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영광신문 편집위원·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고봉주 영광군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영광신문 편집위원
고봉주 영광군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영광신문 편집위원

고독사(孤獨死) 또는 고립사(孤立死)

고독사란 자연사나 병사, 돌연사 등 사망원인에 상관없이 임종 당시 누구의 보살핌도 받지 못한 체 방치된 외로운 죽음을 말한다.

최근 들어 가족제도의 변화에 따른 1인 가구의 증가와 고령화로 장례를 치러줄 가족이나 친척 없이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무연고 사망인구가 빠르게 늘어가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61820명 수준이었던 무연고 사망자 수는 매년 꾸준히 늘어 지난해에는 2880명을 넘어섰다.

이 숫자 역시 고독사의 일부일 뿐 실제로 외로운 죽음을 맞는 사람들은 훨씬 더 많다는 것이 관련학계의 주장이고 보면 이제 더 이상 고독사를 남의 일로 치부할 일이 아닌 것 같다.

고독사는 전체 연령대 중 배우자나 자녀 없이 살아가는 65세 이상 홀몸노인에서 가장 많았으나 최근에는 2030 젊은 세대의 고립사가 늘어나면서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고립과 취업난에 따른 우울증,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젊은 나이에 스스로 세상을 등질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아픈 단면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세상에는 고독하고 고립된 죽음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생의 마지막을 지켜주는 방호복 천사

국내에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지 2년여가 되어 가면서 27만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왔으며 목숨을 잃은 사람만도 현재 2,300명을 넘어서고 있다.

정부에서는 모든 국력을 코로나 방역에 쏟아붓고 있지만 지금도 매일 2,000여명에 가까운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늘 감염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면서도 가족들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코로나 환자들을 위해 고열속에 두꺼운 방호복을 입고 고군분투하는 간호사들의 눈물겨운 이야기가 있었다.

어느 간호사는 인터뷰에서 코로나 환자를 돌보는 것은 육체적으로 매우 힘든 일이지만, 그보다 더 힘든 순간은 돌보던 환자가 삶을 마감했을 때라고 말했다.

코로나 환자가 숨지면 다른 흔적들은 모두 소각되고 주민등록증과 휴대폰 등 두가지만 남겨지는데 감염 위험 때문에 유족들도 CCTV나 유리창 너머로 시신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삽관 튜브를 제거하고, 핏자국을 닦고, 배설물을 치우는 등 환자가 화장터로 떠나기 전 마지막까지 동행하는 일은 가족이 아닌 오로지 간호사들의 몫이라 했다.

방호복을 입어 얼굴도 알아볼 수 없는 사람들 속에서 할머니는 홀로 얼마나 무서우셨을까요.”라며 울먹이던 한 간호사는 할머니가 코로나에 며칠 버티지 못하고 삶을 마감하셨는데 시신을 닦으며 한평생 사시느라 고생했어요. 이제 편히 쉬세요 라며 마음속으로 수없이 외치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고도 했다.

병원 중환자 병동에서 근무하던 다른 간호사는 가족들의 면회가 불가능 하자 곁에 갈 수 없는 아빠에게 한 번만 읽어달라고 부탁했던 딸의 가슴 저미는 편지를 대신 읽어주기도 했다.

사랑하는 아빠, 가족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어요. (중략) 우리도 포기하지 않을 테니, 아빠도 포기하지 말고 꼭 이겨내 주세요. 아빠 퇴원하면 우리 꼭 바다 보러 가요. 사랑하는 딸이.‘

편지를 또박또박 읽어주던 간호사도 저희도 포기하지 않을게요라며 의식을 잃어가는 환자에게 말을 건넸다고 했다.

임종을 할 수 없는 가족을 대신하여 생의 마지막 길이 외롭지 않도록 곁을 지켜주던 방호복 입은 천사들의 이야기이다.

 

119 구급 소방교 된 백구

충청남도 홍성에서는 치매를 앓는 아흔세살의 할머니가 새벽에 집을 나간 뒤 소식이 끊겼는데 곁을 지키던 반려견 덕분에 무사히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40여시간이 지나도록 할머니의 흔적을 찾지 못했던 경찰은 열화상 드론을 띄어 집에서 2Km 떨어진 논고랑에서 할머니를 찾았는데 차가운 물속에 넘어져 있어 체온감지가 어려웠던 할머니 대신 곁을 지키던 반려견 백구의 생체신호가 드론에 포착되어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내리는 빗속에서 이틀을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기적이었다고 하는데 이는 백구가 할머니 곁에서 몸을 비비며 체온을 나눈 덕분이었다고 했다.

홍성군에서는 백구를 명예 119 구급대원인 소방교로 임명을 했다니 개가 사람보다 낳다고 생각하는 것은 필자뿐일까.

무연고 사망자는 가족들과 오랫동안 떨어져 홀로 지냈거나 가족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어렵게 가족을 찾아도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망자에게 빚이 있을 것 같아 시신 떠맡는 것을 거부하거나 망자와 얽히기 싫어 외면하는 경우라 했다.

홀로 죽는 것도 서러운데 외로운 주검마저 받아 줄 사람이 없는 안타까운 고독사를 지켜보면서 마지막까지 주인 곁을 지켜주었던 반려견 백구를 우리는 언제까지 전설처럼 이야기해야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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