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진 사회복지법인난원·영광노인복지센터장

나도 누나처럼 알바 하면 안 되나요?” 3 아들이 용돈이 적다며 하는 말이다. “어른이 돼야 할 수 있다는 엄마 말에 ~ 알바하고 싶다하루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한 모양이다.

필자도 공부하기 싫어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던 중학교 시절이 떠오른다. 평생 해야 하는 게 공부라는 걸 알았더라면 그렇게 서두르지 않았을 것을.

24세에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나이가 어려보이면 사람들이 얕잡아 보고 가볍게 볼까 봐 일부러 걸쭉한 말을 사용하면서 어른 흉내를 내기도 했다. 돌이켜보니 얼마나 어색한 행동이었을까, 버릇없이 보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이제야 든다.

센터장님! 나이 먹으면 아무짝에 쓸모없어요. 진짜 쓸 데가 없어요.” 노인사회적일자리 어르신의 넋두리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뭘까? 나이를 먹으면 왜 쓸모없다고 느끼는 걸까? 생각이 많아졌다.

노력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먹어가는 게 나이인데 우리나라는 유독 나이에 민감한 것 같다. 너무 어리면 어려서 안 되고 나이가 많으면 많다고 포기하고. 가수 김연자의 아모르파티 노래에 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라는 대목이 있다. 진짜는 마음이라지 않은가. 어르신의 마음이 중요할터인데 평온함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으신 것 같다.

노인일자리에 참여중인 어르신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한 분이다. “건강하기 때문에 지금의 일도 할 수 있는 거에요”, “위로코자 하는 말이 아니에요라고 힘주어 말해본다. 허나 씁쓸한 마음을 달래기에는 부족하다는 어르신의 표정이다.

우리 부모님을 떠올려 본다. 친척들과 자주 연락할 수 있는 것도 부모님이 계시기 때문이다. 뵙고 싶을 때면 언제든지 달려가서 마음을 전할 수도 있다. 명절이나 생신, 집안행사 때 형제들이 한데 모일 수 있는 원동력도 부모님의 힘이 분명하다. 건강하게 계시는 것만으로도 자식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

살아간다는 것은 하루하루가 기적이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친구 병문안을 가서 위로해 주고 나오는 길에 교통사고로 먼저 간 친구 이야기를 들었다. 정말이지 한치 앞을 모르는 게 인생이며 매일 매일 살아가는 것이 놀라움의 연속이다. 이런 기적이 쌓아 만든 것이 나이라는 생각을 하니 경이로운 생각마저 든다.

시니어모델이 자신의 꿈을 이뤄가는 프로그램을 본적이 있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꿈을 위해 도전하는 누군가에게 나이가 포기의 명분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가치와 신념을 담아내는 것, 누가 만들어주지 않는다.

법정스님의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책에 있는 대목이다. ‘직장에는 인생의 정년이 있지만 인생엔 정년이 없다. 흥미와 책임감을 지니고 활동하고 있는 한 그는 아직 현역이다. 인생에 정년이 있다면 탐구하고 창조하는 노력이 멈추는 바로 그때다.’ 멈추지 않고 활동하고 있다면, 나이의 굴레에 스스로 갇히지 않는다면 언제까지나 현역인 것이다.

꽃은 시들고 해는 진다는 표현을 하는데 나이는 들어간다고 말한다. 들어간다는 것은 많은 상태로 되어지는 것이다. 우리가 하는 일은 육체적인 힘, 민첩함, 뜨거운 열정도 중요하지만 여기에 깊은 사려와 예리한 판단력, 통찰력이 보태졌을 때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 같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나이 들어간다. 그러면서 많은 것들이 보태져 간다. 늙어간다는 생각은 태양과 함께 떠오르고 있는 내일에 대한 오만함의 표현이 아닐까.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운 하루일지라도 지나가기 마련이다. 언제까지 찾아올지 모르는 내일. 이런 내일을 힘들고 좌절하며 맞이할 것인가? 기대와 희망으로 맞이할 것인가? 신축년 새해 마음을 다잡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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