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GS25’ 사태가 불거지면서 젠더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정확히 말하면 전보다 조금 더 부각 되었다는 의미지 잠잠했었다는 뜻은 아니다. 도대체 아직도 낯설기만 한 젠더라는 말은 어디에서 출발해 현 시점까지 와 있는 것일까. 사전적 해석은 생물학적 성()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의미의 성()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되어 있다. 성을 뜻하는 섹스(sex)는 생물학적인 구분이고 요즘 미디어를 달구는 단어 젠더(gender)는 사회적 구분이란 뜻이다. 특히 젠더는 역사·문화·사회적 상황에 따라 변화 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요즘 사회 저변은 물론 각종 단체와 정치계 그리고 국회까지 젠더문제는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현상이다. 심각하지만 결코 심각하게 말할 수 없는 주제로 나라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물론 그만큼 민감하고 중요한 주제다. 몇 년 전, 미 투가 사회 곳곳에 터지면서 더욱 심각한 사회현상으로 자리를 잡은 성과 젠더 문제는 결국 남녀 갈등으로 치닫고 이를 시작으로 세대간 갈등까지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왔다. 여기에 성소수자의 문제까지 더해져 현재 한국은 정리가 필요한 배추밭 꼴이 되었다. 서울과 부산의 시장은 성문제로 다시 치러졌고 한 달이 멀다하고 정치권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성관련 범죄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쯤이면 한국은 성()공화국이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정적을 공격하는 막강한 무기가 되었고 여기에 관련된 유명인과 정치인까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자신의 성 정체성을 확인시키는 방법으로 가장 선호하는 것이 젠더 문제를 내세우는 것이다. 일반인이 보기엔 전혀 문제가 없는 발언을 어떻게든 물고 늘어져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려는 말꼬리 잡기놀음이 아무리 유치해도 일정 대상을 끼워 넣을 수만 있다면 일단 성공이다. 대상은 외눈이 되기도 하고 절름발이가 되기도 한다. 이젠 대화 도중에 비유적으로 쓸 만한 단어는 거의 없다. 특히 원래의 뜻까지 왜곡해 공격하는 억지 주장은 당해낼 재간이 없다. 다만 이러한 정치인들의 수준을 가늠할 뿐이다.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성평등이라는 뜨거운 주제는 사실 조선시대의 불평등에서 출발한다. 소위 남존여비라는 귀에 익숙한 말이 실행되었던 시대다. 물론 실제는 상당히 과장되고 왜곡된 사실이었지만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기도 했다. 조선 후기로 접어들면서 성리학이 조선의 중심사상으로 자리매김할 당시부터 남성중심 사회로 축이 옮겨졌다. 이전에는 장가(장인의 집)를 갔다는 표현을 썼고 실제 신랑은 결혼을 신부 집에서 했다. 그리고 장인은 자신의 집 한켠에 서옥(사위의 거처)을 마련해서 딸과 같이 살게 했다. 신혼부부가 아이를 낳고 어느 정도 성장을 하면 비로소 시집으로 옮겨 살았으며 유산은 아들과 딸이 고루 받았다. 하지만 성리학은 이러한 풍습을 비롯해 서슬이 퍼렇던 조선의 내명부와 내실 권력까지 상당히 무력화시키는 데에 일조를 했다. 역설적이게도 여기서 탄생한 것이 바로 현대의 현모양처. 그리고 그 상징으로 나타난 대상이 바로 신사임당이다. 그는 가장 고액권의 인물로 김구 선생을 제치고 선택되었다. 모양은 분명히 여성존중이지만 이면엔 현모양처라는 굴레가 씌워져 있다. 중요한 것은 현모양처라는 단어는 100여 년 전 개화기를 틈타 들어온 외국의 새로운 여성상으로 조선시대에는 없는 말이었다. 다시 자세히 다루겠지만 현모양처는 미사여구를 이용한 여성 복종의 굴레임을 알아야 한다.

조선의 태평시대라는 세종과 성종 연간에 일어난 성 스캔들이 어우동과 유감동 사건이다. 두 분의 현군들은 이들에게 사형을 내렸다. 하지만 상대였던 남자들은 아무도 사형을 받지 않았다. 성의 정숙은 여자에게만 부여된 사회적 명령이었다. 요즘의 시각으론 상당히 불편하다. 하지만 요즘 ‘GS25’, ‘남혐(男嫌)’ SNS를 달구고 있는 단어를 보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리고 남성가족부, 남성의 전화, 남성단체협의회, 남성회관등이 떠오른다.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평등과 남녀 간의 사랑이지 혐오가 아니다. 과거의 조선 후기의 성적 불균형은 평등으로 보상되어야 하고 부족한 것은 사랑으로 채워야 한다. 미움과 갈등은 사회를 무너뜨린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