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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은 스스로 지키는 것
곽일순/ 사진가 수필가
2019년 12월 02일 (월) 10:36:32 영광신문 press@ygnews.co.kr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흔한 화두다. 그래서 별로 심각하지도 않다. 자신을 모든 대상의 중심에 두지만 막상 삶의 방법에는 무관심이다. 경제 외에는 관심도 없고 생활은 가정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다. 현대를 사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여기서 약간 진보하면 나름 취미를 갖기도 하지만 역시 관심도는 약하다. 며칠 전 영상에서 자매가 나눴던 대화를 기억했다. 64세와 60세의 친자매는 틈만 나면 지리산을 찾는다고 한다. 집에서는 아내요 어머니요 시무모의 역할밖에 없지만 산에 오르면 자신이 보인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을 느끼기 위해 산을 찾는다는 이야기다. 공감이 간다. 나를 잃은 상실감과 나를 찾고 느끼는 자존감의 차이는 크다. 자존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사람은 결국 자존감으로 살아야하기 때문이다. 흔히 문화예술인들은 자존심이 강하다고 한다. 맞지 않는 말이기도 하다. 특히 사진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각성해야 한다. 힘들게 촬영한 사진작품을 스스로 장식용 달력사진 정도로 만들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원인은 간단하다. 자신의 사진을 원하는 지인이 고마워서 그러는 것이다. 알아봐주니 마냥 고맙다. 적지 않은 작품 장정비용을 들인 사진작품을 아낌없는 정도가 아니라 고맙게 가져다 바친다. 그래서 전시회 끝나면 사진 한 장 줘라는 말이 너무도 가볍게 나온다. 심지어 저 사진은 내가 찍어놨으니 다른 사람 주면 안 돼라는 말도 거리낌 없다. 당사자는 자존심이 상해야 맞지만 오히려 고마워 어쩔 줄 모른다. 물론 아직 아마추어라는 점이 이해는 가지만 사진이라는 장르의 작품 전체가 도매 값으로 추락하고 있음에 화가 난다. 결국 전시가 끝나는 날은 공짜 사진 잔치다. 최소한 자존심은 갖고 자신의 작품을 대하는 것이 옳다. 그림과 서예 분야에선 이런 일이 극히 드물다. 함부로 달라는 말을 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서예 작품은 부탁하기에도 조심스럽다. 그리고 족자나 표구까지 해서 주는 경우도 드물다. 또한 글씨를 받을 때는 서예가의 옆에 조심스럽게 앉아 부탁을 하고 수발을 들었다. 물론 수십 장의 글씨를 써들고 나와서 자랑삼아 나누어 주던 사람도 일부 존재하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서예의 분위기는 점잖고 좋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감히 그림을 공짜로 달라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서각, 한지와 가죽공예, 도자기 등 모두 마찬가지다. 가장 돈이 많이 들고 힘들게 작업하는 사진만 천덕꾸러기다. 심지어 액자 장정비도 전혀 고려하지 않는 행위에서 자존의 모멸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예술가로서의 자질 역시 없다고 봐야한다. 아마추어로 재미삼아 하는 취미생활이니 넘어가자는 말은 더욱 좋지 않다. 이렇게 떨어진 값어치는 사진 장르 전체에 미친다. 심지어 행사장에 와서 사진촬영 좀 해달라는 부탁도 스스럼없이 한다. 작품만 공짜가 아니라 작업도 그냥 해주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깔려있다. 문제는 이런 부탁을 본인들은 정작 고마워한다는 것이다. 결국 행사사진을 망친 파일을 들고 와서 어떻게 좀 해주라는 부탁은 더욱 화나게 한다. 망친 사진을 어떻게 복원해보려는 행위에서 겨우 자존심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문예 분야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류가 경력이 짧은 아마추어 그룹이다. 아직 자신 작품의 수준과 결점을 모르니 남발한다. 그래서 프로가 되어갈수록 작품 주는 것을 오히려 무서워한다. 현재 영광에서 가장 많은 전문가를 배출한 곳이 시인이다. 등단 작가만 상당수가 활동하고 있다. 희소성이 떨어지고 질이 떨어지고 대우를 받지 못하는 원인을 스스로 만들고 있다. 시인은 모든 문예부문에서 가장 고상하고 존경받던 대상이기도 했다. 하지만 쉬운 등단이라는 이상한 업계의 체계로 인해 영광에서 가장 많은 전문 문예가 그룹이 시인이 되었다.

문화예술인에게 자존심은 생명이다. 때로는 다투고 결별하고 반목하는 이유도 개성을 떠나 바탕엔 나름의 자존감들이 깔려 있다. 자신의 구현이라는 문예를 위해선 자신을 찾아야 한다. 작품은 자신을 대변한다. 특히 자존심을 위해선 아직 영글지 않은 작품을 남발하는 행위는 지양해야 맞다. 내 손을 떠나는 순간 내 수준이 되고 내 얼굴이 된다. 곰팡이 핀 벽을 가리기 위한 액자로 혹은 아파트 단지 입구 구석에 초라하게 걸려 있는 작품을 본 후에서야 후회하지 말고 최소한의 자존심을 미리 지키고 예방해야 할 것이다. 그냥 얻어간 작품은 결코 귀하지 않다. 그리고 내돌린 수준미달 작품은 나중에 내 얼굴이 됨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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