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신체, 체질(3)-지의

중국 수나라 때의 승려인 지의(智顗, 538-597)는 천태종을 창시한 개조(開祖)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가 태어나기 전 그의 어머니는 오색구름이 품속에 들어오는 꿈과 흰 쥐를 삼키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이상하다 여겨 점을 쳐보았더니, 점쟁이의 하는 말은 이랬다.

 “흰 용이 태어날 장조이다.”

중국에서 용()은 기린, 봉황, 거북과 더불어 사령(四靈)이라 불려온 상상의 동물이다. 신성한 힘을 지닌 상서로운 존재로 여겨지는데, 한 문헌에 따르면 아홉 가지 동물들과 비슷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머리는 낙타, 뿔은 사슴, 눈은 토끼, 귀는 소, 몸통은 뱀, 배는 큰 조개, 비늘은 잉어, 발톱은 매, 주먹은 호랑이와 비슷하다고 되어 있다.

불교에서는 용이 불법(佛法)을 지켜주는 용왕(龍王)으로 표현된다. 용왕은 강과 호수ㆍ바다를 지키는 물의 신으로, 화가 나면 가뭄이 들기 때문에 그 화를 달래주어야 한다고 여겨졌다. 어민이나 뱃사람들은 배의 안전과 풍어(豊漁)를 기원하며 용왕제를 지냈다. 바다에서 회오리바람이 일어나는 것을 용이 하늘로 오르는 것이라고 해서 용오름이라고 불렀다. 중국에서 용은 구름을 일으키고 비를 내리는 매우 신령스런 동물로 여겨졌으며, 한국에서도 풍운의 조화를 다스리는 수신(水神)ㆍ해신(海神)으로 간주되었다.

뱀이 500년을 살면 이무기가 되고, 이무기가 물에서 500년을 지내면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입신출세하는 관문을 등용문(登龍門)이라 하고, 좋지 못한 환경을 극복하고 성공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개천에서 용 났다.”라는 속담도 생겼다. 용꿈을 꾸면 재수가 좋다는 믿음이 전해지기도 했다. 용은 제왕(帝王)을 상징하는 동물이기도 했다. 그래서 임금의 얼굴은 용안(龍顔), 앉는 자리는 용상(龍床), 입는 옷은 용포(龍袍)라고 했다. 조선의 건국을 합리화하기 위해 지은 서사시로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가 있다.한비자에는 용의 목 밑에는 비늘이 거꾸로 나 있는 역린(逆鱗)이 하나 있는데, 이것을 잘못 건드리면 용이 노하여 사람을 죽이게 된다.”고 하여, 임금의 분노를 비유적으로 역린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어떻든 지의가 태어나던 날 밤에는 방안이 환하게 밝아졌다. 이에 모든 사람들이 기뻐하면서 그의 출생을 축하하였다. 또한 장차 그의 장래 일을 기대하며 이름을 왕도(王道)라 불렀다. 그러다가 환한 빛이 나타났던 사실을 기억하며, 다시 광도(光道)라 이름을 바꾸었다. 어릴 때, 두 가지 이름을 서로 바꾸어가며 불렀던 것이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그의 눈에 동자가 둘 있었다는 것이다. 부모는 이를 숨기려 애썼지만, 사람들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오히려 집안사람들은 그것을 제왕(帝王)의 모습이라 하였고, 장래에 반드시 위인이 될 것이라 믿었다. 아닌 게 아니라 그의 성장 과정을 보면, 분명 평범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누우면 합장(合掌-가슴 앞에서 손바닥을 합쳐 좌우 열 손가락을 펴서 포개는 일. 불교의 예배 방법)하고, 앉으면 반드시 서쪽(중국에서 보았을 때 불교의 발상지인 인도를 향한 쪽)을 향하였으며, 나이가 열 살이 되도록 함부로 먹지 않았고, 불상(佛像-부처의 형상)을 보면 반드시 절을 하였고, 스님을 만나면 반드시 공경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실제로 위대한 경지에 이르렀는데, 그의 성공은 세속적인 공적에서보다는 불법(佛法)을 빛낸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저서거꾸로 읽는 철학이야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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