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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핑계의 수단이 아니다
곽일순/ 사진가 수필가
2019년 07월 22일 (월) 10:40:48 영광신문 press@ygnews.co.kr
   

자타공인 록의 대부 신중현 씨가 우리 나이 82세로 음반을 냈다. 신곡 2곡과 기 발표된 6곡을 다시 편집해 실었다. 14년 만이다. 3년 공을 들인 결과라고 했다. 대단하다는 말 외에는 딱히 표현할 방법이 없다. 미국의 명품 기타 회사인 펜더로부터 악기를 헌정 받은 지 10년이 지났고 이를 기념하기 위한 음반이다. 펜더에서 기타를 헌정 받은 사람은 신중현이 세계에서 여섯 번째고 아시아에서는 최초다. 기념 음반을 낼 의미는 충분하다. 그래서 국내 최고 기타리스트인 장남 대철과 차남 윤철 그리고 막내인 드러머 석철까지 합세했다. 이들 부자는 음악만으로도 소통이 가능한 가족이다. 어쩌면 음악인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가족 구성인지도 모른다.

음악을 유난히 즐기는 나 역시 언제부턴가 약간은 올드하고 인생적 철학과 멋이 들어가 있는 보컬 위주의 곡을 자주 듣는다.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는 증거다. 꽃의 아름다움과 계절의 의미를 느끼기 시작하면 황혼반열에 올랐다고 보면 된다. 감수성은 젊은 시절의 특권인줄만 알았는데 실제 살아보니 나이 따라 익어가는 것이 감수성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 더욱 아름다워지고 사는 것 자체가 철학이다. 나이는 완숙한 인간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어서 삶을 풍부하게 하고 이따금 일부러 듣는 ‘My Way’라는 ‘Frank Sinatra’의 곡도 느낌이 예전과는 다르다. 하지만 문제는 부정적 관념이다. 전과 다름을 무조건 나이 탓으로 몰아가는 핑계의 당연함은 60세를 넘긴 모든 이에게 공존한다. 책을 읽어도 앞 쪽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고 수업을 받아도 하루만 지나면 아무 것도 기억을 못한다. 심지어 같은 내용을 하루에 한 번씩 10여 회를 가르쳐도 처음 듣는내용이다. 이러한 모든 증상의 원인을 나이가 누명을 쓰고 있다. 자신의 무력한 생활로 찾아드는 좋지 않은 증상을 죄 없는 나이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노안이나 노청은 자연스러운 것이니 탓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기억력의 증상은 순전히 개인차일 뿐이다. 80이 넘어도 초롱한 사람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획기적인 연구 논문을 발표하기도 하고 왕성한 창작 능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가장 맑은 정신을 요하는 글을 쓰기도 한다. 솔직히 이런 증상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는 것이지 결코 나이에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소싯적에 읽었던 책의 내용이 회갑을 넘긴 시점에서의 재독을 통해 훨씬 명료하다. 독서를 하면서 앞 페이지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나이와 더욱 관계가 없다. 집중력과 연관이 있을 뿐이다. 젊은이도 책을 읽으며 잡념에 젖으면 앞 쪽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학습능력은 더욱 그렇다. 설명을 들으며 생각은 다른 곳으로 가 있다. 그래서 무슨 말을 들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그런데 나이 탓으로 돌리니 나이는 억울하다. 모든 원인은 잡념이다. 나이가 들수록 많아지는 것이 망상이요 잡념이기 때문이다. 공부가 부족할수록 더욱 그렇다. 마음공부와 명상이란 별 것 아니다. 머릿속에서 잡생각을 몰아내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교육 과정에서 독서 중 잡념을 없애는 것을 가장 중요시 했다. 결론은 모든 사람이 나이 때문에 기억력이 나빠지지는 않으며 집중력 문제라는 것이다. 조선시대 독서광이었던 문신 김득신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머리가 아둔해 백이전113천 번을 읽었고 노자전, 벽력금, 능허대기, 의금장 등은 2만 번을 읽었다고 한다. 그의 독수기를 보면 1만 번 이하로 읽은 것은 기록에 끼지도 못할 정도다. 물론 옛사람 특유의 과장일 것이다. 기록대로 그가 책을 읽었다면 평생을 독서만 해도 시간적으로 맞지 않고 더욱이 관리 생활을 할 시간은 전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론 그의 집중력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눈과 입은 글씨를 읽고 머릿속은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으면 1억 번을 읽어도 소용이 없다. 하지만 주위의 거의 모든 60세 전후 혹은 이상 지인들은 자신의 머리에 포기를 하고 있다. 나이 탓으로 돌려버리면 편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이러한 증상들을 자연스럽게 이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스스로 책임을 져야한다. 끊임없이 마음을 다스리고 독서와 명상을 하는 사람의 기억력은 퇴화하지 않는다. 능력 역시 줄지 않는다. 82세의 신중현은 요즘 새로운 기타 주법을 개발했다고 한다. 그리고 음반까지 냈다. 이미 성대의 노화로 음정을 잡지 못하는 가수들이 계속 노래하는 모습은 흉하지만 기억력을 상하지 않는 노익장은 아름답다. 나이는 무능의 도피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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