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마을 장동(백수읍)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접근으로 지역을 활기 있고 역동적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행복한 우리 마을을 만들기 위해 기쁨은 나누고 위기를 함께 극복하는 마을공동체가 맥락을 함께한다. 나와 이웃이 함께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 마을공동체사업의 추진과정과 주민들의 변화된 삶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소멸 위기에서 공동체 부활을 꿈꾼다

지방소멸은 도쿄대 교수 마스다 히로야가 쓴 연구서 이름이다. 2014년 일본의 출산률(1.35)이 지속된다면 2040년 일본의 896개 지자체가 소멸한다는 연구결과를 마스다보고서로 발표했다. 896개는 일본 전체 지자체의 절반 정도의 규모이다.

한국의 상황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만 65세 이상의 전국 고령자 비율은 20007.0%에서 202016.4%20년 사이에 2배가 넘게 증가했으며 2025에는 20%가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라고 예측 한다. 그리고 수도권 인구밀집률이 너무 높다.

6500만 인구의 프랑스 수도 파리의 인구는 213만명, 8400만 인구의 독일 수도 베를린의 인구는 347만명이다. 우리나라의 201912월말 기준 국가통계포털의 주민등록인구를 보면 전체 인구 5184만명 중 2592만명이 서울, 경기, 인천에 살고 있다. 전 국민의 절반이 수도권에 살고 있고 수도권 인구 비율은 앞으로도 증가 추세이다. 농촌이 텅텅 비어가고 있고 여전히 진행형이다. 한국의 농촌은 여러 가지 어려움에 당면해 있는데 그중에서도 인구 감소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푸른마을 장동은 백수읍 장산2리 주민들이 모여 2020년부터 활동하고 있는 마을공동체이다.

장동마을은 90여 호의 가구가 살았던 동네였으나 현재는 42가구 약 60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작은 농촌마을이다. 연안김씨의 집성촌이고 최근에는 인천 등 외지에서 이주해오신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

2020년 김성헌 대표를 중심으로 단합이 잘 되던 예전 마을의 공동체를 부활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추진 중이다. 작년과 올해 장동마을에서 추진하는 마을활동은 크게 4가지다.

첫 번째 활동은 매월 1회 부녀회원 중심으로 점심식사를 준비해서 마을주민들이 밥 한끼를 함께 나누는 마을밥상이다. 마을에서 함께 하는 문화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어 한달 한번이라도 얼굴 보고 얘기하며 식사하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계획한 활동이다. 여러 가지 활동 중에서도 가장 참여도와 호응이 높다.

두 번째 활동은 마을의 중심에 흉물처럼 있던 공터를 정리해 마을공원을 만들고 관리하고 있다. 마을경로당 뒤편에는 폐가를 정리한 공터가 잡풀이 우거진 상태로 방치되어 있어 마을경관을 해치고 있었다. 2020년 중장비로 터를 닦고, 화단의 경계를 만들어 마을공원을 조성했다. 꽃을 좋아하는 동네주민들이 주축이 되어 꽃과 나무를 구획 지어 심고, 폐목재들을 가져와 벤치와 테이블을 만들어 배치했다. 수시로 풀을 정리해야 하고 식재한 꽃과 나무가 잘 자라지는 않아 올해에도 제초작업과 보행로에 야자매트를 설치하는 작업을 했다. 덥고 힘든 일이지만 가끔 고향을 찾는 향우들이 마을이 너무 예뻐졌다고 한마디씩 하면 보람이 느껴진다고 한다.

세 번째 활동은 영농폐기물 수거장을 만들고 유지하는 활동이다. 농촌의 쓰레기, 특히나 영농폐기물들은 모든 농촌마을들의 공통된 문제이다. 푸른마을 장동은 공동체활동으로 2020년 영농폐기물 수거장을 만들어 폐비닐, 농약병 등을 분류하고 인근 고물상에 판매하여 마을운영자금으로 활용하고 있다. 쓰레기 관련한 문제는 마을주민들의 의식개선과 교육이 꼭 필요한 부분이여서 정기적인 마을교육이 필요한 문제이다.

네 번째 활동은 마을주민들이 공동으로 경작하는 마을텃밭이다. 무상으로 임대받은 400평 규모의 밭에 주민들이 공동작업으로 고구마를 심고 키우는 중이다. 수확한 고구마는 돌봄이 필요한 마을주민들에게 무상 분배할 예정이다. 마을텃밭은 장차 마을소득 활동으로의 전환을 고민하며 시작한 시범활동이다

푸른마을장동도 대부분의 농촌마을들이 가지고 있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 작년에만 세분의 어르신이 돌아가셨고 그 숫자만큼 빈집이 생겼다. 작년부터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마을공동체활동도 모든 주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는 않는다. 참여하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간의 의견대립도 생기고 있다 한다.

마을의 문제는 많은 부분이 외부적 환경과 연결되어 있다. “거대한 사회를 바꾸고 제도를 바꾸기는 힘들겠지만 내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 이웃들과 바로 실행해볼 수 있는 작은 실천을 계속 시도해보는 것이 내 역할이지 않겠냐는 김성헌 대표의 마지막 얘기를 되새겨 본다. /류일만 영광군마을공동체지원센터 사무국장

 

푸른마을 장동 김성헌 대표 인터뷰

사람이 북적이고 쉴 때는 단합하는 마을로

작년에 이어 2년차 마을공동체활동이 진행 중입니다. 공동체 활동을 통한 마을의 변화가 있다면 어떤 변화가 느껴지시나요?

큰 변화가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작년에는 새로운 활동에 대한 관심 때문에 참여도가 높았는데 올해는 계속 참여하는 분들만 참여하고 있습니다. 영농 쓰레기 수집장을 만들고, 마을공원을 조성하며 마을 환경은 더 좋아졌는데, 마을주민들의 관계에서는 변화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마을공동체 활동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나이 드신 분들이 마을 일에 참여도 많이 하고 관심도 많으십니다.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은 돈도 벌어야 하고 사회활동도 많아서 마을 일에 참여도가 낮습니다. 그런데 갈수록 노령화가 되어서 마을일, 마을공동의 일에 관심있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소수의 주민들이 열심히 참여하고 고생하며 활동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런 마을공동체활동이 여유 있는 사람(농사일이 적거나 없는)들의 사치스러운 활동이라 보는 주민들도 있습니다.

대표님이 생각하는 푸른마을 장동이 가진 장점과 약점에 대해 얘기해주신다면?

우리 마을은 씨족 마을, 일가친척 관계라 기본적인 소통의 문제는 없는 편입니다. 빈부격차가 크지 않고 경제적으로 특별히 어려운 가구가 없는 마을이란 점도 장점입니다. 어려운 부분은 30대에서 60대까지의 비교적 젊은 주민들의 마을활동 참여가 부족한 점과 귀촌하거나 귀향한 주민들과 원주민이 잘 어울리지 못하는 문제입니다.

주변 마을과의 관계는 어떤가요?

장산리에는 예전부터 산업계가 있어서 매해 3개 마을이 돌아가며 장산리 전체 주민들이 모여 식사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다른 마을들은 산업계가 많이 없어졌던데 장산리는 아직 남아있어서 주변 마을들과 교류할 수 있는 통로입니다.

예전의 마을과 지금의 마을을 비교하면 어떤 차이점이 느껴지시나요?

제가 어렸을 때 마을은 집집마다 사람이 많고, 여름이면 마당에 모깃불 피워놓고 늦도록 이집 저집 돌아다니며 놀던 기억, TV가 있는 집에 모여 마당에까지 우르르 모여앉아 드라마를 보던 그런 기억이 납니다. 옛날 마을에는 어른이 있어 마을의 대소사와 갈등문제에 개입하고 정리하는 역할을 하셨는데 지금의 마을은 그런 어른이 없는 상황입니다. 노인은 많지만 정작 어른은 없는 상황이죠.

마을이 어떤 모습의 마을로 변하길 바라시나요?

주민들의 생각이 바뀌어서 마을 전체를 같이 고민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갈수록 어르신들의 연세가 많아지고 혼자의 생활이 어려워져 가는데 어르신들이 모여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면 어르신들의 노후생활에 도움이 될 겁니다. 예전의 마을처럼 사람이 북적이고, 쉴 때는 모두 단합해 잔치를 하며 흥겹게 놀고, 마을사업을 통해 주민들의 돈벌이도 어느정도 가능한 그런 마을이 되어 가길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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