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산다는 자체가 배움의 연속이다. 길을 가다 세 사람을 만나면 그중에 반드시 스승이 있고 세 살 아이에게도 때로는 배울 것이 있다는 말도 있다. 배움은 끝이 없고 때와 장소,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 그만큼 지식은 지혜의 바탕이 되고 지혜는 삶의 양식이 된다. 사물을 이해하고 세상을 분석하는 능력이 없으면 사회를 이해하는 정도 역시 딱 그만큼 떨어지기 마련이다. 흔히 쓰는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문제는 부족한 능력으로 나서기 좋아하는 사람이다. 아는 것이 없어도 아는 척하고 잘나 보이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주위에 좋지 않은 느낌을 선물할 각오가 필요한 행위이기에 약간의 체면은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요즘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집단의 행동이 필부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실제는 더욱 심각할 것이다. 주위의 느낌이나 눈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생각과 행동이 거침없다는 사실에 많이 당혹스럽지만, 항상 벌어지는 일이니 그나마 익숙해짐에 감정을 추스른다.

사람의 기본을 성리학에선 사단칠정(四端七情)으로 정리를 했다. 사단은 인간의 본성인 선천적이며 도덕적 능력을 말하고, 칠정은 본성이 사물을 접하며 발현되는 자연적 감정을 말한다. 여기서 현대인이 극단적인 결핍 현상을 보이는 것이 수오지심(羞惡之心)이다. 사전적 풀이는 자신의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타인의 옳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이다. 인과 의에서 출발하는 수오지심은 남을 불쌍히 여기는 측은과 양보하는 사양’, 잘잘못의 분별력인 시비를 모두 아우르는 기본이기에 그만큼 중요하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집단에겐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그런데 요즘 인사청문회장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비리 오디션 현장이다. 후보들은 각자 비리의 개인기를 선보이며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비결을 전수하고 있다. 장관 후보까지 도달하는 데에 꼭 갖춰야 할 덕목으로 표본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들이 한결같이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그렇게 살아야 도달하는 위치인지도 모른다. 시험 잘 치르고 비리의 개인기만 잘 습득하면 이른바 성공의 지름길로 들어서는 사회의 단면이다. 중요한 자리를 위해서 갖춰야 할 필수 요건이 인성(人性)’이던 조선의 교육은 시대에 맞지 않는 죽은 가르침이 되었고 구식 학문으로 자리매김되었다. 그래서 요즘은 공부의 테두리가 시험이라는 단어에 갇혀 인성을 잃었고, 지혜의 백 가지 중 한 가지에 불과한 일방적 질문에 답하는 공식적 지식의 테스트로 사회적 위치가 결정된다. 그나마 이는 선출직에 비하면 객관적 평가라도 있다.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부류가 주관적으로 내미는 출사표의 범위에서 선택해야 하는 고민은 각자의 몫이다. 이렇게 선출되는 사람의 능력은 어차피 복불복이고, 좁은 지역에선 회전문 출마까지 감당해야 한다. 대부분 지식으로 지혜를 갖춘 인물이 아닌 사업가가 등장하는 회전문이니 당선의 목적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생활에서 인생 지식을 습득한다. 이는 생활철학이 되고 삶의 방식을 포함한 자신만의 지식으로 굳어지기 마련이다. 그 범위를 벗어나는 대화는 고착화 된 자신의 협소한 지식에서 결론을 찾는다. 모든 이해는 그 범위 안에서 이루어진다. 문제는 이렇게 만들어지는 결론이 확신으로 굳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과의 대화는 대부분 길을 잃으며 중요 사안을 인지하지 못한다. 이는 십 년이 넘게 겪어온 개인적 경험이고 변하지 않는 현실이다. 농담도 수준이 맞아야 웃는다고 했다. 초점이 맞지 않는 대화는 빈 쌀독을 긁어대는 것만큼이나 공허하다. 모든 사안을 아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대화가 필요하고 조언이 중요하다. 모르면 배우고 조언을 얻으면 된다. 이를 무시하는 당선자의 출마 목적이 더욱 궁금한 이유이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