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탄생설화-석가모니(1)

건국신화들에서 보면, 시조의 탄생 과정이 상식적으로 믿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로마 건국과 관련된 로물루스 신화가 있다. 알바롱가(로마의 남동쪽에 있던 지방)의 왕 프로카스는 누미토르와 아물리우스라는 아들을 남기고 죽었다. 장남인 누미토르가 왕위를 이어받았으나, 아우 아물리우스가 반란을 일으켜 형을 외국으로 추방하고 말았다. 그리고 남은 가족들 가운데서 아들을 죽이고, 딸인 실비아는 베스타 여신의 무녀(巫女-무당)로 만들어 일생을 처녀로 살게 하였다.

그런데 실비아가 베스타의 신전(로마의 옛 신전)에 바칠 물을 길으러 마르스 신(Mars-전쟁, 군대의 신)의 숲에 갔을 때,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한 마르스가 그녀를 겁탈하는 일이 생겼다. 실비아는 처녀의 몸으로 쌍둥이 형제를 낳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물리우스는 몹시 화를 내며 이렇게 명령했다. “사내아이를 살려둘 수 없다. 그 쌍둥이를 죽여버려라.”

그러나 명령을 받은 신하는 차마 죽이지 못하고, 광주리에 두 아기를 담아 테베레강(이탈리아 중부에서 로마시를 지나 티레니아 바다로 들어가는 강)에 띄워 보냈다. 마침 테베레강이 흘러넘쳐 광주리는 어느 언덕에 닿게 되었다. 이때 물을 찾아 내려오던 늑대 한 마리가 배가 고파 울고 있는 두 아기를 발견했다. 늑대는 두 아기에게 자신의 젖을 물린 뒤, 굴로 데리고 갔다. 그날부터 쌍둥이 아기들은 늑대의 품에서 성장하였다. 그러던 중 어느 날, 한 양치기가 늑대가 없는 틈을 타 쌍둥이를 늑대 굴에서 훔쳐내어 자기의 아들로 키웠다. 이 두 형제는 훌륭하고 씩씩한 청년으로 성장했는데, 이들이 바로 로물루스와 레무스 형제이다.

어른이 된 형제는 외할아버지(누미토르)의 불행을 알고, 찬탈자(아물리우스)의 손에서 왕위를 찾아준다. 그 후 알바롱가를 떠나 어릴 적 자라던 곳으로 돌아온 이들은 여기에 도시를 건설하기로 한다. 팔라티노(로마의 일곱 언덕 중 가장 핵심적인 언덕)과 아벤틴 언덕을 각각 선택한 두 형제는 서로 신탁이 자신에게 오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신의 손길이 먼저 닿았다고 주장한 쪽은 레무스였다. 여섯 마리의 독수리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다음에 로물루스에게는 열두 마리의 독수리가 날아오른다. 이렇게 해서 도시를 세울 영광은 로물루스에게 돌아간다. 로물루스는 쟁기를 가지고 팔라틴 언덕을 갈면서 앞으로 건설할 도시의 성곽과 해자(垓字-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주위를 둘러서 판 못), 성문의 위치를 정한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레무스는 로물루스가 파놓은 울타리를 건너다니며 비웃는다. 이에 로물루스는 이렇게 소리치며, 레무스를 죽이고 만다. “누구든지 내 땅을 침범하는 놈은 죽여 버리겠어!” 로마는 형제의 죽음을 대가로 하여 세워진 것이다.

우리나라의 건국신화에서는 환인(桓因)의 아들 환웅(桓雄)이 하늘에서 인간세계로 내려오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잠깐 사람의 모습으로 변한 환웅이 웅녀(熊女-곰이 사람으로 변신)와 혼인하여 아들을 낳았는데, 바로 그가 단군(檀君)이다. 이 단군왕검이 조선을 세우고, 1,500년 동안 다스린 뒤, 산신이 되었다는 내용이다.

석가모니(기원전 566-486, 불교의 교조)를 잉태하였을 때, 마야 부인은 다음과 같은 태몽을 꾸었다. 어느 날 네 명의 왕에게 유괴되어 은산(銀山-여기에서는 신화적 색채를 더하여 온통 은으로 만들어진 산의 의미로 쓰인 것 같음)의 정상에 자리한 황금의 궁전에 끌려갔는데, 거기서 은색의 콧등에 연꽃을 달고 있는 하얀 코끼리가 그녀의 주변을 세 번 돌고 나서는 오른쪽 무릎에 앉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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