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우리 민족에게 가장 오랜 민속은 무격이다. 고대 삼한의 소도(蘇塗)라는 곳은 죄인이 숨어들어도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는 신성지역이었다. 제와 맞물려 돌아간 이러한 의식들은 아직도 우리 곁에서 모습을 감추지 않았다. 그것이 바로 무격이다. 갑자기 무격을 꺼낸 이유는 요즘 정치판에서도 이따금 보이기 때문이다. 멀지 않은 과거의 대통령 부모 묘지부터 시작해 조선의 수도를 정하는 과정 등 이야기는 차고 넘친다. 모두 유명한 역술가가 등장하고 스님이 등장한다. 그러한 전설은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 야권을 맴도는 유력 대선 후보의 혼인 비사에도 스님이 등장하고 소위 관상을 이야기 한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정치권만이 아니다. 재계에서는 더욱 밀착된 형태로 나타난다. 역술인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대부분의 사업가는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점집을 찾는다고 한다. 자신의 사업을 선택하는 데에 자신이 아닌 역술인들의 의견을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국가의 존망을 좌우하는 위치에 있던 중요 인물들이 무속인에게 의지했던 현상은 많다. 특히 조선말 민비는 나라의 궁핍을 생각하지 않은 대규모의 굿판을 벌인 행위로 아직까지 입쌀에 오르고 있다. 그리고 직전 정부의 국정농단에 등장하는 현상 역시 비슷하다. 나중에 확인 된 사실만 해도 상당한 시간과 재원을 낭비했다. 그런데 이번 대선이 시작되자 바로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나타난 것이 바로 관상과 스님이다. 물론 음모론일 수도 있고 네거티브일 수도 있다. 하지만 후보 부인의 박사 논문이 관상에 관한 것이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것도 창의적인 것이 아닌 자신이 이사로 몸 담았던 회사의 특허 마케팅 보고서였다는 사실은 상당히 당황스럽다.

이렇게 우리의 일상에서 머무는 무격이란 무엇일까. 잠시 살펴보자. 우리가 흔히 말하는 무당(巫堂)이라는 말은 맞지 않으며 무격이 맞다. 무당은 개인에겐 사용하지 않았던 용어이고 무격이 기도하던 장소를 일컫는다. 남무와 여무를 무격 혹은 국무(國巫), 사무(師巫), 아무(衙巫)라는 직급에 따른 이름으로 불렀고 무당이란 단어는 과거의 기록에 보이지 않는다. 역술원과 무격으로 구분이 되는 무속은 8할 가량이 신내림을 받은 사람들이다. 이른바 내림굿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신까머리(神氣)’가 붙어서 내림굿을 받은 사람은 2할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 바닥의 통설이다.

그리고 우리 역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스님의 법력이다. 이들은 석가가 가르치지 않은 부분까지 섭렵 공부하여 스스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다. 원래 공부하는 이판스님들의 영역에는 사주니 관상이니 풍수니 하는 역술관계의 공부는 들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스로 돈오돈수 혹은 돈오점수 깨우쳤다면 할 말은 없다. 확실한 것은 석가의 가르침에는 들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대가 어느 때인가. 달과 화성을 탐방하는 현 시대에 무슨 관상이고 역술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무속도 종교라면 종교다. 미신으로 치부하면 모든 종교가 마찬가지지만 타 종교는 얼굴로 미래를 점치지는 않으며 조상의 묘지로 후손들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이상한 생각은 하지 않는다. 과거 최고를 자랑하던 명 점술가 혹은 스님들은 자신의 운명을 점치지 못하고 때로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정치권을 맴도는 이들의 진짜 정체가 궁금하다. 세상에 왕이 될 상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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