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움 건너편 ‘운동장 포도원’ 샤인머스캣 작목반 회장

과일계의 에르메스라 불리는 영광 샤인머스캣 포도가 본격적인 생육기를 맞고 있다. 영광에서 샤인머스캣을 재배하는 한 농가를 찾았다.

 

죽어도 포도 안 한다 했는데 죽을 때까지 포도 해야지

두 번 다시는 포도 안 할란다고 그랬거든. 포도에 질려버려 가지고.”

영광 샤인머스캣 작목반 유원식 회장은 포도농사만 20년 넘게 했다. 폐원 포도나무를 분재로 만들어 판매도 했는데 나중엔 나무가 나올 데가 없어서 접었다고 한다. 포도라면 지긋지긋해서 죽을 때까지 포도농사는 안 한다고 다짐도 했다. 그런 차에 우연히 아는 사람에게 포도 한 박스를 선물 받았는데 그 포도 맛을 보고는 반해버려 박스에 적힌 상호만 보고 무작정 농장을 찾아갔더랬다.

가서 보니까 말이 안 나오는 거야. 이런 게 빈틈이 하나도 없이 싹~ 열려 있는 거야. 그걸 딱 본 순간, 아유 다시 한번 해봐야지. 딱 생각이 들더라는 거지.”

그 맛있는, 그 비싸다는 샤인머스캣이 빈틈없이 주렁주렁 열려 있는 그림 같은 모습에 유 회장은 그놈의(?) 포도를 놓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는 재작년부터 샤인머스캣과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비가림시설을 설치한 유 회장의 하우스 안에는 샤인머스캣 포도나무가 지지대를 타고 튼튼하게 자라나 있다. 그런데 봉지가 씌워진 포도송이들이 주렁주렁 열린 농장을 바라보는 유 회장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보인다. 줄기마다 1~2송이는 달려 있어야 하는데 지난 4월 말 꽃샘추위로 인해 서리피해를 입은 빈 줄기가 아쉽다. 냉해로 인해 나무가 다 망가져 버린 줄 알았는데 추위를 이겨내고 맺힌 열매가 얼마나 탐스러운지 모른다.

포도농사 경력은 20년이지만, 샤인머스캣은 아직 모르는 게 많다. 이파리가 조금 이상하다 싶으면 떼어 들고 사부님을 찾아가 묻는다. 열매가 안 열린 줄기도 신경 써서 다음 농사는 사부님의 포도밭처럼 그림 같은 포도를 만드는 게 목표다.

누구나 그럴 거야 아마 이 포도를 하면서 한 송이에 얼마, 백 송이면 또 얼마엄청난 돈이야. 이론상으로 하면 농민이 가난해질 수가 없어. 벼 한 톨 심어서 몇 배로 불리나? 10? 100? 100배도 더 불릴 거야. 근데 이렇게 힘들게 살잖아. 이론상으론 안 맞는 거야. 근데 요거는 상품만 만들면 내가 볼 땐 어떤 과수보다 농촌에서 이보다 많은 수확을 할 수 없을 정도. 상품만 제대로 만들어 준다면.”

완숙을 기다리는 포도송이는 탱글탱글한 알이 꽉 차 있다. 크기도 모양도 완벽하지만 가장 맛있게 익었을 때 수확하기 위해 때를 기다려야 한다. 경쟁업체보다 빨리 판매하려면 출하 시기를 앞당겨 수익을 높일 수도 있지만, 소비자들에게 제일 맛있는 샤인머스캣을 선보이기 위해서다. 유 회장은 9월 중순쯤 샤인머스캣이 완전히 익을 것으로 보고 그때를 출하 시기로 예상하고 있다.

다른 데 거 먹지 말고 영광 거 드셔요. 내 것이 맛있다고 해서 그런 거 아니고 외부에서 온 포도는 믿을 수가 없잖아요.”

열흘만 빨리 따도 그게 다 돈이다. 하지만, 농장의 이미지를 위해 양심적으로 판매하는 영광 샤인머스캣 작목반의 포도밭을 방문하면 아주 잘 익은 맛있는 포도를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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