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 수필가

요즘 미디어 세계가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지상파를 비롯한 유수 언론들이 신뢰를 잃어가는 추이를 보이는 반면 일인 미디어가 대세를 이루어가고 있는 모습이 확연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최근 시청률을 조사한 결과 역시 이러한 현상은 두드러졌다. 일인 미디어, 거기에 언더그라운드에서나 들을 수 있었던 인물들이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이 대거 상위 포지션을 차지한 것이다. 언론의 양상이 통째로 바뀌어가는 과도기적 현상임에 틀림없다. 이들 일인 미디어 혹은 개인 방송 진행자들이 처음 손을 내민 상대가 젊은 세대였다면 현재의 성과는 상당히 고무적일 수밖에 없다. 이미 젊은 대상의 한계치를 벗어나 시청률 1위를 차지했음은 물론 다른 일인 미디어 역시 상위권에 포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 진행자가 아직은 젊은 세대라는 것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언론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당사자들이 바로 이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분야가 정치라면 의미는 상승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정당 국회의원에 청년이 차지하는 비율은 극소수이다. 청년의 목소리가 없는 곳이 정치판이고 보면 여론으로나마 깊게 관여할 수 있음이 다행 아니겠는가.

원인은 기성세대의 오만과 아집에서 기인한다. 청년의 생각과 사상 혹은 능력을 지나치게 인정하지 않고 과소평가 하는 나라가 우리 대한민국이다. 정치판에서의 청년은 모양을 꾸미기 위한 데코레이션에 지나지 않는다. 이른바 구색 갖추기다. 적당히 써먹고 버리는 일회용 반창고만큼이나 의미가 없다. 기성세대의 최대장점이 경험이라면 신세대의 장점은 창의력이다. 물론 경험은 중요하다. 하지만 경험이 정권유지를 위한 병법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병폐가 된다. 오히려 청년의 폐기와 아직은 사회에 물들지 않은 진심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능력을 따질 필요는 없다. 기성세대가 판단하는 젊은이들의 지식과 능력은 추측일 뿐이다. 회갑을 넘긴 아들에게 쉼 없이 잔소리를 해대는 노인의 심중과 비슷하다. 청년들은 결코 무능하지 않으며 기성세대보다는 모든 생각과 추리력, 창작력이 앞서간다. 단지 기성세대들의 낡은 경험을 앞세운 오만이 젊은이의 사상을 평가절하하고 있을 뿐이다.

세계의 문학사 혹은 사상사를 바꿔버린 사람 중에는 새파란젊은이들이 많다. 가장 두드러진 예로 중국의 왕필이 있다. 그는 조조의 사람 하안에게 발탁되어 중국의 사상을 정리한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그의 나이 20세 초반이었다. 왕필은 하안과 함께 위진(魏晉) 현학(玄學/노장사상)의 시조로 받들어지고 있다. 물론 그의 업적에 공과는 있지만 별개다. 현재 노자의 도덕경과 주역은 그의 해석 범위를 벗어나지 않고 있으며 기본으로 삼고 있을 정도다. 천재박명이라 그는 23세에 죽었다. 김소월이라는 시인 역시 우리에게 큰 영향을 준 사람이다. 문학계의 흐름에 한 획을 그은 그의 시들은 대부분 20세 전후에 쓰였다. 하지만 누구도 그의 시를 어리다고 평하지 않는다. 시대적으로 멀리 갈 것 없이 외국에는 젊은 정치인이 많다. 그리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오스트리아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는 불과 34살이다. 마크롱 대통령 역시 30대에 당선 되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청년 정치인이 들어설 가능성이 차단된 나라다. 어른들의 당리당략에 견딜 젊은이도 없을뿐더러 정치에 입문할 정도의 재력을 가진 젊은이도 없다. 지방자치제도가 오래 전 시행되었지만 최 말단 군수 직만 해도 돈이 없으면 출마는 언감생심이다. 하물며 국회의원 후보지명이나 비례대표로 천거 되려면 빈손으론 어림없다는 이야기다. 선심성 끼워주기 청년비례대표 한 두 자리로 청년 정치의 기대를 원하는 것은 무리다. 5천만 이상 인구를 보유한 국가 중에서 6위의 국력을 가졌다는 나라가 아직도 정치는 후진국이니 기이한 현상이다. 물들지 않은 신선한 사상을 섞어 넣지 않으면 정치는 정체되고 썩는다. 중앙 높은 자리의 정치인과 행정부서가 온통 노인으로 가득 채워져 있으니 문제다. 경험도 중요하다. 하지만 나이와 병행해서 느는 게 욕심이다. 나이만큼 욕심을 내려놓는 게 아니라 채워가는 대한민국 어르신들의 현실에서 경험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리 정치는 너무 늙었다. 386세대의 노고는 인정하지만 후계자도 키우지 않는 독불욕심(獨不慾心)은 후세를 망친다. 현재 국회에서 40대 미만 의원이 몇이나 있는지 헤아려보면 현실이 보인다. 문제는 기성세대의 청년에 대한 착각과 자신들의 오만과 욕심이다. 이러한 현상을 외국에선 기형적 구조라고 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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