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요즘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을 두고 관심이 뜨겁다. 현 집무실인 청와대에는 처음부터 발을 들이지 않겠다는 당선인의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놓고 다시 모든 상상력과 촉을 동원해 유추해 보는 생각들이 미디어를 달구고 있다. 코로나19를 위시해 김일성 생일이라는 태양절, 연속해 발사하는 북한의 ICBM, 한미연합훈련 등 안보문제가 산재해 있는 현 상황에서 이러한 일로 정치적인 소모전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신기하기만 하다. 현직 대통령만 명령권이 있는 국방부 이전 등의 관련 사항이 당선인의 일방적인 요구로 일사천리 진행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이는 일반상식이다. 하지만 당선인은 당연한 듯 요구를 했고 국가는 혼란에 휩싸였다. 이렇게 중요 사안들은 뒷전이 되었고 한창 주가를 올릴 인수위원회 역시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대장동과 소위 본부장 사건 또한 모든 미디어에서 사라졌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간에 전혀 실현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이슈로 정말 밝혀야 할 모든 사건·사고가 묻혔다는 것만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청와대에는 단 한발도 들여놓지 않으려는 당선인의 이상한 행동에 다시 소환된 것이 무속과 풍수이다. 거론하는 사람도 절반 농담으로 말을 하지만 우리 역사에서 드러나는 풍수 혹은 무속과 정치의 관계 때문에 관심에서 아주 내려 놓지는 못하는 게 사실이다. 조선 건국 당시 건국의 터를 잡아주었다는 풍수의 시조 도선국사를 비롯해 많은 왕조는 천도를 위한 중요 조건으로 풍수를 따졌다. 그리고 아직도 우리 민족 저변에는 풍수라는 단어가 깊게 침전해 있으며 신화처럼 따라다니는 경험담에서 현대의 풍수를 대비시키고 있다. 여기서 불거지는 것이 역대 대통령의 불운이다. 청와대의 터가 좋지 않다는 가설은 현실처럼 떠오르고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그럴듯한 핑계로 탈출을 시도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거대한 지휘체계 전체를 움직인다는 현실이 발목을 잡았고 실현에 옮기지 못했다.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면 될 수도 있겠지만 따르는 부작용이 너무 컸기에 합리적인 판단하에 포기했을 것이다. 물론 청와대에 입성하는 대통령 당선인의 입장을 대충 이해하지만 그래도 국가를 책임지는 대표라는 자리는 일반인과 달라도 많이 달아야 한다. 국가를 위해서 개인적 불안 정도는 가볍게 수용하는 대인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전직 대통령은 모두 청와대에서 집무를 했고 일부는 일상으로 일부는 축출로 일부는 죽음으로 청와대를 벗어났다. 터는 같지만, 인생의 후반부는 각각 달랐다.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가는 험난한 여정의 정치적 카오스를 청와대의 터에 찾으려 함은 우리 민족의 오랜 기억의 유전자에서 원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풍수는 무속과 과학을 모두 품는 흥미로운 학문이다. 굳이 학문이라 평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바람과 물이라는 자연의 흐름을 바탕으로 살피는 지상학(地相學)이기 때문이다. 바람이 정체되는 집은 건강을 해치고 지하에 물이 흐르는 집터는 순환계를 교란한다는 사실은 상당한 신빙성을 확보하며 자리 잡았다. 집은 지역의 바람과 물의 특성에 맞춰 방향을 잡아서 지어야 하고 창문 역시 이러한 이치를 벗어나면 공기의 소통이 좋지 않다는 것은 간단한 건축학이고 과학이다. 하지만 소위 음택이라는 묘를 쓰면서 고인이 들어가는 땅의 기운에 따라 남은 가족의 운명이 바뀐다는 설은 무속에 속하며 미신의 범주이다. 사람이 죽으면 모든 신호체계는 끊어지고 자연으로 돌아간다. 묘가 후세의 발복을 좌우한다는 주장은 지관이라는 직업의 유지를 위해서만 유효하다. NASAUFO를 인정한 세상을 살면서 판단의 합리성을 포기하면 무속이 되고 죽은 풍수가 된다. 참고로 한국은 현재의 청와대에서 단 70년 만에 세계 10대 경제 대국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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