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요즘 정치판이 이상하다. 얼마 전에 치러진 대통령 선거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마디로 정책은 실종되고 온갖 흑색선전과 음모론, 흠집 내기만 가득했다. 문제는 이러한 서로의 주장들이 결론 없이 시나브로 사라진다는 것이다. 한국 정치를 상당한 기간 겪었지만 이렇게 혼탁한 선거를 본 적이 없었다. 국민은 정책을 보지 않았고 전국을 덮어버린 공격적 이슈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책 공약은 뒷전으로 밀렸고 후보자의 앞에는 찬란한 네거티브만 있었다. 과연 대선 후보자가 작성한 공약집을 자세히 읽어보고 투표를 한 국민이 몇이나 될까.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선거판의 현실이다. 그런데 좋지 않은 이러한 현상이 한 달 남짓 남은 지방선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와 서울을 비롯한 각 지역의 공천과 경선에서 불거지는 음모와 마타도어는 상식선을 넘어서고 있다. 우리 지역은 다른가. 아닌 것 같다. 연일 날아드는 선거홍보용 문자는 당연하지만, 서로를 공격하는 음모와 이를 해명하는 문자 또한 만만치 않게 날아들고 있다. 영광은 단일 촌이라 할 정도로 좁은 지역이다. 특히 학연과 혈연으로 이어지는 돈독한 우애는 한 다리만 건너면 연결이 된다. 그래서 소문도 빠르다. 하루만 지나면 웬만한 사건·사고는 전역으로 퍼진다. 다시 말해 선출직 후보로 나서는 정도의 인물이면 발가벗고 군민 앞에 서 있는 형국이라는 말이다. 아무리 음모를 하고 네거티브를 날려도 거의 이미 알고 있거나 짐작하고 있는 일들이다. 다시 말해 무성한 소문에 알맹이는 없다는 것이다. ‘하더라식의 네거티브가 상대에게 과연 얼마나 타격을 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역풍을 맞을 염려도 적지 않다. 확실한 비리 혹은 부도덕이 아니라면 정책으로 지지를 호소해야 옳겠지만 도대체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게 아니라 주의를 끌지 못한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이제 상대를 음해와 마타도어로 무너뜨리던 시절은 지났다. 특히 영광처럼 좁은 지역에서 악의적으로 퍼뜨리는 음모는 오히려 역풍으로 돌아오고 자신의 인격을 결정 짓게 된다. 남은 삶을 어울려 지내야 하는 고향에서 잠깐의 권세를 위해 포기하는 인성은 결국 후회만 남기게 될 것이다. 일생에서 마음을 줄 만한 친구 한 명만 사귀어도 잘 산 것이고, 원수 한 사람을 만들면 가족이 편하지 못하다고 했다. 4년 계약 선출직 한번을 위해 수많은 원수를 양산해 내는 것이 요즘의 선거판이다. 과연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게 될 것인지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특히 좁은 지역에서 얼굴을 보고 살아야 할 상대다. 그리고 선거운동원 역시 마찬가지다. 선거가 끝나면 패가 갈려 이상한 이념의 원수가 된다. 심지어 이장 선거에서 동네가 둘로 갈라지는 현상도 보았다. 아무리 좋게 봐도 이건 민주주의의 바른 모양새가 아니다. 친분과 혈연 그리고 지연, 학연으로 연결되는 지지는 올바른 선출이 아니다. 시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혹은 그러한 일을 해내기 위해서 역량은 충분한 것인지를 벗어난 지지는 투표권 행사의 기본을 벗어난 것이다. 여기에 자신의 이권을 살며시 끼워 넣으면 경제적 사익을 챙기기 위한 조력자를 뽑는 이상한 민주주의가 실행되고 만다. 우리 국민은 불량한 정치인들을 통해 충분히 학습했고 시행착오 역시 무수히 겪었다. 오늘도 중앙의 정치는 혼돈의 중심이다. 하지만 작은 우리 고향 영광에서는 이러한 일이 없었으면 한다. 알맹이 없는 네거티브는 서로의 인격에 큰 타격을 입힌다. 남은 인생을 살아야 하는 고향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공격은 삼가야 하는 이유다. 모처럼 치열하게 치러지는 군수 선거가 즐겁지만 않은 게 군민의 분열 때문이다. 정치에 선의의 경쟁은 없다지만 정당한 경쟁은 있다. 음해의 능력이 아닌 정책의 능력으로 지지를 받아야 옳을 것이다. 대통령 선거처럼 팔색조 네거티브에 빠지지 말고 영광을 위한 진심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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