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조선 시대부터 서해안은 소금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신안과 영광은 전국 소금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요지였다. 옛날부터 소금은 생명 유지를 위한 가장 중요한 식품으로 인식되었고 화폐 가치를 갖고 유통의 기본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근대기 단편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직업이 소금장수이기도 하다. 산업이 근대화로 접어들면서 귀중했던 소금은 광물로 분류가 되었고 최근에서야 다시 식품의 위치를 되찾았다. 하지만 영예도 순간으로 끝났다. 요즘 불어닥친 태양광으로 인해 염전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있다. 없으면 생명을 유지하지 못하는 귀중한 식품을 경원시하고 버리는 이상한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대체에너지라는 핑계로 지역 최고의 특산품이 사라지고 있지만, 누구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음은 물론 오히려 풍력과 태양광 패널로 지역의 보고인 바닷가를 덮어가고 있다.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전혀 판단을 못 하는 행정이나 사업가들의 일방적 진격이다. 물론 천일염을 생산하지 못해서 죽지는 않는다. 정제 소금을 먹으면 모두 해결이 된다. 어쩌면 느긋한 마음의 바탕이 여기에 있을 것이다. 현재 소비되는 소금의 양이 대부분 정제 소금에 의존하고 있기에 염전은 없어도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소금은 나트륨이고 우리는 나트륨의 함량만 생각하며 섭취량을 계산하기 시작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천일염과 정제 소금으로 대표 되는 나트륨은 달라도 아주 다르다. 소금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당연히 아는 사실이지만 일반인은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전문적으로 식품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다르다. 우리 인체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소금이라고 말한다. 물론 여기서 소금은 천일염을 말한다. 정제 소금과 천일염은 같지 않다. 현재 의학계에서 사용하는 나트륨의 데이터는 정제 소금을 기본으로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 소금은 염화나트륨(NaCl)이고 나트륨(Na)과 염소(Cl)로 구성되어 있다. 소금이 10g이면 나트륨 4g, 염소 6g인 셈이다. 쉽게 말해 소금의 40% 정도가 나트륨이다. 그래서 밥상에 올라오는 정제 소금과 천일염의 사용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특히 천일염에 들어 있는 각종 미네랄은 정제 소금에는 없다. 너무 심한 저염식은 오히려 건강을 해친다는 말을 외국 유명 의사들의 논문과 저서를 통해서 익히 듣지만, 국내에선 별로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물을 많이 먹고 소금을 줄이라는 의사의 권유는 아직도 진행형이지만 간을 맞춰서 먹어야 옳다는 주장 또한 만만치 않다. 여기서 정제 소금과 천일염의 경계가 확실해진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지만 정제 소금과 천일염은 분명히 다르게 취급을 함이 옳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지역의 경제다. 소금은 우리 특산품이다. 그것도 아주 질이 좋은 상품이다. 현재 세계를 장악한 프랑스의 게랑드 소금은 유명세만큼 가격도 비싸다. 그리고 히말라야 핑크 솔트 역시 고가로 팔리고 있다. 우리 천일염이 kg300원에 판매가 될 때 거의 2만 원대에 거래가 되고 있으니 비교 불가다. 문제는 소금의 질은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다. 다만 그들은 마케팅에 성공했고 우리는 아직 시도조차 못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와 전남도에서 많은 신경을 쓰고 있지만, 전통의 천일염이 거의 사라지고 있는 현실에선 소금 사업의 장래는 암울하다. 이미 태양광 패널은 염전을 덮기 시작했고 풍력은 바닷가를 점령하고 있다. 앞으로 계속 늘어날 추세다. 하지만 전통 방법으로 소금을 생산할 자리는 남겨 둠이 현명할 거라는 생각이다. 소문에 대기업들이 염전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는 말도 들린다. 그만큼 소금은 매력적인 상품의 대상이다. 특히 우리처럼 양질의 갯벌을 가진 지역에서 염전을 폐하는 건 너무 어리석은 일이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