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얼마 전에 귀한 책을 한 권 구입했다. 국내 옛날 일간지의 톱을 캡처해서 엮어 놓은 것으로 언론지를 바탕으로 한 역사서다. 그래서 언론이 기록으로 남으면 사서가 된다는 말이 있다. 제목은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이다. 내용은 1884년부터 1945년까지의 사건 사고를 기록한 신문의 1면이다. 부제는 “신문을 펼쳐 역사의 흐름을 읽는다”이다. 연도별로 굵직한 사건들이 해설을 곁들여 편집이 되어있다. 가장 먼저 떠들어 본 기사는 1936년도에 벌어진 ‘일장기 말소 사건’이었다. 당시 「동아일보」는 조선총독부의 검열을 받지 않는 2판부터 손기정 선수의 가슴에 붙어 있던 일장기를 지워버렸고 나중에 발각, 사회부장 현진건 등 8명이 구속되고 신문은 무기정간 처분을 당했던 사건이었다. 주역이 동아일보였던 것은 맞지만 시작은 여운형이 사장으로 있던 「조선중앙일보」였다. 동아일보가 2판을 기다려 일장기를 내렸지만 조선중앙일보는 이미 당일 13일에 일장기를 지우고 사진을 실었기 때문이다. 결국 조선중앙일보도 자진휴간을 거쳐 폐간을 하고 만다. 비록 오래전이지만 참 언론이요 참 기자의 모습이다.

아직도 생생하게 1988년 한겨레신문의 창간을 기억한다. 거의 학보 수준의 안쓰러운 모습으로 거리에 얼굴을 내밀었던 최초의 활자 종이와 한글 가로쓰기가 조금은 충격이었고 한편으론 믿음을 주는 신선함으로 다가왔었다. 동아일보의 해직기자들이 “국민 대변하는 참된 신문 다짐”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백두산 천지 사진을 ‘6천만의 희망’이라는 제목을 달아 참 언론을 표방하며 돛을 올렸다. 당시 국민주를 모집했던 기억이 새롭다. 아직 한국에도 기자가 있다는 안도감도 상당한 몫을 차지했었다. 감동은 여기까지였다. 현재 모든 신문은 정권바라기가 되었고 때로는 사익을 위한 편 가르기, 진영논리, 색깔론 등으로 사회를 어지럽게 만들고 있다. 본연의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가슴 설레던 과거의 참 기자는 희귀직종이 되었다.

10여 일 전, 대통령은 미국방문을 무사히 마치고 귀국했다. 60년을 넘게 지켜봤지만 미국과의 회담이란 항상 을의 관계에서 무언가를 얻으러 갔던 게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전혀 달랐다. 한마디로 ‘대등한’ 만남이었다. 자연스럽게 ‘기브 앤 테이크’가 이루어졌고 회담은 역사 이래 가장 성공적으로 끝났다. 하지만 모든 언론은 성과에 침묵했다. 오히려 온갖 트집을 잡기에 여념이 없었다. 더욱 큰 문제는 사실에 기인하지 않은 기사들이었다. 가장 큰 성과였던 미사일 규제를 풀어 미사일 주권을 찾아 우주개발의 토대를 마련했지만 포털엔 거의 전멸이었고 55만 병사의 백신은 55만 한국주둔 미군 병사용으로 둔갑해서 실렸다가 후에 고쳐 싣는 해프닝을 벌렸다. 미국의 한국 주둔군이 55만 명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중에 안 모양이다. 여기에 한국 최대 신문사들이 뽑은 제목도 가지가지다. 그중 압권은 “햄버거도 못 먹은 대통령”이다. 일본 스가 총리는 햄버거를 대접 받았는데 우리 대통령은 햄버거 대접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모 유력 신문 국제부장은 “44조 원짜리 크랩케익 오찬”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특히 귀국 후 기자회견장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기자들이 모여 보여준 모습은 수준의 끝을 보여준다. 소위 선택 된 최고의 기자들이 질문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30초 가까운 정적이 흘렀고 결국 대통령은 “여기자 분”들에게 우선권을 주었다. 하지만 질문 한마디 못했던 부끄러움을 ‘성차별’로 역공격했다. 이정도면 부끄러움을 넘어선 파렴치이다. 질문 무능력 형태는 과거 오바마 방문 기자 회견장에서도 벌어졌었다. 작금 대한민국 대표 기자들의 민낯이다. 대통령은 한국 기업이 차린 44조 밥상에 숟가락을 얹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들의 투자처를 마련해 주었고 최초의 대등 회담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우리는 대만처럼 폐쇄 방역이 아닌, 무역을 하면서 열어 놓고 세계 최고의 코로나 방역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래서 대만처럼 단 한 사람의 확진자로 무너지는 일은 없다. 남을 돕고 칭찬하는 것은 우리 민족의 미덕이다. 다만 정치권에서만 통하지 않는 미덕이다.

5월 수출이 증가율 45.6%로 32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그것도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최고 수준의 방역을 해내면서. 하지만 이를 다루는 기사를 포털에서는 찾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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