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요즘 마음이 편하지 않다. 원인 제공은 대선 후보자들이다. 아무리 좋게 평가를 하려고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서다. 특히 야권의 소위 신성(新星) 후보들 언행은 코로나 정국에서 그나마 작은 웃음을 주고 있다. 하지만 기분은 별로 좋지 않다. 과연 우리 대한민국 호를 이끌고 나갈 수장으로서의 식견과 국민의 뜻을 담을 그릇이 되는지가 의구스럽기 때문이다. 지식인의 대명사격인 법관과 검사를 지낸 사람들의 언행이 우리 같은 소시민들의 일반상식도 넘지 못한다는 사실이 너무 비현실적이다. 그래서 요즘 상당히 당황스럽다.

윤 전 총장은 이한열 열사를 구분하지 못하더니 이번엔 자신의 조상이라는 윤봉길 의사를 욕보였다. 물론 자신이 몰라서라기보다는 선거캠프의 실수겠지만 유유상종이다. 사람이라는 종족은 이상하게 끼리끼리 어울리는 특성을 갖고 있다. 안중근 의사에게 예를 올리며 찍은 사진은 윤봉길 의사의 마지막 유언으로 장식되었다. 그리고 유언 날짜를 1932129일로 기록했다. 하지만 예시의 말은 거사를 치르기 며칠 전인 동년 427일이고 129일은 순국일이다. 이러한 무지는 대선주자의 캠프에서 저지를 실수는 아니다. 선을 넘은 것이다. 더욱이 같은 가문의 어른으로 자랑스럽게 선거 홍보에 내세우는 모양새로는 더욱 아니다. 그가 쏟아내는 발언은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다. 최 전 감사원장도 같은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판사와 감사원장을 역임한 그가 세금을 잘 몰라서 처리를 못했다니 이 역시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자부심을 갖기로 했다. 이렇게 대선까지 도전하는 훌륭한 인물들이 좋게 평가를 해도 나보다 상식선 이하의 사회지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나라의 고질적 병폐가 되어버린 교육제도가 원인일 것이다. 시험으로 출세하는 세상이 기득권에 의해 만들어지고 이제 운영까지 도맡았다. 심각한 현실이지만 대게의 국민은 아직도 공정한 시험을 믿는다. 출발선 자체가 그들과 다름을 알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한결같이 공정한 경쟁을 말하고 보이지 않는 규칙을 만들어 운행한다. 그래서 현재 대한민국의 시험 성공자들은 자신들만의 틀을 설정하고 스스로 갇혀버렸다. 밖에서 벌어지는 사회의 천라지망 지식은 이해하지 못하며 흐름 역시 알지 못한다. 역사 또한 알 필요가 없다. 자신들이 쳐 놓은 외곽선을 벗어날 필요가 없으니 당연하다. 이렇게 무지한 사람들이 일국의 최고 권위 자리에서 국민을 선도했다는 사실이 경악스럽다. 그래서 떠오른 구절이 장자의 추수편(秋水篇)이다. “우물 속에 있는 개구리에게 바다를 말해도 소용없는 것은 좁은 우물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고, 여름 벌레에게 얼음에 대해 말해도 모르는 것은 그 벌레가 살고 있는 계절()에 집착되어 있기 때문이며, 한 가지 재주뿐인 선비에게 도를 말해도 통하지 않는 것은 그가 가진 지식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책을 한 권만 읽은 사람은 한 권도 읽지 않은 사람보다 위험하고 자신의 편협한 지식에 얽매인 사람은 알지 못하는 사람보다 위험하다. 오직 출세를 위한 시험의 재료만을 습득하며 살아온 좁은 지식이 사회라는 거대한 공간과 맞닥뜨리는 순간 초라한 본 모습은 드러난다. 이렇게 스스로를 자신의 작은 지식 안에 가둬버린 현상은 비단 이들에게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일부 종교가 그렇고 지방의 말단 공무원 사회까지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충고를 자신의 편협한 지식으로 해석 하고 결론을 내린다. 이들의 우물에 갇힌 지식은 독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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