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지난해에 영광군에서 치러진 각종 시각예술의 전시는 부문 별로 빠지지 않고 대부분 실시되었다. 군에서 운영하는 산림박물관 전시실은 파악이 되지 않지만, 우리가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백수해안도로의 하원 미술관에서 치러진 전시는 상당히 성공적이었다. 대관료를 따로 받지 않는 장점으로 인해 보름에서 한 달에 이르는 장기간 전시를 할 수 있는 특징도 있었지만, 내 지역의 작가를 우선으로 유치했다는 데에서 더욱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단체전은 6, 개인전은 9명의 작가가 참가했고 외부작가 초대전은 2, 전체 참여 작가는 100여 명에 달했다. 다녀간 고관심층 관객만 2021년 말까지 일 년 동안 7천여 명이다. 이들 관객의 대부분은 관외에서 온 사람들이다. 그리고 영광에서 처음으로 전시작품집도 발간했다. 지역의 문화예술을 알리는 데에 작은 몫은 해낸 셈이다. 아직 관광지로서의 기반시설을 전혀 갖추지 못한 해안로에서 이만큼의 성과를 올렸다면 제대로 갖춰진 공공미술관 정도의 위상이라면 결과는 훨씬 컸으리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알다시피 우리 지역엔 아직 공공미술관은커녕 작은 문학관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이웃 고창과 함평도 문화 복합관을 번듯하게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러한 시설이 전무한 것이다. 전시예술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기반시설이다. 특히 공공미술관은 전시의 이력을 인정받는 장소로서의 중요성 때문에 더욱 필요하지만, 아직 계획이 없는 듯하다. 이러한 현상은 영광 지역의 리더를 자처하는 선출직들이 문화의 중요성에 관한 인식의 부재에서 기인하는 문제일 것이다. 특히 문화인들이 활동을 해야 시설이 마련될 것 아니냐는 논리는 심각함을 넘어서 절망적이다. 자신을 선출해 준 지역민들이 어느 정도의 수준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이다. 나름 활동을 하는 관계로 다른 고장을 많이 둘러보지만, 영광처럼 문예활동이 자발적으로 왕성하게 돌아가고 있는 곳은 드물다. 행정의 협조가 많이 부족하지만, 예술 인구는 넘치는 곳이 바로 영광이다. 그래서 대부분 자신만의 잔치로 끝나기에 외부의 관심을 끌지는 못하지만 스스로 호주머니를 털어가며 만들어가는 저변의 확장은 대견하다. 여기에 이중고로 다가오는 상처는 지역 작가의 홀대이다. 물론 공자도 자기 고향에선 인정받지 못한다고 했지만, 우리 지역은 이러한 현상이 조금 심하다. 각종 아카데미 사업의 강사는 거의 외부에서 들어오고 봉사 혹은 작품의 무료 사용은 지역 내의 작가에게 부탁한다. 지역 작가도 이력이 훌륭하고 실력도 외부까지 인정을 받는 사람이 많지만 비중 있는 사업에선 예외 없이 제외된다. 영광에서 문화예술을 한다는 것이 힘든 이유이다. 문예인을 위한 행정은 동아리 지원사업이 대표적이지만 한 해에 겨우 백만 원 안팎에 불과하다. 거기에 서류는 두세 번을 고쳐서 내야 할 정도로 까다롭다. 그나마 지원 대상은 몇 개 되지 않으니 선정도 쉽지 않다. 여기에 문화를 위한 기반시설은 전혀 없고 지역 작가 홀대까지 겹쳐 이른바 영광 문화 암흑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최근 높은 출산율로 영광군이 상을 받은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인구는 오히려 줄고 있다. 출산보조금으로 인구를 늘릴 수는 없는 것이다. 답은 문화예술이다. 이웃 고창은 문예로 인구의 유출을 막은 좋은 사례를 보여주었다. 그래서 고창 어르신들은 팔각정에서 소리를 하고 놀고, 영광 어르신들은 노인당에서 화투를 치며 논다.”라는 말이 있다. 문화는 지역을 죽이거나 혹은 살리는 혼이다. 선출직 후보자에게 간절히 바란다. 가장 우선으로 청소년부터 노인층까지 아우르는 문화 복합관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영광군의 문예인 숫자가 엄청나게 늘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고 이들을 위한 공간이 전혀 없다는 아픈 현실도 알아야 한다. 문예 동호인들이 모이면 터져 나오는 불만의 내용이 무엇인지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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