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일 전남도의원

내 고향 영광은 예부터 조기파시를 이루었던 고장이다. 어릴적 아버지는 장날이 되면 시장에 들러 굴비 한 두름을 사가지고 오셔서 석쇠에 구워주시곤 하셨다. 석쇠 위에서 노릇노릇 막 구워진 짭조름한 굴비의 살점을 떼어 밥숟가락에 얹어 먹는 맛이야 말로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의 맛이자 고향의 맛이다.

이처럼 맛좋은 굴비는 지방질이 적고 철분 등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해 예로부터 임금님의 수라상에 오르는 귀한 음식 중 하나였다. 그중에서도 영광군 법성면 법성포구 일대에서 가공된 영광굴비야말로 일반 굴비와는 차원이 다른 풍미와 깊은 맛을 선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배가 지나갈 때 배 위로 뛰어오르는 조기만으로 만선을 했다고 할 정도로 칠산바다에는 조기가 많았다. “영광 법성으로 돈 실러 가세라는 말이 뱃노래로 불릴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려 강아지도 돈을 물고 다녔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법성포 앞 칠산바다의 조기파시는 볼 수 없게 되었다. 칠산바다에서 살던 조기들의 이동경로가 먼 추자도일대 바다로 조기 어장이 바뀌면서 지금은 먼 바다나 다른 곳에서 잡아와야 하는 현실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영광굴비의 명성에는 변함이 없다. 이는 영광굴비만의 맛이 있고 그 맛을 빚어낸 환경이 특별하기 때문이다.

영광굴비는 전국 굴비 생산량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5년 연속 청정 수산물분야 국가브랜드 대상을 수상하는 등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수산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영광굴비는 국내산 참조기만을 엄선하여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전통 염장방식인 섶간과 법성포 해안가의 큰 일교차, 서해에서 불어오는 습도 높은 하늬바람 등 지리적 요인 등으로 만들어지는 독창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영광굴비만의 맛을 지켜내기 위하여 영광군은 지난 2010년 영광굴비 지리적표시제 등록을 시도했으나 해당 지역에서 생산된 수산물로 가공해야만 한다는 지정조건 때문에 그동안 반영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필자는 제11대 전라남도의회 의원으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영광군민의 숙원과제인 영광 굴비 수산물 지리적표시제 등록을 첫 번째 목표로 삼았다.

첫 발걸음은 지난 20197월 제333회 임시회 본회의장에서 시작되었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보호하고 역사성과 전통성이 있는 영광 굴비보존을 위한 수산물 지리적 표시제등록을 강력하게 촉구하였다. 이어, 도정질의와 상임위 업무보고, 행정사무감사 등을 통해 계속해서 집행부에 지리적표시제 등록 마련을 독려해왔다.

이러한 계기를 바탕으로 전라남도에서는 해양수산부에 관계법령인 농수산물품질관리법 시행령개정을 요청하였고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협의하면서 그 필요성을 설득해왔다.

이에 맞춰, 영광군 또한 지난 2010년 영광굴비 지리적표시제 등록이 반영되지 못한 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관련 연구용역(’20.5.~’21. 12.)을 진행하는 등 지리적표시제 등록을 위한 준비를 철저하게 진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지역 이개호 국회의원 역시 해양수산부 국정감사를 통해 수산가공품에 대한 지리적 표시제 등록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관련 규정의 개정을 반영시켜 마침내 국내산 회유성 어류를 주원료로 하는 수산가공품에 대해 지리적 표시 등록이 가능하도록 관련 시행령이 입법예고 되어 내년 상반기 중으로 개정이 완료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고장 법성포에 가면 거리마다 영광굴비간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있다. 영광군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한때 500개가 넘던 굴비가공업체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면서 현재 약 460여개의 굴비가공업체가 남아있다고 한다. 이는 참조기의 어획량 감소에 따른 가격상승에도 원인이 있지만 참조기가 많이 잡히는 타 지역에서 영광굴비의 맛을 흉내 내어 저렴하게 시장에 내놓으면서 시장가격을 흔들어 놓은 이유도 있다.

앞으로 영광굴비의 수산물 지리적표시제가 등록되면 이러한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영광굴비의 지식재산권 확보와 함께 별도의 등록마크를 용기에 표시할 수 있어 소비자들로 하여금 원산지 증명과 고품질 인증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효과까지 높일 수 있게 될 것이다.

영광하면 굴비, 굴비하면 영광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처럼 영광굴비가 유명한 것은 다른 지방에서 가공한 조기보다 유별나게 맛이 좋기 때문이다. ‘모두가 다 아는 영광굴비의 지리적표시제 등록을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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