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볼 수 없었던 각종 화제를 남기며 대선이 마무리 되었다. 특히 출구조사를 발표했던 순간은 모든 국민이 탄식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번 선거를 최대 비호감 대선이라고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네거티브로 옷을 입히고 프레임을 짜서 모든 후보를 이상한 혹은 나쁜 이미지로 본질을 바꿔버린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범인은 모든 미디어이다. 끊임없이 생산되는 가짜 뉴스와 사실의 왜곡, 제목 장사 뉴스, 낚시 뉴스까지 총 동원 된 느낌이다. 국민의 귀와 눈은 이러한 일방적 제공의 프레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판단은 이 범위를 벗어나기 힘들다. 이 정도면 거의 여론조성의 폭력이다. 이번 대선은 이러한 현상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모든 소셜미디어와 주력 언론, 외신까지 들여다보는 것을 즐기는 입장에선 가슴이 답답했지만 지켜보는 것 외엔 끼어들 방법이 없다. 그래서 이번 대선은 집단지성이라는 진리가 전혀 통하지 않았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뛰어야 하는 당사자들이 특정 진영으로 들어가 편향적 여론을 조성하고 국민의 판단 기능을 원천적으로 봉쇄해 집단지성의 생성을 방해했다. 결국, 후보를 정확하게 봐야 하는 판단력을 가리거나 왜곡한 것이다. 미디어의 가장 큰 역할은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이다. 하지만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반작용을 선물했다면 거의 죄악이다. 만일 이번 선거에서 소규모의 개인 미디어와 유튜버를 기반으로 한 탐사 전문 기자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더욱 깜깜이 속에서 더욱 왜곡된 투표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범죄를 저질러도 기소를 하지 않으면 그만이고 사건 사고 역시 기사를 쓰지 않으면 그만이다. 너무 일방적 권한이다. 국민은 덮으면 덮는 대로 끌려가야 하는, 방향성을 상실한 축생이라는 생각이 드는 게 나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정신은 자라지 못하고 몸집만 불린 아이처럼 대한민국은 그들만의 공화국으로 전락 중이다. 그래서 이번 대선은 최악이다. 이렇게 민주주의의 위기는 다시 시작 되는가.

이제 지방선거의 계절이다. 대선과 지방선거가 겹쳐 올 상반기는 뜨겁다. 여기에 코로나 팬데믹은 진행 중이고 확진자는 정점을 향하고 있다. 숨 가쁜 임인년의 봄이다. 하지만 지역의 선거는 대선만큼 중요하다. 직접 우리와 살이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체감온도는 오히려 높다. 출마하는 인물은 회전문이지만 그래도 최선이 없으면 차선이라도 뽑아야 하는 게 선거다. 다행히 새로운 신인이 등장하지만 이미 예상되었던 인물이기에 새롭다는 느낌은 없다. 그리고 군민이 대부분 바라는 행정통은 역시 전무이고 대부분 사업가 혹은 자영업자, 개인들이다. 의회의 중심 기능이 행정의 견제라고 본다면 많이 부족하다. 그래도 선택을 해야 하는 입장에선 조금이라도 군민의 권리를 위해 앞장서는 후보가 절실하기 마련이다. 문화예술을 업으로 하는 입장에선 특히 많이 부족하다. 누구도 문화예술을 위한 기반시설이나 계획을 말하지도 않을뿐더러 공약에 넣지도 않는다. 대놓고 하는 문예인의 푸대접이다. 여기에 문화예술인들을 이용해 자신의 입지를 다지려는 이상한 움직임도 보인다. 문화예술을 쉽게 보면 안 된다. 지역의 정신이고 수준의 척도이다. 그래서 군수의 역할은 더욱 무겁다. 이번 선거에선 문화예술 관련 좋은 공약이 꼭 나오리라 믿는다. 군세가 훨씬 작은 함평에도 있는 문화 복합관도 없고 문학관, 공공미술관도 없다. 군의 모든 자료를 찾아볼 수 있는 전문 자료실은 물론 전산화 되지 않았고 생태자원도 정리가 되지 않고 있다. 이미 충분히 부끄럽지만 지금이라도 챙겨야 할 사안들이다. 또한 문예인은 후보의 공약을 꼭 살피는 진심을 보여야 할 것이다. 관심이 관심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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