더욱 걱정이고 염려가 된다. 대한민국의 정치판은 언제나 정화가 되고 제대로 각을 잡아 선진국 대열로 들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민의 대표라는 사람들은 나라 일을 하라고 기껏 선출해 놓으니 직무를 유기하고 민생은 립 서비스로 대신하고 있다. 원내대표가 합의한 사안을 하루도 지나지 않아 당론은 이를 거부해 자신들의 원내대표를 바보로 만들었고, 당대표는 자신의 거짓말은 거짓이 아니라고 부정하는 기이한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무슨 생각으로 정권을 원하고 무슨 신념으로 정치의 방향을 잡아가고 있는지 도무지 추측이 힘들다.

요즘 중국에선 공자가 다시 조명되고 있다. 2500년의 시간을 거슬러 다시 학문과 사상의 슈퍼스타 자리를 꿰차고 앉은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의 사상이 참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을 위한 정치를 주장하지 않았고 오직 자신의 사상과 학문으로 사회에 기여하기를 원했다. 오랜 세월 제후국을 떠돌며 자신의 학문을 기반으로 한 정치를 피력하며 군주를 찾았지만 그는 실패했다. 이른바 현실정치와의 괴리 때문이었을 것이다. 여기서 탄생한 말이 유명한 상가구(喪家狗)’이다. 흔히 상갓집 개로 직역이 되지만 원 뜻은 집 잃은 개. 상갓집이 주인인 개는 그날이 행복하지 불쌍할 이유는 없다. 그래서 잔칫집을 찾아 들어온 떠돌이 개가 바로 상가구에 해당한다. 집 잃은 개는 돌아갈 곳이 없다. 그런데 중국의 유명한 공자 연구 학자 리링은 공자를 상가구에 비유했다. 그래서 그는 필생의 역작인 공자 해석서에 상가구라는 제목을 붙였다. 공자가가 성인으로 남게 된 것은 자신의 뜻과는 무관하다. 비천한 신분으로 태어난 그는 사람이 되기를 원했다. 옛것과 배우기를 좋아하고 사람들에게 경전을 권했던 그의 도덕과 학식이 그대로 제자들의 기록으로 남아 진정한 군자가 되었을 뿐이다. 제후국을 수 십 년 떠돌며 정치를 하고 싶었던 공자를 끝까지 따르던 제자들은 실패와 좌절의 스승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기원전 492, 60세의 공자는 자신의 뜻을 펼쳐보고자 흔들리는 마차에 몸을 싣고 다시 정나라로 향하지만 중간에 제자들을 놓쳐 혼자가 되고 만다. 갈 곳 없는 그는 외성의 동문 밖에 서서 제자들이 찾아와 주기를 기다린다. 애타던 제자 자공이 지나던 정나라 백성에게 공자의 행적을 묻자 동문 밖에 서 있는 사람이 비슷한데 상반신은 그런대로 성인의 기상이 보이지만 하반신은 집 잃은 개처럼 풀 죽은 듯 기가 꺾여 있더라고 답했다. 자공이 들은 대로 공자에게 고하자 공자는 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매우 정확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바로 자신을 관조하는 법을 정확히 알았던 공자의 위대함이다. 요즘 정치인들과 달라도 너무 다른 그의 정치철학은 그런 이유로 현재까지 살아남아 사람다운 정치인을 원하는 국민의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그는 온 세상을 돌아다니며 유세를 통해 통치자를 대신해 고민하고 목숨을 건 설득을 시도했다. 옛날의 도(古道)를 가르쳐 주공의 정치를 회복하고자 꿈 꿨던 사람, 그가 바로 공자다. 안빈낙도의 쉬운 길을 포기하고 스스로 집 잃은 개의 신세까지 마다하지 않았던 처절했던 정치의 도()는 결국 이루지 못했지만 그의 힘든 길은 위대한 사상이 되었다. 물론 신이 아닌, 엄격히 말하면 성인도 아닌 일개 인간으로 이룬 평범의 위대함이다.

함평 출신의 인문학 교수가 옛 학문의 무용론을 주장하는 소위 현대 학자들에게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고전을 한 줄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거나 읽고도 이해를 전혀 하지 못한 사람일 것이다.”고 일침을 날렸다. 요즘 정치인들이 공자를 읽어야 하는 이유다. 공자가 스스로 신이 되기를 원했거나 성인이 되기를 원했다면 그의 사상은 살아남지 못했다. 요즘 정치인에겐 인간성이 없다. 오직 욕심 가득한 욕망 몬스터들이다. 지식은 지성과 다르다. 이성이 부재한 지식은 흉기가 되고, 인성을 기초로 한 지성은 만병을 다스리는 약이다. 언제나 낮은 곳으로 임하는 물은 절대 선()이고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겸손을 아는 자는 인자(仁者). 정치가 낮은 곳을 바라보고 가야하는 이유다. 우리 정치판에서 오래 전 실종 된 미덕이다. 공자의 정치철학에서 인간을 배우고 치국을 깨우쳐야 하는 사람들, 바로 지식을 무기로 밖에 사용할 줄 모르는 정치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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