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진 사회복지법인난원 영광노인복지센터장

7월초에 늦장마가 드는가 싶더니 남부지방에 퍼부은 집중호우의 피해를 수습하기도 전에 시작된 폭염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13일 기상청은 서울에서 첫 열대야를 기록했다고 밝혔으며 이는 지난해보다 23일이나 빠른 것이라고 한다. 전국적으로 낮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오르는 폭염도 평년보다 일주일 이상 빨리 시작됐다고 한다.

셔틀을 타기 위해 매일같이 아침 620분경에 집을 나선다. 사람들 활동이 많은 시간대가 아니어서인지 아파트 단지 내 실외기 돌아가는 소리와 실외기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제법 크게 들린다. 신호등 2개를 건너며 15분가량 걷다보면 터미널에 도착한다. 요즘 같은 날씨에는 햇빛이 강렬해서 등이 축축해진다. 살갗에 닿는 바람 한 점이 너무도 고마운 계절이다. 새벽녘에 몇 번 뒤척이다 보니 피곤했던지 차안의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잠깐의 휴식을 안겨준다. 폭염으로 잠을 설치는 밤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815분이 되면 시설이용을 위해 어르신들이 현관에 들어오시기 시작한다. “어서 오세요. 저녁에 잠은 잘 주무셨어요?”, “아따 더워서 혼났네요. 에어컨 틀면 춥고 끄면 덥고. 오늘은 얼마나 더울랑가 싶네요!” 요즘 매일같이 아침에 주고받는 인사말이다. 그러면서도 농사를 생각하면 여름에는 더워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TV를 켜니 다음 주부터 폭염과 열대야가 본격화됩니다.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된 2018년처럼 여름 고기압이 대기 상하층을 점령하면 당시와 비슷한 폭염이 기승을 부리게 될 것입니다지금 더위도 만만치 않은데 최악의 폭염일 수 있다니 듣기만 해도 숨이 턱하니 막히는 앵커의 말이다.

오전 10시에 뜨거운 태양을 머리에 이고 교촌리에 사시는 어르신을 뵈러 갔다. 텃밭에는 옥수수, 가지, 고추, 깻잎이 햇빛을 품고 오와 열을 맞춰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현관 방충망을 열고 들어가니 어르신이 반갑게 맞아준다. “사랑합니다. 더운 날씨에 건강히 잘 지내시죠?”, “크게 움직이지 않으니 그리 덥지는 않소라고 하신다. 어르신이 준비해 준 수박과 음료를 대접받으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다. 나를 보더니 귀엽소. 참 귀엽게 생겼네라는 것이다. 어찌나 감사한 말씀인지 감사합니다. 어르신! 복 많이 받으세요.” 액면 그대로 믿으랴마는 그래도 더위를 싹 잊게 만드는 어르신의 한마디로 시원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아무리 냉방시설이 잘 되어 있다고 해도 여름을 무탈하게 이겨내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기록적인 무더위가 우리의 일상을 지탱해주는 평정심을 흔들리게 할 수 있는 탓이다. 그나마도 주간에는 활동을 하면서 대화하고 일에 집중하다 보면 그럭저럭 지낼 수 있지만 휴식을 취해야 하는 밤에 후덥지근함은 정말이지 견디기 힘들다. 선풍기나 에어컨을 틀고 자다보면 숙면을 취하기도 어렵거니와 자주 깨다보면 아침에 일어나도 온몸이 나른하고 피곤하기 일쑤다. 이런 날이 며칠 반복되면 일상적인 생체리듬이 깨지면서 낮 시간에도 피곤하고 무기력한 상태가 된다.

추운 겨울철 때 보다 더운 여름철에 사소한 말 한마디로 얼굴을 붉히는 경우를 많이 본다. 가만히 있어도 더워 예민해 있는데 상대의 말 한마디가 뇌관이 되어 감정이 쉽게 폭발하는 것 같다. 발효되는 폭염주의보를 내가 어찌하겠는가.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폭언주의보는 내가 먼저 막을 수 있다. 나 뿐만 아니라 상대도 나만큼이나 예민해 있거나 짜증이 나있는 상태일 수 있겠구나!’ 라는 배려와 함께 요즘과 같은 폭염주의보가 내려지는 날일수록 타인과 갈등 상황을 빚지 않도록 주의하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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