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영광군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영광신문 편집위원
고봉주/ 영광군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영광신문 편집위원

조선시대의 전염병

조선시대에 유행했던 전염병에는 역병(疫病)과 질역(疾疫), 여질(癘疾), 역려(疫癘), 역질(疫疾) 등이 있었다.

병의 이름이 제각각인 만큼 발병원인과 병의 예후도 모두 달랐겠지만 왕조실록에 실린 급박한 장계내용을 보면 이런 전염병으로 인해 당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공포에 떨었는지를 짐작해 볼 수가 있다.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조선이 개국한 1392년부터 일제 강점기 초인 1917년까지 전국에서 창궐한 전염병은 총 1,455건에 달했다고 한다.

조선의 열악한 위생 환경과 기아로 인한 영양부족 등이 면역력 저하로 나타나며 전염병 창궐의 큰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론은 당연한 것이라 하겠다.

전염병이 심해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간다는 급박한 장계를 받은 임금들은 서둘러 조치를 취하도록 했는데 명종 2(154717일자) 실록에는 임금이 속히 약을 보내도록 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숙종 19년에도 충청도에 역질이 심해 약리(藥理)에 밝은 자에게 신속히 약물을 가지고 가서 치료하도록 임금이 명했다는 기록이 있다.

로마, 중세유럽에서 근대까지

서기 165년부터 180년까지 로마에서 발생한 일명안토니우스 역병은 동쪽의 파르티아국과의 전쟁을 끝낸 후 로마로 돌아온 병사들에 의해 전파되었다.

수백만 명의 로마시민이 죽었으며 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안토니우스(121-180)마저 희생물이 된 대참사였다.

중세로 넘어오면서 인구증가와 함께 도시가 커지고 교역이 활발해지자 전염병의 파괴력도 강해진다.

1346년부터 1352년까지 중세 유럽을 뒤흔들었던 흑사병(페스트)7,500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는데 이 숫자는 당시 유라시아 인구의 4분의 1이 넘는다고 한다.

흑사병을 거치면서 페니실린의 발견 등 의학기술이 획기적으로 발달했던 1918년에도 스페인 독감으로 전 세계에서 2500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왔는데 이는 1차 세계대전(1914-1918)으로 사망한 군인(1000만 명)보다 훨씬 많았다.

한 문명을 멸망시킨 전염병도 있었다.

일부 학자들은, 1529년 스페인 군대의 침략으로 인구 2000만 명에 달했던 아즈텍문명이 멸망했는데 첨단무기로 무장한 유럽인들과의 전쟁보다도 이들이 퍼뜨린 천연두로 사망한 사람들이 더 많았다는 주장을 한다.

1531168명에 불과한 프란시스코 피사로(1475-1541)의 군대가 잉카제국의 8만 군대를 무너뜨린 것도 천연두 때문이었다는 설도 마찬가지이다.

첨단무기에 의한 전쟁보다도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이 더 많은 희생자를 내는 무서운 무기일 수 있다는 반증인 것이다.

현대에 유행하는 바이러스

중국의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번져가면서 우리나라의 바이러스 감염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서는 등 우리국민들을 온통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펜데믹이 되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가 근원지로 치사율이 90%라는 에볼라 바이러스를 비롯해 메르스와 사스 등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바이러스들이 자주 창궐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우리 인류가 과학의 발전이라며 저지른 실수에 대한 가혹한 댓가는 아닐까.

우리 정부에서도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선제적 대응이 너무 늦었다거나 섣부른 자만과 오판이 오늘의 참화를 불러왔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요즘은 밥도 혼자 먹고 일정거리 이상 떨어져 대화를 하는 등 스스로 왕따가 되자는 말이 유행할 만큼 사람들과의 접촉을 멀리하려는 새 풍속도도 생겼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공적으로 몰리게 되고 악수보다는 손짓으로 인사를 하는 모습도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모습이다.

문재인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아카데미 영화상을 수상한 봉준호감독 일행과 짜파구리를 먹으며 파안대소하는 사진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중국인들의 방한을 막지 못해 사태를 키웠다며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하는 청와대 민원에도 수만 명이 동참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는 먼저 총력을 다해 이 난국을 극복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고 책임을 묻는 것은 그 후에 해도 충분하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될 수 있는 한 외출과 모임을 피하며 증상이 의심될 때는 신속한 검사와 함께 자가격리에 들어가 주는 것이 우리 국민들을 하루빨리 바이러스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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