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한책읽기 운동 독후감대회에서 장원에 선정된 대마면 서로마을 하은순 씨의 사연을 들어봤다.

 

사회복지는 마음을 움직이는 일

사회복지는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아이들한테도 마찬가지고, 후원자들에게도 마찬가지죠.”

2021 한책읽기 운동 독후감대회 장원의 주인공 하은순 씨는 대마면 서로마을에서 연한가지라는 소규모 아동보육시설을 운영하며 20여명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지난 20년간 사회복지사로 살아온 하 씨는 사회복지사를 꿈꾸는 소설 속 주인공 도로시와 공감하며 책에 대한 감상을 써내렸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는 게 중요하죠. 노인이나 장애인이나 아동이나 다 똑같은 거죠. 처우를 어떻게 해주고, 혜택을 주고 이런 것도 중요한데 그 한 사람 한 사람 마음을 읽어주고 내가 네 편이야라고 해주는 게 참 컸던 것 같아요.”

하 씨는 소외된 사람들을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돕는 도로시의 행동들이 결국엔 사회복지의 중심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자살을 결심한 등장인물의 곁에서 격려해주고, 다른 무언가를 하면서 살 수 있게끔 동기부여를 해주는 모습에서 깨달음을 얻음과 동시에 지난날에 대한 반성을 하게 됐다.

하은순 씨가 사회복지의 길로 들어선 건 약 20여 년 전 우연히 한 아이를 만나면서 시작됐다. 남편과 함께 한 양육시설과 연결된 교회에 갔다가 만난 그 아이는 쓰레기 소각장에서 나는 열기에 기대어 살다가 발견됐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갖고 있었다. 예배가 끝나고 돌아가려는데 차 앞을 가로막고 가지 말라고 떼를 썼더랬다. 꼭 다시 올 거라고 해도 아이는 사람들이 항상 다음에 또 올게 하는데 안 와요. 선생님도 똑같을 거예요라며 믿지 않았다. 아이의 모습이 자꾸 아른거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충격을 받은 남편은 고민 끝에 시설로 들어갔다. 부부는 함께 아이를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던 하 씨도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간 것이 계기였다. 한 아이와의 인연으로 자연스럽게 시작된 사회복지의 삶이 이렇게 오래 지속될 줄은 몰랐다.

하나의 직업을 오래 하다 보니 누구나처럼 하 씨도 슬럼프를 겪었다. 10년 넘게 갓난아기 기저귀를 채우며 바쁘게 살아오다가 아이들이 자라면서 그나마 여유가 생기니 내가 잘하고 있나?’ ‘이 길이 맞나?’하는 고민이 생겼다. 이번 한책읽기 선정도서인 오즈의 의류수거함을 읽고 나니 사회복지에 대해, 그리고 나에 대해 다시한번 되짚어보는 계기가 됐다. 남편이 시작한 이 길을 처음엔 어거지스러운 마음으로 함께 하면서 후회도 있었지만 엄마로 살아가는 지금이 재밌고 행복하다.

한책읽기로 선정된 책들은 하나같이 직접 하지 않았는데 주인공이 됨과 동시에 그 일을 직접 한 것처럼 느껴져요. 독서란 여행 같아요. 내가 모르는 것에 대한 여행. 책이 주는 특별한 매력인 것 같아요. 직접 하지 않아도 대리만족할 수 있는.”

몇 년 전 남편과 함께 연한가지라는 보금자리를 마련하면서 다짐한 게 있다. ‘다른 거 다 내려놓고 아이들한테 올인해야지, 애들 용돈 올려주자, 애들이 먹고 싶은 거 식단에 항상 반영하자, 아이들과 문화생활하자.’ 그리고 이번에 소설을 읽고서 생긴 새로운 각오를 다져본다. 아이들이 삶의 아픔과 힘듦을 버릴 수 있고, 행복한 추억은 저장하고 기억해줄 수 있는 의류수거함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고.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어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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