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옛날 말에 너무 과분하게 큰 감투를 쓰면 앞을 보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감투가 너무 커서 눈을 가리기 때문이다. 요즘 다가온 대선으로 인해 정가가 어수선하다. 그리고 과분한 감투를 차지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물론 유능한 사람들이 나서서 능력을 겨루고 검증을 받아가는 과정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니 말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능력과 실력을 벗어난 도덕성이다. 나라의 리더가 되는 기본은 바로 양심과 도덕이다. 만일 이러한 기본을 벗어난 인물이 국가를 이끌게 되는 일이 벌어지면 제2의 국정농단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최근 야권의 유력한 후보 장모가 3년 형을 받고 법정구속 되었다. 자격이 없는 상태에서 의료법인을 설립하고 건보에서 22억을 부당 수취한 혐의다. 의견은 생각대로 진영으로 나뉘었다. 하지만 야당대표의 발언은 지극히 실망이다. 물론 비호의 입장이니 이해는 가지만 적어도 최고 야당의 유망한 청년 정치인이라면 발언을 심사숙고함이 옳다. 자신이 내세운 이미지가 새로운 청년정치라면 적어도 사안이 옳지 않으면 말을 아끼는 것이 맞고 비호를 위한 이상한 변명을 하면 안 된다. 그의 연좌제발언은 그래서 최악이다. 이번 윤 전 총장 장모 사건은 연좌제와는 관련이 없다. 그냥 오래 전에 벌어졌던 국가기금편취사건의 판결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시 4명의 공모자 중에서 유일하게 혼자만 처벌이 되지 않은 이상한 현상의 소위 뒷배를 다시 수사하자는 것이 사건의 본말이지 장모의 사건을 문제 삼아 대통령 후보 자격을 흔들자는 의도는 전혀 없다. 다시 말해 후보 본인의 개입여부는 문제가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적어도 대선의 후보라면 당연히 거쳐야할 검증의 절차다. 여기에 부인의 행적은 더더욱 중요하다. 당연히 국가기관의 일부가 되는 영부인의 후보가 되기 때문이다. 역시 부인의 과거 행적은 중요하지 않다.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은 죄가 없다. 다만 범법의 행적만이 문제가 될 뿐이다. 그래서 여기에도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다. 결혼 전에 이루어졌던 사안도 도덕성을 벗어난 것이라면 영부인 후보로서 검증의 잣대가 필요하지만 혼인 중에 있었던 사안들은 경제공동체의 범위를 벗어나기 힘들다. 이를 밝히고 가자는 다수의 의견을 연좌제와 탄압으로 비틀어 호도하려는 행위는 비겁하다. 그리고 점령군과 주둔군의 의미도 바로 알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감투 쟁탈전을 보고 있다. 신성해야 할 대통령 선거에서 이러한 냄새가 풍기는 이유는 순전히 함량 미달의 후보와 도덕성 결핍의 후보들이 난무하고 있는 까닭이다. 특히 민주당의 요즘 행태는 보기에 좋지 않다. 당의 고위층에서만 집토기들의 동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토끼장의 문을 스스로 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는 절대 산토끼가 토끼집으로 들어오는 일은 없다. 단지 집토끼가 우리를 벗어날 산으로 탈출할 뿐이다. 그리고 면접관 제도를 운영하며 스스로의 후보들에게 모욕을 주는 행위는 이상함을 벗어나 기이하다. 과연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발상일까. 민주당 고위당직자는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알고도 모른 척 하며 대권보다는 당권이나 챙기자는 것인지 모호하다. 진보 정치평론가들의 상당수는 고위당직자들이 현실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다. 조국 전 장관과의 손절이 득이 된다는 생각은 이번 면접과 토론에서 잘 나타났다. 과연 그럴까. 이 또한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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