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진 사회복지법인난원 영광노인복지센터장

유튜브에서 최준이 인기다.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긴 한데 내가 알고 있는 그 사람인지 긴가민가해서 몇 번을 쳐다봤다. 개그맨이라는데 개그 프로그램에서 김해준은 누군지 기억이 없고 최준이라고 해야 아 그 사람!’ 하면서 떠올려진다. 작년부터 우리나라에 부캐열풍이 불고 있다. ‘부캐라는 말이 대중화될 수 있었던 중심에 유재석이 있었다. 그의 첫 부캐는 MBC의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그가 드럼 연주에 도전하면서 유고스타 라고 불렸던 것에서 출발했다. 이후 두 번째 부캐인 트로트 가수 유산슬이 히트를 치면서 대중들에게 부캐의 개념을 각인시키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이외에도 유재석은 유라섹, 유르페우스, 닥터유, 유두래곤, 지미유, 유야호~ 등의 수많은 부캐들을 매주 마다 완벽히 소화해내며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개그맨 김신영도 둘째이모 김다비로 한동안 유명세를 탔다.

생각해 보면 나 역시 다양한 부캐들을 가지고 살아간다. 가정에서는 남편과 아빠로, 부모님에게는 큰 아들로, 직장에서는 시설장, 형제들에게는 형이나 오빠, 모임에서는 총무, 이웃에게는 인사 잘하는 403호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엄마는 우리한테 말하는 것하고 자모들한테 전화 받는 것 하고 왜 그렇게 말투가 달라져?” 딸이 아내에게 한 말이다. 우리는 각각의 상황에 따라 말과 행동이 달라진다. 이 같은 현대인들의 다중적 자아의 성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적절한 예가 바로 SNS에서의 멀티 페르소나이다. 요즘 인스타그램에서는 본 계정은 그대로 유지한 채로 또 다른 계정을 만들어 관심사에 따라 자신의 다양한 정체성을 공유하는 부계정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야호, 김다비, 최준. 이들은 실존 인물이 아닌 새롭게 만들어낸 캐릭터들이다. 부캐란 시사상식 사전에 따르면 게임에서 사용되던 용어로, 온라인 게임에서 본래 사용하던 계정이나 캐릭터 외에 새롭게 만든 부캐릭터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라고 한다. 이후 일상생활로 사용이 확대되면서 '평소의 나의 모습이 아닌 새로운 모습이나 캐릭터로 행동할 때'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MZ세대는 부캐에 열광하는 걸까. MZ세대는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플랫폼이 기성세대에 비해 다양하다. , 학교, 회사, 동호회 정도가 일상의 전부였던 이전세대와 다르게 상황과 장소에 따라 모습을 자유롭게 바꾸며 살아간다.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도 여러 가지다. 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SNS인 인스타그램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한 명이 여러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는 건 이미 일반적인 사용 형태라고 한다.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퇴근 후에 또 다른 직업을 병행하는 부캐 만들기를 꿈꾸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1,202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부캐를 주제로 조사한 결과, 73.5%가 부캐를 갖고 싶다고 답했다. 부캐를 갖고 싶은 이유로는 45.6%자기만족을 위해서’, ‘부수입이 필요해서41.7%, ‘언젠가 직장을 떠나게 될 것에 대비해서라는 응답이 41.2%로 상위에 올랐다. 이어서 나의 다른 자아를 실현하고 싶어서34.2%,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 17.4%, ‘매너리즘에 빠질 것 같아서의 응답이 14.6%를 차지했다. 실제 부캐로 활동하고 있는 직장인은 10명중 3(25.1%) 수준이었다. 이 같은 부캐 활동은 직장생활에도 대부분 긍정적 영향’(95.7%)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를 보면 본캐 외에 부캐 활동을 하는 이유는 개인마다 다를지라도 직장생활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이처럼 우리는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고 스트레스를 지혜롭게 해소할 수 있는 부캐 열풍의 세상에 살아가고 있다. 부캐는 자아를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세대의 등장과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의 출현,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 전환 등이 반영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상대가 원하는 역할을 강요받아 왔던 사회. 이런 생활에 익숙해진 틀에서 벗어나 내안에 또 다른 나의 새로움을 표현할 수 있는 부캐 트랜드.

내가 가지고 있는 부캐는 무엇이고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여러분은 어떤 부캐를 꿈꾸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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