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영광신문편집위원·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고봉주 영광군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영광신문 편집위원
고봉주 영광군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영광신문 편집위원

평안감사 마다릿 돈

조선 말엽, 고위 관리들의 돈 착취 방법 중에 마다릿 돈이 성행한 적이 있었다.

고종 때 문신이자 세도가였던 민영준(閔泳駿)이 평안감사로 있을 때 처음 궁리해 시도했던 이 방법은 돈 착취 수법 중 역대 최고였다.

마다리 돈이란 말이 생겨난 배경을 보면 참으로 기가 막힐 지경이다.

평안도 감사로 부임했던 민영준은 아전을 시켜 도내 부자들의 명단을 만들고 재산 상태를 낱낱이 조사토록 한 후 친히 부자들을 찾아갔다.

신임감사의 갑작스런 방문에 놀란 부자들은 머리를 조아리며 누추한 곳에 납시어 준 고마움의 표시로 많은 양의 사례금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런 푼돈에 성이 차지 않았던 민영준은 부자에게 내 천거로 조정에서 당신을 발탁하여 군의 수령으로 임명하게 되었다.”거나 과거에 선발하게 될 것이라며 넌지시 축하 인사를 건넨다.

부자들에게는 신임감사가 자신의 집을 방문해준 것만도 더 없는 가문의 영광인데 벼슬자리까지 천거를 했다니 이보다 더 감격스러운 일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코가 땅에 닿도록 절을 하던 부자들은 조정 윗선에 사례금을 내야 한다는 신임감사의 말에 얼마를 드려야 하느냐고 묻는다.

부자들의 재산 상황을 미리 조사하여 훤히 꿰고 있었던 민영준은 부자의 재산 정도에 맞춰 미리 정해 놓은 거액의 상납금을 제시하고는 감영으로 돌아갔다.

부자들은 막상 그리하겠다고 약조는 했지만 워낙 거금인지라 난감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그 돈을 바쳤다가는 벼슬을 살기 전에 가산이 풍비박산이 날 판이었기에 하는 수 없이 감영을 찾아가 마다(그만두다.)’는 청원을 했다.

이미 천거가 되었으니 어쩔 수 없이 상납을 해야 한다는 감사 앞에 엎드려 고을 수령벼슬이니 과거급제니 전부 마다할 것이니 사례금을 좀 깎아달라는 요청을 한 것이다.

민영준은 짐짓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손사래를 치고 나서는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사정이 그러하다니 내가 위에다 잘 말해 감해 보도록 하겠네.”라며 귀엣말을 했다.

그런 식으로 처음 제시한 금액의 절반, 혹은 3분의 1의 돈을 챙겼는데 부자들은 오히려 감지덕지하여 신임감사의 너그러움을 눈물겹게 고마워 했다고 한다.

이 수법은 그 뒤에 여러 조정 권신들에게도 전파되어 부정축재의 본보기가 되었으며 벼슬을 마다하면서 내는 돈이라고 해서 마다리 돈이라 불렸다는 것이다.

봉이전과 교사주문(朱門)의 새까만 돈

봉이 김선달은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희대의 사깃꾼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김선달은 평양감사와 짜고 대동강 물의 소유권을 받았다며 가뭄에 농사지을 물이 없어 쩔쩔매는 백성들에게 대동강 물을 팔아 돈을 긁어모았다.

돈의 일부는 평양감사에게 뇌물로 바쳤는데 백성들은 그 돈을 봉이전(鳳伊錢)이라고 불렀다.

교사주문의 새까만 돈도 있다.

지금의 인사동 거리인 옛 교사동(校寺洞)은 경복궁과 창덕궁을 지척에 둔 곳이었던 만큼 세도가들이 몰려들어 대궐 같은 집을 짓고 살았다.

이 집들은 대문마다 나라에서 엄격하게 금하는 붉은색을 칠해놓았는데 이 대문을 붉은 문, 즉 주문(朱門)이라 불렀다.

그 주문을 통해 매관매직 등의 뇌물이 들어갔기에 백성들은 이 돈을 일러 교사주문의 새까만 돈이라 불렀던 것이다.

대장동의 몇 천억 돈

돈이란 같은 재질이나 형태를 가졌으면서도 모으는 방법이나 사용처, 쓰여지는 위치나 장소 등에 따라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려지기도 한다.

성금이나 종잣돈, 유흥비, 비자금, 뇌물 등등이 그 것이다.

조선시대 양반들의 부정부패를 날카롭게 풍자하며 민간에서 인기를 끌었던 각설이의 돈타령 중에도 평안감사 마다릿 돈 외에 한양 청계천의 거지 두목 꼭지딴이 구걸한 돈을 상납받았다는 꼭지딴 돈이 있으며 개성 장사치의 발 구린 돈과 기생들의 눈물겨운 사연이 담긴 신창청루(新倉靑樓) 해어화채, 넉살 좋은 홍제원 주모의 넉살 돈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돌고 도는 것이기에 돈이라 했다지만 돈이 많은 사람과 돈이 적거나 없는 사람과의 차이에서 오는 불평등은 사회적 불만계층을 낳게 되고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신조어도 만들어 냈다.

1억원이라는 돈은 월 250만원을 받는 봉급쟁이가 꼬박 34개월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하는 거액이다.

그 천문학적인 1억원의 돈마저 왜소하게 만들어버린 대장동의 몇 천억 돈은 각설이의 돈타령 중 어디에 속하는 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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