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가장 중요한 공식이 관계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사회를 이루는 결속은 결국 많은 종류의 관계에서 시작하고 끝을 맺는다. 그 중에서 사람 관계는 인생의 진로를 결정할 정도로 중요하다. 가족과 친구 등은 지극히 우연한 필연을 통해 정해지고 평생 삶의 도반(道伴)이 된다. 도반이란 용어를 쓰는 이유는 우리의 삶이 도를 닦는 마음이 아니면 견뎌 나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겪는 일상의 관계는 후회를 넘어 재정립의 의지를 불러일으킨다.

내려놓음의 미학은 모든 관계에서 성립이 된다. 이른바 자기개발서라는 이름으로 분류되는 책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내려놓음과 무소유이다. 하지만 그만큼 행하지 못하는 행위가 내려놓음이다. 단지 그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일 뿐이다. ‘관계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내려놓음의 의미는 진득하다. 허물어지는 사람 마음의 시발점은 항상 관계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효동으로 숨어들면서 날마다 덜어내는 일손지도(日損之道)’를 노렸지만 역시 관계로 무너졌다. 관계로 인해 내려놓음의 선택이 가로막힌 원인은 역시 관계가 설정하는 의리. 결국 모든 인간사는 관계라는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렇게 중요한 관계가 무너지는 가장 근본적 이유는 역시 사심이다. 사심은 기원전부터 인간을 지배해 왔고 아직 진행형이다. 그래서 사회의 모든 관계는 사심과 이권이라는 천라지망에 얽혀 돌아간다. 몇 년을 성심성의껏 모시고 부족함을 채워주었던 선배의 깨끗한 배신은 충격이었지만 삶의 정답으로 치부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고 역시 내려놓음의 대상이 된다. 여기에 8년을 성심으로 도와주었던 한빛원전에게 받은 대가는 모멸감이었다. 흔히 말하는 양아치 취급을 받은 것이다. 그것도 대민 홍보를 담당하는 홍보부의 책임자에게 받은 모멸감은 주민이 받으면 안 되는 것이기에 더욱 충격이다. 지역 출신 중간 간부와 책임간부들이 겨우 심어놓은 좋은 이미지는 타 지역 출신 직원들에겐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대충 2~3년 때우고 가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불화는 남은 자들의 몫이다. 결국 소통까지 불통으로 만들고 우군을 적군으로 만들어 놓고 자신들은 왔던 곳으로 돌아간다. 이들에게 한빛원전과 지역민과의 소통 혹은 관계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래서 막말을 하고 갑질로 이어진다. 몇 푼씩 쥐어주는 사업비를 빌미삼은 행위는 주민을 양아치 이상으로 보지 않는다. 효동에서 내려놓음을 흉내 내려고 했던 시도는 관계에 이끌려 배신과 갑질로 얼룩진 이상한 모양새로 현실을 만들고 말았다. 처음은 아니다. 몇 년 전 한빛원전은 문화사업 보조금을 위해 서류를 요구 했고 3번을 다시 작성하게 했다. 문제는 자신들이 쓰는 양식을 주지 않은 상태에서 양식에 맞을 때까지 요구했다는 것이다. 불만 제기에 돌아온 답은 그러면 하지마세요였다. 자신의 돈을 준다는 착각에 빠져 있는 행동이다. 단돈 200만원에 이렇게 영혼까지 털렸다. 갑질과 불통은 직원순환제에 따른 무책임의 발로다. 특히 이번 홍보부의 행위는 이미 도를 넘었다. 사업을 신청한 사람에 앞서 지역의 주민이다. 폭언을 던질 대상은 아닌 것이다. 문제는 사업비 몇 푼을 쥐고 있다는 알량한 우월감이다. 하지만 자신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은 아니다. 이미 지어진 원전이니 배척하지 말고 수명이 다할 때까지 서로 상생하자던 8년의 도움과 마음은 홍보부 1인의 독선으로 배신이 되어 돌아왔다. 사업을 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 일은 항상 일방적인 결정에 따르는 입장이니 불만은 없다. 단지 내부 사정으로 인해 신청자에게 함부로 대하는 행동이 문제라는 것이다. 신청자 역시 한빛원전 그것도 홍보부에서는 싸안고 가야하는 지역의 주민이다. “나이도 드실 만큼 드신 분이라는 모멸적 발언은 내려놓지 못하고 죽을 때까지 마음에 담고 가야할 상처로 남았다. 이번에 같이 화살을 맞은 정회원만 자그마치 250명이다. 홍보부의 역할을 묻고 싶다. 이러한 행동은 직원 전체를 물위에 뜬 기름으로 만든다. 물론 곧 떠날 곳이니 책임감은 없겠지만 남은 직원들은 지역에서 배척이라는 산성에 갇히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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