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영광군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영광신문 편집위원

고봉주 영광군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영광신문 편집위원
고봉주 영광군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영광신문 편집위원

조조를 살려 보낸 관우

관도대전, 이릉대전과 함께 삼국지 3대 전투로 꼽히는 적벽대전(赤壁大戰)에서 위나라의 조조는 촉·오 연합군의 연환계(連環計)에 속아 대패를 했다.

화공으로 많은 병사를 잃고 강북으로 도주하던 조조가 패잔병들과 함께 길이 좁아지는 화용도라는 곳에 이르자 길 근처 여기저기에서 모닥불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쫓기는 몸으로 사리판단마저 희미해졌던 조조는 적들이 모닥불을 피우면서 병사가 있는 것처럼 속여 자신들을 큰길로 유도하는 속임수라고 생각했다.

결국 넓은 길을 피해 모닥불 연기가 피어오르는 좁은 계곡길을 선택했던 조조는 제갈량의 명령을 받고 미리 매복해 있던 관우에게 포위당하고 만다.

관우가 조조를 붙잡아 목을 베려 하자 조조의 책사 정욱은 예전 관우가 전쟁에 져 쫓기는 신세가 되었을 때 극진하게 대우해주었음을 들어 감성에 호소하도록 권했다.

조조는 머리를 조아리며 자신이 예전에 은혜를 베풀었으니 한 번만 눈 감아 달라고 부탁하지만 관우는 예전 백마전투에서 원소의 명장인 안량과 문추를 베어 빚을 다 갚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자 조조는 또다시 관우가 자신을 배신하고 유비에게 가면서 성문을 지키던 위나라의 장수들을 베고 간 것에 대해 용서해 준 일을 끄집어내며 다시 한번 목숨을 애걸한다.

따르던 병사들까지 울먹이며 동정심을 구하자 관우는 결국 제갈량의 명을 어기고 조조의 군대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주고 말았다.

결과론 적인 이야기이지만 이 때 관우가 조조의 목을 베었더라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삼국의 전쟁도 없었을 것이며 한나라를 무너뜨리고 위나라를 세우는 조조의 반역행위도 없었을까.

6천만 인구를 살릴 수 있었던 기회

히틀러는 제1차 세계대전에 독일군 하사관으로 참전했다.

전쟁 중 독일의 패색이 짙어지면서 부상을 당했던 히틀러는 헨리 탠디라는 영국군 병사와 마주치게 되었다.

헨리 텐디는 부상을 당해 신음하고 있는 독일군 병사가 안쓰러웠던지 그냥 보내주었는데 죽을 줄로만 알았던 히틀러는 감사인사를 하고 재빨리 사라져버렸다.

전쟁이 끝나고 20년이 지난 후 일이었다.

전후 경제난에 시달리던 게르만 민족의 단결을 외치며 정권을 잡은 히틀러가 제2차 세계대전이 될 전쟁준비에 광분하던 중 위장평화 쑈를 벌이기 위해 1938년 챔벌레인 영국총리와 평화협상을 가졌다.

협상이 끝난 후 히틀러는 켐벌레인 총리에게 1차대전 당시 자신의 일화를 소개하며 자신을 살려준 헨리텐드라는 사람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탠디는 그때 살려 보낸 독일군 병사가 독재자 히틀러인지 전혀 알지 못했지만 히틀러는 생명의 은인이랄 수 있는 탠디 병사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평화협상을 마치고 영국으로 돌아온 챔벌레인 총리는 탠디를 수소문하여 전화를 걸고 독일의 히틀러가 부탁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유럽인구 6천만명을 살상하게 만든 전쟁의 원흉인 나찌의 독재자 히틀러를 헨리 텐드라는 병사가 포로로 잡았거나 현장에서 사살을 했더라면 세계 2차대전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까?

수인사대천명(修人事待天命)

초나라의 항우는 홍문관 연회에서 유방을 죽이라는 책사 범증의 건의를 무시하고 그를 살려보냄으로써 해하전투(垓下戰鬪)에서 한나라 유방의 장수 한신에게 패배하여 사랑하는 우미인과 함께 생을 마감해야 했다.

()나라를 무너뜨리고 황제가 된 조식의 아들 조예가 모략가인 사마의를 가까이도 멀리도 하지 말라는 선황 조조의 유언을 무시하고 그를 제거할 절호의 기회를 놓침으로써 결국 사마의의 손자 사마염이 세운 진()에 나라마저 넘겨주었다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감성에 끌려 역신 조조를 제거할 절호의 기회를 포기한 관우를 참하려다 유비의 간청으로 관우를 용서하면서 제갈량은 수인사대천명(修人事待天命)이라고 말했다.

최선을 다하고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는 뜻으로 모든 일은 하늘의 뜻에 달렸다는 말이다.

내년에 치러질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을 치렀던 민주당이 경선 후유증으로 시끄럽다.

경선 막판에 대장동 사건이 불거지면서 정국이 소용돌이치고 있는데 관우와 헨리 텐드, 항우와 조예 등등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사후 어떤 어마어마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되새겨볼 일이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