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 수필가

정치인이 가장 많이 파는 것이 국민이다. 자기 생각을 국민의 뜻이라는 이상한 논리로 국민 앞에 내놓는 게 그들의 비슷한 행태이다. 정작 국민은 정치인 개인의 생각이 왜 국민 전체의 생각이 되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여기서 국민의 생각이란 여론조성의 수단으로 이용이 되고 책임 역시 살며시 그 뒤로 감춰 놓는 방법으로 사용한다. 비겁한 정치의 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국민의 집단지성이라는 강력한 담벼락에 막혀 대부분 빛을 잃는다. 집단지성은 여론이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타고 생성되며 국가의 축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법칙이 진실과 함께 무너지고 있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것도 구분이 너무도 쉬운 거짓과 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는 모습은 이해가 힘들다. 개인의 생각이 아니라 주위의 대부분 분위기이기에 더욱 이상한 것이다.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언론이다. 감춰졌던 진실이 봉숭아 터지듯 터져 나와도 유력 언론은 물론 포털 어디에도 걸리지 않는다. 집단지성을 형성할만한 여론조성의 바탕을 제공하지 않는 언론의 또 다른 형태의 집단지성이다. 국민의 집단지성과 목적을 가진 부류의 집단지성이 충돌하고 있는 형국이지만 근본이 제거된 쪽이 불리할 건 자명한 일이다.

거짓은 날아가지만 진실은 기어간다고 했다. 거짓이라는 먹구름으로 덮인 하늘이 다시 청천으로 복귀하는 데에는 먹구름이 걷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진실은 항시 거짓의 꽁무니를 따를 수밖에 없다. 현재 대선정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 여기에 부합된다. 온갖 설들이 오가는 가운데 팩트를 가려줄 언론은 본연의 업을 접고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여기에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네거티브와 포지티브는 난무하고 격을 잃은 정치인들은 자신의 주장만 옳다고 우긴다.

1야당의 대표는 비단 주머니 운운하며 자신을 제갈공명으로 착각하고 있지만, 그 주머니에는 나이와 어울리지 않는 비겁한 꼰대 정치의 술수만 가득하다. 아직 대한민국은 예의를 중시하는 나라다. 어린 나이의 이른 출세는 만용과 독선을 불렀고 아버지뻘의 정치인들을 조롱하고 놀리며 심지어 말장난으로 모욕을 주고 있다. 정치가 아니라 사가지(四架枝/仁義禮智) 상실의 표본을 배웠다. 가장 큰 문제는 사라진 진실이다. 누군가 감추고 있으며 누군가 조작을 하고 있다. 그리고 어렵게 밝혀지는 진실은 일절 보도를 하지 않으니 국민이 조성해야 할 여론은 생성되지 않는다. 먼저 도포된 거짓이 여론을 장악하고 어둠을 조장할 때 이에 대항하는 세력은 인터넷 매체와 유튜브 방송 몇 개에 불과하다는 현실이 믿기지 않지만 현실이다. 여기서 굳게 믿었던 집단지성은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런 대선은 일찍이 없었다.

후보자들의 공약은 네거티브에 치여 가려지고 토론마저 거부와 비협조로 인해 현저히 줄었다. 토론은 국민면접의 다른 표현이니 면접을 개인의 핑계로 거부함은 예의가 아니다. 하지만 언론은 이마저도 이슈화하지 않음은 물론 문제 삼지도 않는다. 대단한 위상이다. 가려진 진실을 바탕으로 국민의 50%가 휩쓸리는 기이한 현상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자신이 수시로 행하는 말 바꾸기를 정상적인 답변을 하는 상대에게 되씌우고 질문의 요지도 파악하지 못하는 인물이 대통령의 후보가 되면 대한민국의 장래는 암울해진다. 그의 발언 취지는 공공의 약속, 곧 공약이 된다. 노인층의 이해력은 직관적이다. 그래서 개인의 가계 빚보다 국채를 더 걱정하고 코로나로 인한 소상공인 배상을 두려워한다. 국채는 나라의 경제를 망하게 한다는 고정관념에 젖어있는 노년층의 심리를 이용하고 있는 게 누구인가. 이상한 현상으로 흐르는 대선이지만 그래도 국민의 집단지성을 믿어보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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