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길수 영광농협 조합장

우리 선조들은 예전부터 농사는 천하의 근본이 된다는 것을 일컬어 농자천하지대본을 강조했다. 이는 세상이 바뀌어도 변할 수 없는 가치이다. 백번생각해도 맞는 말인데 언제부터 실감이 나지 않는 말이 되었다. 맑은 공기, 햇빛이 가져다주는 고마움을 모르고 살아가듯 농사도 그렇겠지 생각한다면 다소 위안이 될 수 있을까 애써 생각해 보지만 농업을 이렇게 홀대하니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유례없던 긴 장마와 세 번의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들녘을 돌아 볼때만 해도 바닷가 인근의 흑백수 피해 이외에는 도복도 전년보다는 적고 수확량은 평년작은 되겠지 생각했었다. 조생종 벼가 수확량이 적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조생종 벼는 출수기에 너무 많은 비가 내려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하면서 중만생종은 괜찮겠지 예상 했다.

하지만 수확이 마무리 단계인 현 상황에서 평년작이었다는 분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정부의 3% 수확량 감소예상과는 달리 너무 많은 차이로 소출이 감소되고 있다. 극히 일부지역과 일부품목이 조금 형편이 좋은점을 감안한다 해도 전년대비 20~30% 수확량 감소는 확실한 것 같다.

그렇다면 수확량 감소로 줄어드는 수익만큼 추곡가격을 올리면 간단할  텐데 통상적인 수학 공식을 앞에 두고 왜 우리는 현실로 적용하지 못하는가?

수출위주의 공업화 정책의 뒷전에서 왜 우리 농민들 특히 경종업을 위주로 하는 농업인은 매년 쌀값 결정에 촉각을 곤두 세우게 되는가?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우선 가장 큰 이유는 UR협상과 WTO출범의 산물로 우리나라는 매년 4087백톤의 수입쌀을 의무적으로 받아들이도록 되어 있고 그중 30%가 밥쌀용으로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밥쌀용으로 판매되는 수입쌀은 잘 팔리고 있을까? 결론은 없어서 못 파는 실정이 되었다. 일부 상인들이 국산쌀로 둔갑 판매하는 경우도 많이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 정부가 인정한 합법화된 혼합미로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또한, 포장재 명칭사용은 제한이 없어 이천미, 김포쌀 등 제조하는 공장이 속한 곳의 명칭으로 공급되어 거부감 없이 거래되고 있고 심지어 유통공사가 인정한 특미로 공급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정부를 원망해야 할까 상인들을 원망해야 할까?

개인들이 매입하고 있는 쌀의 대부분은 이렇게 수입쌀과 혼합, 국내산 비축수매 과년도 산과의 혼합으로 쌀값 하락을 부추기는 쌀로 둔갑하는데 정작 우리 농가들은 그것을 모르고 개인 거래로 몇 푼의 이익이 있다고 자랑하고 있는 실정을 보면서 정말 안타까울 뿐이다.

다음으로는 식량 자급율 30%미만, 사료작물 제외 50%미만의 식량자급율인 우리나라의 농산물 값이 수입농산물과 비교하여 가격이 높다는 잘못된 인식들이 정부 정책 입안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또한, 정부는 현재 시중에 거래되는 쌀 가격이 너무 높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쌀값 안정과 지지를 위해 개정된 양곡관리법에는 재해로 인한 수확량 감소 발생시 가격지지 내용은 아무런 대안이 없다. 현 상황에서 정부는 비축량과 금년 산물 수매분을 방출한다는 확고한 방침이어서 이를 막지 않으면 쌀값인상이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전국 대다수의 RPC들이 몇년동안 수매물량을 처분 하지 못해 적자에 허덕이면서 수매단가를 낮추어 수매를 하고 있고, 전국농협 RPC는 외형상으로는 계통농협이지만 지금까지 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애쓰는 경쟁업체일 뿐이다.

또 다른 원인으로 국민1인당 쌀 소비량이 82130kg에서 201960kg를 턱걸이 하였고, 아마 금년말에는 60kg미만으로 떨어질 것이 확실시 되 고 있어 우리가 기대하는 쌀 대란은 크지 않을 것이다. 만에 하나 대란이 날 경우 의무 수입량 외 별도 수입을 강행한다면 우리의 쌀시장은 더욱 어려움에 처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우리가 취해야할 대책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지난해의 경우 전라도 평균 RPC 수매가격이 40kg 59,000원 이었으나 영광의 경우 62,000원에 매입가격을 결정했었다. 올해도 전남북 RPC 매입가격 중 최상위 가격을 유지 한다는데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만 재해 상황의 피해를 농협만이 해결하기는 너무 어려움이 많다는 점 또한 감안하셔야 한다.

또한, 전국의 RPC가 쌀 출하량을 줄이면서 정부의 정확인 수확량 감소 통계가 나와 재해수준의 쌀값인상이 불가피 한 점을 인식시키고 양곡관리법에 쌀의 잉여물량 격리와 쌀값 인상시 비축미 방출 계획외 재해로 인한 수확량 감소시 정부의 대책을 확고하게 법으로 제정토록 하는 것이 가장 최상이 대안이 될 것이다.

또한 시중출하는 정비비축미와 혼합되어 정상적인 쌀시장 가격을 혼란스럽게 하고 식당등과 같은 대량 소비처 거래로 이어져 쌀값 인상이 어렵게 되므로 농협에 출하를 주저하시는 농가는 일단 자체 보관을 하시는 것이 대안이 될 것이다.

게다가 밥한 공기 값이 300원도 못되는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도 커피한잔에 1,500~5,000원씩 부담없이 즐기는 이런 정서를 우리 농산물 특히 쌀값의 기준이 되는 80kg기준을 20kg기준으로 내리는 등 먹거리가 물가상승의 주범이 되는 현 상황을 다함께 개선시켜야 될 것이다.

우리는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씩 하는 고가의 각종물품을 큰 부담 갖지 않고 구입하면서도 전 국민이 반드시 먹어야 하는 먹거리에 대해서는 조금만 올라도 금값이니 하면서 농산물이 마치 물가상승 주범인양 치부하고 있다.

금년 쌀보다 더 피해가 심각한 고추의 경우 60~70% 피해가 막심함에도 정부의 비축 고추 방출 소식에 근당 3,000원 정도 하락하였고 11월부터 김장철을 대비해 비축고추 방출이 시작되면 고추값이 더 떨어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럴 경우 우리농협은 고추로 인해 손해를 보게 될 것이고 그 피해는 결국 우리 조합원에게 전가되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다.

말로만 농자천하지대본인 현실, 풍년이 들어도 기뻐 할 수 없는 농업농촌의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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