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며칠 있으면 5.18이다. 우리 세대에겐 가장 아픈 기억이지만 이젠 조금씩 희석되어 가는 중이기도 하다. 하지만 희생 당사자와 가족의 상처는 아직 진행 중일 것이다. 특별법을 제정하고 마무리가 되어야 할 사안이 여전히 답보상태이니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 학살 당사자는 여전히 호의호식하며 잘살고 있다. 반성이나 사과도 없음은 물론 당당하기만 하다. 역사적인 정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음의 반증이다.

5.18이 다가오자 여야가 동시에 광주를 찾는 진기한 모습을 보였다. 여당은 이해가 가지만 야당은 솔직히 용인이 힘들다. 5.18특별법을 반대하고 북한군개입설까지 일부에서 인정하고 있는 당이 5.18묘역을 찾는 모습은 솔직히 가증스럽다. 얼마 전,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광주를 찾아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여기서 진실성을 읽는 시민이 몇이나 될까. 찾아오는 것도 자유고 앞으로 역사 세우기를 잘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 또한 자유다. 하지만 선거정국으로 돌아가면 모든 행동은 다시 원상복구가 되니 문제다. 최근 북한개입설을 주장했던 북한군 출신이라는 인물이 양심선언을 하면서 이러한 수구들의 주장은 뒤집혔지만 말도 안 되는 이러한 주장이 정치권에서 한동안 자리매김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더욱 놀랍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정치권 수준이다.

얼마 전에 노태우 씨의 아들이 광주를 찾아 아버지의 전과를 사죄하고 돌아갔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찾는 모습에서 어느 정도의 진실성을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의 자서전에 쓰인 왜곡을 아직 고치지 않고 있으며 전혀 언급이 없다. 이러한 상황을 5.18유족 회장은 아버지 노태우의 죽음이 가까워지자 국립묘지 안장을 노린 퍼포먼스라고 꼬집었다. 대단한 사람들이다. 인간이 되기 위한 조건의 한계를 가름지어 주는 사람들이다. 특히 정치권과 재계의 인물들에게 이러한 경계선을 넘나드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2류 지식인으로 분류가 되는 정치를 하고 싶은 학자들이 거의 같은 수준을 보인다. 그들은 한 번이라도 더 방송과 미디어에 노출되고 싶어서 갖은 막말을 던지고 인신공격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상대가 이를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행동이라도 하면 모여서 웃으며 즐긴다. 현재 그들의 대상은 조국 전 장관이다. 이들은 모여서 조국 교수가 자살할 것이라는 예상 발언을 날리며 낄낄댔었다. 그리고 아직 공격의 화살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인간이 이렇게까지 악한 짐승이라는 데에 요즘 새삼 놀랐다. 모든 사안에는 적당히라는 말이 있다. 흔히 너무 심하면 적당히 하고 끝내자는 말을 한다. 하지만 이들에게 적당히는 없다. 상대가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정치권에서 얼쩡대는 인간들의 일부가 만들어내는 이러한 현상은 그야말로 인성(人性)의 미스터리다.

요즘 여당의 행보도 만만치 않다.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증명되고 있다. 소위 수박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모습은 위태롭다. 며칠 전 민주당사 앞에서 일부 진보 당원들의 시위가 있었다. 내용은 개혁을 완수하라는 것이다. 최근 민주당 일부 의원이 주장하는 민생이 먼저라는 말은 개혁을 미루겠다는 뜻이다. 과연 민주당이 최대 의원 숫자로 해낸 일이 무엇일까. 아무것도 제대로 결말을 지은 사안이 없다. 장관 3명이 상처를 입으며 올린 공수처는 1호 사건으로 조희연 진보 교육자를 타겟으로 삼아 자신의 살에 칼을 겨눴다. 여당 지지자들이 한결같이 원하는 사건은 모두 외면했다. 지지자들의 민심은 현재 민주당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개혁이라는 깃발을 슬며시 내려놓겠다는 주장은 그나마 남아있는 지지자들을 배신하는 행위다. 의원 개개인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의원만 해 먹으면 그만이겠지만 세상은 다시 혼란으로 빠질 것이 너무 자명하다. 국민의힘 전 대표와 현 국회의원 2명이 미국으로 향했다. 한미정상회담을 앞에 두고 백신 구걸을 한답시고 미국으로 건너가 전혀 영향력 없는 실무자급에 해당하는 부차관보도 만났다고 한다. 그리고 국내 신문은 대서특필해 주었다. 소위 김빼기와 공 가로채기 작전이다. 과연 이들에게 국민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일이라도 있을까. 백신 수급률이 세계 꼴찌라고 국민의힘 대표가 방송에서 떠들었다. 팩트는 현재 세계 9위다. 망국을 간절히 바라는 이들과 협치를 말하는 민주당 의원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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