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흔히 세월은 나이 숫자와 속도를 같이 한다고 한다. 제법 긴 세월을 살았지만 문득 되돌아보는 과거는 순간이다. 다가오는 시간은 길고 지나간 세월은 짧다. 영광신문에 졸필을 기고하다 잠시 쉬었고, 다시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지만 20151110일에 1회가 나갔으니 벌써 66개월 전이다. 그동안 크고 작은 혹은 소소하거나 충격적 이슈 등을 겪으며 글로 남겼지만 시간이라는 높은 감성의 언덕을 넘어서진 못했던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 고향 양산으로 내려갔고 윤석열 당선인은 현직 대통령으로 취임을 했다. 대통령이 바뀌었으니 역사적인 날이다. 역사는 역동의 연속이라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최근 10여 년의 기록은 격동적이었다. 천안함과 세월호, 비선실세의 충격, 최초의 대통령 탄핵과 촛불, 북한과의 평화 영수회담, 공식적 의미의 선진국 진입, 코로나19 팬데믹과 극복을 위한 전 국민의 단결과 희생 등 숨돌릴 여유조차 사치였던 시기였다. 그리고 충격적인 선거 결과로 5년 만에 정권이 바뀌었다. 새 대통령 취임식을 지켜보는 국민의 관심은 오히려 보름 뒤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더욱 쏠려 있으니 가정의 달 연휴는 이미 여유가 아니다. 특히 민주당의 텃밭으로 통하는 우리 지역에서의 공천은 당선을 좌우하기에 이번 공천 결정은 그만큼 중요했다. 기존 의원 중에 두명이 탈락하고 두명이 새로 공천이 되었다. 특히 현 의장이 탈락했다는 사실이 조금은 생경하지만 일반인의 입장에선 추측이 힘들다.

매주 글을 쓰면서 주제를 정하고 글머리를 찾는 작업은 당일의 국내와 외신의 미디어를 뒤지는 것에서 출발한다. 짧은 글이지만 모든 기록의 신뢰는 사실이라는 단어를 바탕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편향된 생각과 지식은 그야말로 금기이니 당연한 일이다. 어쩌면 글을 쓰는 사람의 기본 양심일 것이다. 만일 정치인처럼 앉는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소신과 철학을 갖고 있다면 아무리 작은 공간의 글도 쓰지 말아야 할 것이다. 특히 한 다리만 건너면 연이 닿는 좁은 지역에서 공개된 공간에 글을 게재한다는 일은 많은 제약을 받기 마련이다. 어쩌면 가장 힘들고 어려운 문제다. 아무리 사실에 근거해서 글을 써도 지적의 대상은 바로 적의를 드러내기 마련이다. 지적 사항이 비록 비도덕적이고 불법이어도 지적을 공개적으로 당한다는 사실이 아프다. 그래서 자신이 왜 지적을 당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킨 행위가 순식간에 나쁜 놈으로 낙인이 되고 평생 원수가 된다. 그래서 지역에서 지적 글을 쓴다는 작업은 무엇보다 힘들고 모든 사안을 최대한 유화시키는 방법밖에는 없다. 결국 글은 종합적인 시사로 흐르기 마련이고 흥미롭지 않은 결과를 낳는다. 그래도 때로는 특정 성씨의 문중에서 혹은 단체 등에서 전화로 항의를 받고 미안하다.’는 영혼 없는 사과를 하기도 한다. 지역의 특성으로 생성되는 적대관계가 가장 심하게 나타나는 분야는 선거운동의 갈등이고 선거가 끝나도 풀리지 않는 매듭이 되어 남는다. 원인은 적개심을 품은 공격인 것 같다. 확실하지 않은 마타도어와 네거티브 공격은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기 마련이고 선거가 끝나고도 그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 좁은 지역에서의 이런 관계는 수습이 대체로 어렵다. 때로는 자녀까지 대물림이 되기도 한다. 선거가 낳는 심각한 부작용이다. 10년 넘게 신문에 글을 쓰면서의 느낌은 작지만 그래도 지역의 역사라는 사명감이다. 때로는 공의를 위해서 쓰는 글이 개인의 감정을 건드리고, 행정 당국의 불쾌감을 유발시키기도 하겠지만 크게는 순간일 뿐이다. 기록은 그렇게 남는 것이다. 충고와 조언을 가장 싫어하는 단체가 행정당국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그래도 계속 되어야 하는 이유다. 10년을 글로 돌아보는 마음이 결코 나쁘지만은 않은 게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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