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오늘과 내일은 6.1지방선거 사전투표일이다. 중앙에서 치러지는 선거만큼이나 지역민에겐 중요한 날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에게 주어지는 처음이자 마지막 권력이 한 개의 붓두껍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여기서 선택된 국민 대리인 당선자는 4년 계약직이라는 특수 신분으로 지역의 살림을 이끌어 가는 중요한 직책을 맡게 된다. 한 표의 행사에서 비롯되는 대리의 권력은 당선과 동시에 국민의 손에서 벗어나 당선인에게 옮겨지며 오히려 영향력은 반전이 된다. 잘잘못의 평가는 4년 후에 다시 자신에게 주어진 한 표로 평가하는 수밖에 없다. 국가 혹은 지역의 살림을 맡길 중요한 자리를 우리는 단 한 장의 투표권 행사로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다. 현재 영광의 가장 중요한 군수 선거는 3선에 도전하는 김준성 군수와 오랜만에 재도전하는 강종만 전 군수의 싸움으로 압축이 되었다. 그동안 맥빠진 선거를 치러왔던 지역의 아픔을 털어내고 예측이 힘든 지지율 속에서 서로 우세를 주장하며 마지막 선거운동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문제는 너무 나가는 과열 현상이지만 그나마 그동안 싱거웠던 군수 게임을 지켜봐 왔던 군민의 입장에선 흥미로운 정치 이벤트로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61일이 지나면 결과가 나올 것이고 당락으로 갈리는 두 사람의 위치도 정해질 것이다. 각각의 캠프에서 최선을 다했던 지지자 역시 진영이 나뉘겠지만 우리는 같은 영광인임을 잊어선 안 된다. 한국형 민주주의의 가장 큰 맹점이 진영 싸움에 의한 분열임을 고려할 때 걱정이 되는 이유이다. 민주주의란 정책으로 싸우고 결과로 대결하며 선거 이후에는 협치를 하는 것이다. 이론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협치이다. 우리 정치가 아직 중진국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 문제는 후진국 수준이다. 미국 대통령 방문 시 워싱턴 포스트지 기자의 질문에서 부끄러움을 느낀 게 나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번 내각에 여성이 현저히 적다는 질문에 공직에서 바로 밑에까지 올라온 여성이 없었다는 대통령의 답변은 한국 여성 전체를 무시하는 발언이었고 자리 나눠 먹기는 안 돼, 실력으로 할 것이라는 평소의 소신 발언은 실력 없는 여성을 임명할 수 없다는 진심으로 남았다. 하지만 이를 적극 항의하는 여성 단체는 거의 없었다. 외국 언론의 기사에 올랐을 뿐이다. 한국의 여성과 단체는 왜 갑자기 선택적이 되었을까. 궁금하다. 현재 장관 19명 중 여성은 3명에 불과하고 차관급 임명자 41명 중 여성은 2명으로 단 2.5%에 불과하다. 하지만 현 정부는 여성 평등을 강력하게 주장하며 편향적인 임명에 거리낌이 없다. 몇십 년 지기를 선택 임명하는 아웃 라인 내에 여성이 들어갈 여지는 없었음이 사실이지만 시종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변명은 있되 사과는 절대 없다는 신조에서 비롯된 행동이다. 미국 국가가 연주되는데 미국 국기에 경례하고도 상대국에 대한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였다는 실소를 금할 수 없는 변명으로 다시 일관했다. 실수가 무지한 소신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진실한 사과는 미덕이지만 변명은 소인배의 치졸한 자기기만이다.

우리 정치가 선진국으로 들어갈 수 없는 이유 중에 가장 큰 게 바로 여성 문제라는 사실을 정치인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특히 나이 지긋한 원로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젊었던 수십 년 전의 사회를 살고 있다. 이들이 임명하는 기업의 이사와 임원의 여성 비율이 불과 3.1%에 불과하다는 현실에서 성 비율은 다시 불거진다. 하지만 임명권자인 어르신들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수치는 여성 인권의 사각지대라는 이슬람 국가보다도 낮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여성 임원 비율이 갈수록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선진국은 그냥 경제 분야일 뿐이고 성 인지도는 아직 후진국이다. 정치 변화의 원동력은 오직 내 한 표에서 출발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꼭 투표를 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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