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 전국 대학교수 880명 설문조사 29.2%(514표) 선정

대학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묘서동처’(猫鼠同處)를 선정했다.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는 뜻으로,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됨을 의미한다.

교수신문은 전국 대학교수 880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29.2%(514)묘서동처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았다고 12일 밝혔다.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2일까지 응답자들이 6개의 사자성어 중 2개씩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묘서동처는 중국 당나라 역사를 기록한 구당서에서 처음 등장한다. 그 내용에 따르면, 한 지방 군인은 집에서 고양이와 쥐가 같은 젖을 빨고, 고양이가 쥐를 해치지 않는 모습을 보게 된다. 군인의 상관이 그 고양이와 쥐를 임금에게 바쳤고, 중앙관리들은 복이 들어온다며 기뻐했다. 이 모습을 본 단 한명의 관리만이 이것들이 실성했다며 한탄했다.

통념상 쥐는 곡식을 훔쳐먹는 도둑에 비유되고, 고양이는 쥐를 잡는 동물로 여겨진다. 때문에 쥐와 고양이가 함께 있다는 것은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패거리(한통속)가 됐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 같은 의미의 사자성어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힌 것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땅 투기 사건 등 정치·사회적 사건들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묘서동처를 뽑은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는 국정을 엄정하게 책임지거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시행하는 데 감시할 사람들이 이권을 노리는 사람들과 한통속이 돼 이권에 개입하거나 연루된 상황을 수시로 봤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입법·사법·행정의 삼권분립이 묘서동처 격이라면, 한 마디로 막나가는 이판사판의 나라라며 기본적으로 케이크를 자르는 사람은 케이크를 취해선 안 된다. 케이크도 자르고 취하기도 하는 꼴, 묘서동처의 현실을 올 한해 사회 곳곳 여러 사태에서 목도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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