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진 사회복지법인난원 영광노인복지센터장

2021년 한해를 돌아볼 때 가장 먼저 이야기하는 것은 역시 코로나19. 2020년부터 시작한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우리의 일상들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다. 마스크 쓰기가 처음에는 어색하기도 하고 안경에 습기가 차 불편했으나 쓰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저항감은 있으나 받아들일 수밖에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연장, 비대면 화상수업, 영상면회와 같은 이런 비일상적이 것들이 요즘 우리주변에서 일상이 되고 있다. 처음에는 불편하기 그지없었던 이런 상황들이 2년이 지나면서 사회적인 변화가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예전으로 완전히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할까? 작년부터 바이러스 종식과 퇴치보다는 바이러스와의 공존을 시도해 보았고 사람들을 만나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았던 모든 것들이 코로나상황에 맞게 대체되고 있는 분위기 변화가 일고 있다.

문상을 가야하나? 부모님 생신에 가족들이 모여야 하나? 병문안을 가야하나? 이전에 해오던 것이기에 해야 할 것만 같아 고민이 되었지만 작년 하반기부터는 새로운 방식으로의 변화가 사회구성원들이 찾아내고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노인복지시설은 연말이면 늘 송년행사를 가져왔다. 작년에는 어르신과 가족이 얼굴을 보며 한해를 보낼 수 있도록 송년행사를 준비했으나 12월 말이 돼가면서 이마저도 여의치가 않았다. 가족들에게 연락을 해서 시설에 계시는 부모님께 편지를 적어달라고 요청을 했다. 편지가 시설에 도착하면 그 편지를 액자에 담아 직원들이 편지글을 읽어주고 어르신 머리맡에 놓아두는 행사로 대체해 보았다. 외국에서 선교사로 생활하고 있는 아들에게 온 편지라는 말에 읽기도 전에 눈물샘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시더니 내내 눈물을 멈추지 않으시던 어르신.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으로 눌러쓴 편지가 얼굴을 볼 수 있었던 다른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전달되었던 것 같다. 편지를 적는 가족도 그리움이 배가 되어 더욱 더 진솔하게 표현하지 않았을까 싶다.

건강이 좋은 어르신들은 자녀분들에게 편지를 적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필체도 좋으시고 제법 편지글 형식을 갖춰 써 내려가는 어르신이 있는 반면 같이 살고 있는데 아들한테 뭐라고 적어. 쑥쓰러워서 못 적겠다며 주저하는 어르신. “내가 말로 할 테니 선생님이 좀 적어주세요라는 어르신. 처음 편지를 적어본다는 어르신. 이 어르신들의 편지를 우체통에 넣어 발송하는 행사도 함께 가졌다.

오늘 직원 송년행사가 있습니다. 시간 늦지 않게 도착해 주세요직원들이 안내전화를 한다. 행사시간이 되어 승강기에 오른다.

괜찮아’, ‘용기 내’, ‘잘했어’ ‘힘 내’ ‘네가 최고야!’ ‘잘 해 낼 거야!’ 응원의 문구가 승강기 벽면과 복도, 행사장 벽면에 쭉 붙어있다.

많은 수가 한데 모이면 안 되기에 도착한 순서대로 번호표를 뽑는다. “3, 누구십니까? 앞으로 나와서 선물과 교환해 가세요직원들이 집에서 사용하지 않고 있는 물건을 선물로 포장해서 행사에 참여한 모든 이의 손에 선물이 쥐어졌다. 이름을 새긴 은수저 세트도 함께 전달해 드렸다.

다음날 아침, “센터장님! 제 이름이 적힌 은수저로 오늘 아침에 정말 맛있는 밥을 먹고 왔네요” “덕분에 저도 맛있게 먹었습니다기분 좋게 주고받은 아침인사가 입가에 패인 미소골짜기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빠르다보니 놓치고 가는 것도 분명 있을 것이다. 펜으로 긁적이며 써내려가던 편지도 컴퓨터가 대신하고 있지만 눌러 적을 때 느낌과 감성은 다르다. 아날로그는 느리지만 개개인의 사고의 깊이를 담아낼 수 있는 힘이 있다고 한다. 스티븐 킹 작가는 모든 오래된 것이 머지않아 새로운 것으로 탄생할 것이다며 아날로그가 디지털에 경종을 울릴 것을 예견했다. 모든 것이 빠르게 급변하는 요즘 새로운 것만 추구하기 보다는 아날로그 감성을 통해 기다림과 그리움, 가족애 등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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