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통하면 평생 한국 살고 싶어요”
다문화센터 한국어 공부 열기로 후끈

외국인 및 이주 가정이 한국 문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지역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한국어 교육이 시작됐다. 왼쪽부터 통·번역 담당 마이티미짱, 한국어 강사 최이실, 행정담당 오쿠무라 히로미 씨.

한국말 몰라도 그냥 살면 되는 줄 알았어요.”

한국에 온 지 이제 4개월이 된 응우옌티미냔(29) 씨는 고향인 베트남에서 미리 한국어 공부를 했지만 실제 한국생활은 너무도 달랐다. 남편은 물론이고 주위에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 하나 없다. 말이 통한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절실히 깨달았다. 특히 시어머니가 빨리빨리하라며 집안일을 가르쳐주어도 알아들을 수 없고 대답을 하고 싶어도 말을 모르니 가슴 속에 스트레스만 쌓인다.

우리나라의 다문화 혼인이 꾸준히 늘고 있다. 서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한 집에서 생활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소통에 대한 어려움이 생긴다. 영광군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다문화센터)에서는 이런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매년 3월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을 진행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수업이 연기되자 수업이 필요한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불편함을 겪고 있다. ‘수업 언제 시작하냐는 문의와 요청이 빗발치자 다문화센터는 결혼이주여성들의 안정적인 지역사회 정착을 위해 한국어 교육을 시작했다.

9일 오전 유림회관 2층의 한 강의실은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의 열기로 뜨겁다. 넓은 교실에는 한국말이 서툰 초급반 학생들이 옆자리와 앞자리를 지그재그로 비워둔 채 수업을 듣고 있다.

이야기할 때 말이 안 통하는 게 제일 힘들어요.” 어려운 단어는 모르지만 어느 정도 대화가 가능한 선티홍니(22) 씨는 한국에 온 지 1년이 넘었다. 지금은 간단한 대화가 가능하지만 처음엔 남편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서로 오해가 생긴 적도 많다. 참 살기 좋은 한국이라지만 의사소통이 안 되니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선티홍니 씨는 말만 통하면 평생 한국에 살고 싶다고 한다. 아이가 생기면 아이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아이와 한국어로 대화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공부한다.

선생님 몇 시에 오실 거예요?’ 가르쳐준 높임말을 제대로 활용하는 학생의 문자에 한국어 강사 최이실 씨는 어느 때보다 보람을 느낀다. 표준어를 가르치는 한국어 수업은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영광에선 살짝 부족하다. 최 씨는 발음 교정부터 문법, 호칭, 높임말, 지역문화, 사투리까지 실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다양한 여건을 고려해서 수업을 진행한다. 도대체 껍딱이 무슨 뜻이냐는 질문에 껍질의 사투리라는 걸 알려주자 그제야 ~’하며 너도나도 들어본 적 있다며 놀라워하는 학생들의 모습에 한참을 웃은 적도 있다.

방문 지도도 맡다 보니 이주여성의 한국어 교육과 센터 방문을 반대하는 가족들을 설득한 적도 있다. 의사소통의 문제로 가정에 불화가 생겨 밤중에 짐 싸들고 나온 학생과 가족들을 중재했던 일, 임신으로 고민하는 이주여성에게 한의원을 소개해줬던 일. 한국어 수업 10년 경력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이제는 눈빛만 봐도 수업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한눈에 알아본다.

이주여성들에겐 먹는 것보다 의사소통이 절박하다. 센터에선 한국어 교육뿐만 아니라 임신출산 프로그램, 부부상담, ·번역지원, 찾아가는 시부모님 교육, 자녀언어치료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결혼이민자들의 경제적 자립과 안정적인 정착을 돕고 있다. 한국어 행정담당 오쿠무라 히로미 씨는 하고 싶은 말을 상대에게 전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센터의 중요한 역할이다한국어 교육은 센터의 중심핵이자 이주여성들이 한국 생활하는데 가장 필수적인 요소다고 전했다.

앞으로도 센터는 한국어 수업을 안전하게 진행하기 위해 수업 전 생활 속 거리 두기와 개인위생, 마스크착용, 체온측정 등을 철저하게 지키고 관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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