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서각회 “서각 통해 영광 알리고파”

나무판 위에 칼과 끌로 마음을 조각해 내는 사람들이 있다. 서각의 매력에 푹 빠진 어울림서각회를 소개한다.

 

버려진 나무에 생명을 불어넣다

작품에 쓰인 것들이 전부 폐목이잖아요? 버려진 나무에 생명을 불어넣는 거죠. 거기서 여러 사람이 공감하고 같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서각의 소소한 행복이자 매력이죠.”

서각도에 섬세한 손길을 더해 전통과 현대를 조각한다. 나뭇결을 따라 옛 선인들이 보여준 서예의 멋스러움이 담긴 전통서각작품부터 입체감과 채색감이 돋보이는 창작 현대서각작품까지 다채로운 작품들이 탄생한다.

어울림서각회는 글·그림·서예를 나무 위에 그린 후 서각도와 망치를 이용해 예술작품을 만들어내는 서각이라는 취미 활동으로 뭉친 사람들의 모임이다. 20185명으로 출발해 현재 20명의 회원과 매주 토요일 서각활동을 진행한다.

소소한 취미생활을 통해서 예술문화의 가치를 향유하고 공유하는 것이 목적이죠.”

차생활을 하던 김행보 회장이 차와 관련된 문화 속에 젖어 드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다 주위의 소개로 서각을 접하게 되었고 서각의 손맛에 빠지게 됐다. 목공, 뿌리공예에 특출난 재능을 지녔지만, 공방에 칩거하며 은둔의 예술가로 살아온 박승주 작가를 설득해 함께 서각회를 이끌고 있다.

어울림서각회는 산림박물관, 하원미술관 등에서 수차례 전시를 이어오며, 목공예 제품 콘테스트에서 입상을 놓치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무려 최우수상, 우수상, 입선 3개를 휩쓸어왔다. 서각회가 이토록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모두 박 작가 덕분이다. 그는 장소제공부터 시설 이용, 강습까지 전부 재능기부로 제공하며 서각회 운영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금 세태가 너무 피폐하고 네거티브가 난무하는데 우리가 다는 바꿀 순 업지만, 내가 살고 있는 내 지역에서부터 펼쳐 가면 다양성 있고 건강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거죠. 서각으로 인해 꿈이 영글어지고 동기부여가 되고 그것이 신증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요?”

그렇게 어울림서각회가 한 발 한 발 디뎌온 지 4년이다. 김 회장은 서각뿐만 아니라 서예, 그림, 조각, 도자기 등 지역예술단체가 영글어져서 영광의 예술인들이 자신의 재능들을 펼칠 수 있길 바란다.

김 회장은 서각회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소개하면서 지난 2019년 산림박물관에서 진행했던 회원전에서 만난 한 관람객의 사연을 소개했다. 삶에 지쳐서 무작정 핸들을 잡고 불갑사까지 왔다가 우연히 어울림서각회의 한 작품을 보고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운학문 매병에서 영감을 받아 학이 마치 날아오르는 듯 그림을 입체적으로 연출한 작품이었다. 학처럼 프레임에 갇혀 헤어 나오질 못했던 자신의 모습이 작품 속에 투영되면서 답을 찾았다며 관람객은 감사를 남기고 떠났다.

특히, 전시회 뒤풀이 자리에서 한 회원은 살아생전에 주인공의 자리는 나하고 거리가 멀었는데 내가 어느덧 그 자리에 서있다는 감회가 깊다. 함께하길 잘했다. 혼자 하긴 힘들지만 회원들과 어울려서 같이 하니까 해지더라라고 감상을 전했다.

꿈이라면 기왕에 내친걸음이기 때문에 영광을 홍보할 수 있는 주제전도 한번 해야 하지 않겠나 싶네요. 어느 정도 기초가 연마됐으니까 영광을 스케치해서 서각으로 표현해서 영광을 알리는 거죠.”

우리 사회가 밝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문화예술을 통해 인간 삶 속에 여백을 찾아주고 같이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역할이 예술인들의 책임이자 사회적인 소명이자 지역사회에서 감당해야 할 몫이지 않나 어울림서각회 회원들의 고민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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