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최근 중요한 판결이 있었다. 일제 강제동원에 따른 피해배상 건이다. 그런데 알다시피 납득이 안 되는 판결이 나왔다. 법리적인 판단만으로 내린 결론이라면 그나마 소신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국제관계까지 운운하며 외교관의 시선까지 첨가해서 우리 국민의 강제동원 사실을 일본은 책임 없음으로 판결했다. 판결문의 세부사항을 해석해보면 판사의 주장은 명료하다. ‘일본이 싫어해서이다. 일본이 싫어하면 국제관계에서 우리의 입지가 곤란해진다는 것이다. 판사가 국제관계까지 걱정을 하며 판결을 내려야 하는 것인지 납득이 안 된다는 사람이 많은 걸로 봐서 개인적인 생각만은 아닌가 보다. 특히 위험한 것은 그의 판결문 전문에 드러나는 생각이 일본 극우를 닮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을 좋은 쪽으로 전환하려 해도 대법원의 판결까지 뭉개버린 그의 판단은 우리나라 국민의 정서가 아니다. 그냥 일본 편이다.

여기에 최강욱 의원의 판결까지 더해져 대한민국 판사의 수준을 가늠케 했다. 인턴 증명서 한 장이 그를 전과자로 만든 것이다. 정경심 교수의 표창장 한 장이 불러온 참사와 닮은꼴이다. 팟케스트 방송에서 진행자의 증명서 발급질문에 사실이라는 답을 한 것이 선거법의 허위사실유포에 해당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대다수의 출마자들은 사전에 떠도는 소문에 자신이 불리한 내용은 수긍을 하지 않는다. 정경심 표창장 경우처럼 털어내면 당시 입시제도에서 걸리지 않을 사람이 없고 최강욱 의원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리고 당시 지상파 유력 방송에서도 출연해 같은 답을 했지만 언더방송인 핏케스트에서 했던 발언을 문제 삼은 것 역시 큰 방송과는 얽히지 않으려는 의도가 읽힌다. 문제는 인턴 당사자가 조국 전 장관의 아들이라는 데에서 찾아야 한다. 당시 인턴자와 음식까지 같이 먹었다던 법정증언은 이유 없이 채택되지 않았다. 이쯤이면 법의 잣대는 판사 마음대로이다.

자국민의 억울함보다 일본의 입장과 눈치를 먼저 살펴야 하는 판사와, 법의 형평을 언론과 시국에서 찾는 판사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현실이 답답하다. 사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안의 최종 판결점이 판사라면 그만큼 중요한 역할임에 틀림이 없지만 외풍에 흔들리는 법리는 사회의 기반을 무너뜨린다.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을 말하며 사법개혁까지 언급이 되었음을 우리는 기억 한다. 어쩌면 가장 큰 문제로 다가오는 것이 사법권의 불신이기 때문이다. 물론 판사 일부의 문제이긴 하지만 그 영향이 사회전체를 뒤흔드는 사건일 때에는 심각한 결과를 가져온다. 이번 일제강제동원의 건은 국가의 정체성마저 흔들어 놓기에 충분한 충격을 주었다. 원인은 우리의 공교육이다. 서바이벌 식의 경쟁교육만 추구해서는 인성을 상실한 지식괴물만 양산해 내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리고 역사를 무시했던 과거의 교육은 민족이라는 거대한 동감의 시너지를 잃게 만들었다. 우리 아이들은 아직도 일본인이 만들고 이병도가 가르친 황국사관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판사가 만들어지고 국가에 우선하는 개인 이권만을 추구하는 정치인들이 수도 없이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국가주의가 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민족동감의 카르텔은 유지해야 맞다. 가장 우선해야 하는 것은 교육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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