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택 시인

정형택 시인
정형택 시인

님아, 그 속도를 넘지마오

영광읍내서 10분쯤 광주쪽을 향해 달려나가면 보이지 않는 영혼이 님을 부르며 달리는 자동차에게 애절한 목소리로 그 속도를 넘지 말라는 부탁을 하는데 그 누가 그 속도를 넘으며 달려가겠습니까.

여느 지역이나 여느 곳에 세워진 표말로 말한다면 속도를 줄이시오’ ‘무인카메라작동중이라는 정도의 표말이었을텐데.

유독히도 깨끗한 전광판문자에서 님아, 그속도를 넘지마오는 이성적 판단을 넘어 감성적인 호소가 깃들여 있어 달리던 속도기에 시선을 집중하리라 생각해봅니다.

정말 앞서가는 생각이구나. 누가, 선뜻 내놓기 어려운 의견이었을텐데 그 의견을 내놓은 사람이나 그 의견을 묵살하지 않고 이렇게 아름다운 표현으로 교통법규준수를 유도한 사례를 만들었으니 우리지역의 발빠른 문화적 수준이 자랑스럽습니다. 좀 선급한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마는 아직까지는 사고없이 그 속도들을 넘지않고 있어 교통진행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읍내쪽에서 한곳, 광주에서 들어오는 신천리 쪽에 한곳, 오른쪽,왼쪽,양쪽에 있어 들고날때마다 무뚝뚝하지 않은 문구로 과속을 자제해주기를 권하고 있어 교통지도 표말로는 최고의 수준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 전광판이 세워진 시기가 지난 1월인가 2월인가로 아는데 그 시기에는 모방송사의 트롯트경연 프로그램으로 전국이 떠들썩했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때 신예가수가 부르던 노래중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가 있었는데 아주 반응이 좋은 노래였습니다. 그곡은 듀엣작곡가로 널리 알려진 <혼수상태>의 작품이었다고 하는데 이 노랫말을 패러디하여 <님아, 그 속도를 넘지마오>가 탄생한 것입니다. 방송을 보면서 의견제출자는 시청에만 머무르지 않고 교통안내판으로 사용하면 어떨까로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참 좋다고 하니 그냥 좋은 것이 아니라 게시되는 문구하나에도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이 있어 사회가 아름다워지는가 봅니다.

이왕지사 <님아, 그 속도를 넘지마오>에 유래된 스토리를 알고가면 더 좋지않을까 해서 그 배경된 이야기를 상고시대로 안내해봅니다.

우리의 고전문학사에 상고시대의 문학이야기를 하려면 백수광부의 처가 지었다는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를 뺄 수가 없습니다. 창작연대미상의 이 노래는 고대가요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완전한 내용과 형식은 알수없지만 그것을 조선시대 문인들이 대동시선,청구시초,열하일기등에 옮겨 전합니다. 설화의 내용은 백수광부가 머리를 흐트러내리고 호로병을 옆에차고 험난한 강물을 건너려할제 뒤따라오던 아내가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 하면서 그를 만류했지만 익사하고 말았습니다. 그를 구해내지 못한 아내가 슬픔을 못이겨 공후라는 악기를 타면서 이렇게 노래했다고 합니다.

 

임이여 물을 건너지마오(公無渡河)

임은 결국 물을 건너다 (公竟渡河)

물에 빠져 죽으니 (隋河而死)

장차 임을 어이할꼬 (將奈公河)

 

이 전해지는 노래가 <공무도하가>이며 공후라는 악기로 노래했다하여 <공후인>이라고도 전합니다.

이렇듯 교통표지판 하나에서 이야기가 생겨나듯 모든 것은 조금 더 생각해서 진행하면 훌륭한 문화와 연결될수 있음도 알아보았습니다. 오늘도 그 길을 지나며 스토리텔링이라도 전하듯 나누면서 즐거운 나들이가 되도록 해봅시다. 그러면서도 절대 님아, 그 속도를 넘지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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