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오랜 세월 같은 주장을 해야 하는 마음이 편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멈출 수 없는 사안이 부족한 문화공간에 관한 호소이다. 일반 군민의 아주 작은 목소리가 전달 될 가능성은 적지만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만큼 절실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군에는 문화관련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예술의전당이란 이름으로 지어진 건물은 단순 공연장의 역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그나마 최근에 지어진 문화원 역시 규모가 사무실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원이 지어질 무렵 규모를 늘려 문화복합관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했지만 역시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쓸만한 공공미술관 한 곳 없이 공연장만 대소로 나뉘어 덜렁 지어진 현실이 아쉬운 것은 영광에서 문화 활동을 하는 모든 이들이 같은 마음이다.

영광보다 재정이나 규모가 훨씬 뒤지는 지역에서도 문화공간은 우리보다 나은 곳이 많다는 사실을 알지만 아직 방법을 찾지 않고 있다. 예로 미술관을 들었지만 필요한 공간은 이 뿐만이 아니다. 접근성이 어려운 군립도서관을 비롯해 공공도서관의 어설픈 규모 그리고 규모만큼이나 형식적인 프로그램은 이제 내려놓을 시기를 맞았다. 현실적으로 지금 필요한 시설은 지역박물관과 문학관, 소규모 전시실, 군민자료실, 문화 강좌실 등을 포함한 군민생활문화복합센터인 것이다. 이러한 문화의 기반시설들이 흩어져 있으면 당연히 시너지 효과는 현저히 줄어든다. 그래서 문화복합관이 가장 효율적이다. 어린이부터 청소년, 기성세대까지 함께 아우르는 문화공간은 초 인류적 문화를 지향하는 현실에 가장 부합되는 공간이 될 것이다. 최악의 형태는 공간의 분산이다. 독서실은 독서실대로 자료실은 자료실대로, 박물관과 문학관은 또 다른 장소에 분산시켜 배치시키는 방법은 가장 소비적인 경비와 최악의 효과를 가져 올 것이며 주민의 불편까지 초래할 수밖에 없다. 우리 영광군민의 전통은 남다른 문화사랑에 있다. 특히 근현대사를 장식했던 선배들의 활동은 대단했다. 그런데 작금에 무엇이 남았는가. 자료까지 사라질 위기에 있음은 물론 전혀 조명되지 못하고 있다. 문화는 인간의 흔적이다. 선배의 정신을 후손들에게 접목시키는 의무를 우리 기성세대가 등한히 한다면 역사적 죄인이 된다. 그래서 타 시군의 문화 시책 중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문화공간이다. 소규모로 여러 곳에 분산 건립되는 공간은 효율성이 떨어진다. 특히 문화적 공간은 분산이 가장 큰 비효율성을 낳는다. 다행히 아직 영광에는 소규모의 단발성 문화공간이 지어지지 않았다. 문학관과 역사관을 겸한 박물관, 자료실, 소규모 전시실 등은 같은 장소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주장은 개인의 소견이 아니다. 경험과 통계의 결과이다. 한 건물, 한 장소에서 누릴 수 있는 문화의 편의성을 배척할 이유가 없다. 군민을 위한 기반시설에 경비와 장소를 찔끔 나누어 효율보다는 숫자의 성과에 만족한다면 업무적 이율배반이다.

이웃 고창은 우리보다 훨씬 많은 문화시설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대규모 복합문화도서관을 계획하고 있다. 부지 4,078에 연면적 3,815의 대규모 복합건물이다. 독서실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복합건물로 도서관과 생활문화를 아우른다. 분산식 건물은 당연히 경비가 더 들고 관리 역시 힘들다. 특히 아무것도 없는 우리 지역에서 모든 시설을 따로 가져갈 이유는 더더욱 없다. 문화복합건물 한방이면 모든 것이 정리가 된다. 지역을 살리는 것은 물질이 아니라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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