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지방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출마자는 표심을 위해 시간을 쪼개 쓰며 움직이고 있다. 권리를 행사하는 국민에겐 길지만, 당선자에겐 너무도 짧은 기간이다. 하지만 공식적인 2개월의 선거기간을 제외하면 310개월의 선출직 신분은 결코 적은 것이 아니다. 그래서 현역 선출직들은 매우 바쁘다. 신년이면 작년의 활동을 홍보하고 올해의 정책을 발표하기도 한다. 활동 상황 자체가 현역에게 주어지는 차기 선거의 보이지 않는 인센티브가 된다. 특히 신년이면 지역신문 지상에 실리는 군수 혹은 의원과의 대담은 특집으로 보도가 되기도 한다. 여기서 우리는 개인의 성향을 대부분 파악하고 관심 분야를 엿보게 된다. 물론 거론 사안의 깊이에서 개인적 능력과 지식을 짐작하고 판단한다. 이렇게 지방정치 30년을 보냈지만 아쉽게도 크게 변한 것은 없다. 초기의 유지급 인물에서 사업가형으로 서서히 바뀌었고 행정 전문가는 아직 나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가장 이상적인 구성은 각 분야에서 고루 등용하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기에 안타깝다. 특히 도드라지기 시작하는 노인복지 문제와 문화예술 문제는 심각하다. 두 사안을 같은 선상에 올려놓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지역의 문제만은 아니기에 크게는 중앙 정부의 재고가 절실하다. 궁금한 것은 이번 대선의 결과이다. 노인 대부분이 노인 정책을 거의 외면한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도 이젠 노인 연령에 속하지만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까. 일부 전문가는 노인층의 정보 취약성을 말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아닌 것 같다. 어쩌면 사회적 구조에서 그들이 지금까지 살아왔던 방식을 이해함이 빠를지도 모른다. 어떻게 이들 연령층이 철저하게 수동적으로 되었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는 이유이다. 복지 혜택이 자신이 과거에 냈던 혹은 자식들이 낸 세금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나라에서 주는 혜택으로 단순 치부하는 수동적 인식이 지배하는 상식 판단이라면 적극적인 청구 의식은 있을 수 없다. 결과 공약집은 멀어지고 주면 받고 주지 않으면 받지 않으면 된다는 수동적 사고가 지배하는 것이다. 물론 다른 원인도 있겠지만 정보의 취약성에서만 원인을 찾으면 맞지 않다. 여기에 우리나라 특유의 급격한 국격의 상승과 발전이 원인이 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불과 수십 년 전의 기억에 의존하는 세대에서 현실의 복지는 심지어 부담인 것이다. 하지만 같은 경제력을 보유한 국가에 비해 우리의 노인복지가 최하위라는 엄연한 사실을 알아야 한다. 국민에게 돌려주는 복지를 나라의 창고가 빈다라는 협박으로 막고 노인층은 마음으로 동참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지금 받는 작은 혜택도 과분하기만 하다. 여기에 현실과 큰 괴리를 안고 있는 과거의 경험적 지식과 판단으로 뭉쳐진 아집은 다른 생각이 뚫고 들어갈 자리가 없다. 회갑을 맞으면 이순(耳順)이라는데 오히려 귀를 막아버린다. 살아온 조건과 방법, 지식의 방향성, 경험으로 굳어진 지식까지 완벽하게 다른 세대와의 불통은 당연한 결과다. 세상은 변했는데 정신은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갈수록 속도를 내고 있지만, 당사자들은 전혀 감지하지 못한다. 다시 말하지만, 노인의 복지는 타 먹는혜택이 아니라 당당한 청구권이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마찬가지이다. 공약집은 멋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꼼꼼하게 살펴서 읽고 내 권리를 행사할 대상을 찾는 자료집이다. 길을 뚫고 주차장을 확보하는 등의 기반사업도 중요하지만 정작 중요한 사안은 노인을 위한 복지다. 가장 부족한 부분은 아무래도 노인문화 쪽일 것이다. 문화 복합관이 절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청소년부터 노인까지 아우르는 문화 복합관이 요즘 대세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지역은 아직 계획조차도 없다. 출생보조금이 인구를 늘린다는 것은 착각이다. 살기 좋은 조건은 문화복지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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