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 수필가

지방선거의 짧은 단원이 막을 내렸다. 당선인은 기쁨과 만족을 즐기겠지만 낙선인은 큰 실망을 맛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둘 사이에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된다. 물론 당분간 힘들겠지만 어차피 경쟁이란 결과에서 멈추고 재출발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승복이라는 내려놓음도 필요할 것이다.

먼저 당선인에게 바라는 마음은 군민 모두가 대동소이 할 거로 생각한다. 선택한 각자의 표가 권력이 아닌 군민대행의 권한을 부여한 것이기에 선출직은 봉사의 범위를 벗어나면 바로 월권이 된다. 권력을 잡았다는 착각은 자신을 망치고 주위를 어지럽힌다. 역사에서 증명하는 권력형 몰락은 너무도 많다. 이러한 현상은 현대사회에서도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국민의 권한을 대행하는 이른바 심부름꾼의 사명을 망각하는 순간 가장 소중하게 다가올 은퇴 후의 노년은 불행의 늪으로 빠져든다. 어른 대우가 사라지는 것이다. 권력의 착각은 욕심으로 드러나고 인격을 무너뜨린다. 4년이라는 단기 계약직의 권세를 누리기 위해 후반부 인생 전체를 걸어야 하는 어리석음을 우리는 너무도 많이 보고 있다. 봉사를 위한 자리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되는 이유이다. 정치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문장이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이지만 아직 국민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하는 정치인을 만나지 못했다. 국민은 대부분 이들의 이용 대상이 되고 욕망을 위한 상대가 되었을 뿐이다. 심하게 말하면 사이비 교주는 신도를, 정치인은 국민을 뜯는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아직 한국은 정치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희생과 봉사로 나라 곳간만 부자가 되었다.

지방자치제의 출발이 벌써 30년을 넘었다. 한 세대가 지나간 것이다. 이쯤에서 가슴에 손을 얹고 돌아보자. 과연 30년 전과 무엇이 달라졌을까. 세대만 바뀌었을 뿐 지방정치는 테두리 안에서 맴돌고 있다. 불변의 원인을 몰라서가 아니라는 데에 더욱 문제가 있다. 아마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1세대 정치인은 지역 사회에서의 활동을 기반으로 한 인물 중심으로 결정이 되었다. 쉬운 말로 각 읍면의 유지들이었다. 이제 30년이라는 한 세대가 흐르고 새롭게 자리를 잡는 지방 정치인은 사업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과연 이들이 사업을 위해서 출마를 했는지, 대 군민 봉사를 위해서 출마를 했는지 모호하기만 하다. 정치판에서 자주 쓰이는 말 중에 초심이라는 단어도 있다. 처음 시작하는 마음을 가져가겠다는 의미지만 그 초심이 무엇인지 우리는 모른다. 아름다운 봉사와 희생의 초심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영광군의 선거는 치열한 경쟁에서 의미를 찾고 싶다. 그동안 경쟁 없는 군수 선거는 대외적으로는 부끄러움을, 내면으로는 인물 부재의 안타까움을 주었다. 그래서 치열했던 이번 영광 지역의 군수를 비롯한 군의원 선거가 군민에겐 코로나19의 종식과 함께하는 특별한 이벤트로 다가온 셈이다. 민주주의의 발전은 정치판의 활기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결과는 당선된 후의 활동에서 재창출된다. 선출직은 임기의 모습으로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군의원 역시 완장만 필요하고 행정의 견제라는 의무를 버리면 직무유기이다. 그리고 행정의 견제라는 고유 권한을 위해선 공부가 필요하다. 무지로 인한 직무유기는 선출직의 죄악이다. 봉사를 버리고 완장이라는 욕망을 향한 단편적 행동은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커다란 배신이다. 요즘 대통령 집무실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행태가 그렇다. 대통령 을 위한 개인의 욕심이 빚어낸 모습이다. 지역의 선출직 역시 우리에겐 대통령만큼 중요하다.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하고 봉사직이라는 신분을 유지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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