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지방선거가 마무리 된 시점에서 오늘은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을 몇가지 적어보려 한다. 이번지방선거는 얼마전에 치러진 대통령 선거의 흐름을 많이 벗어나지 않은 현 여당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투표를 앞두고 모든 미디어와 평론가, 정치컨설턴트는 모두 대선의 기세를 몰아 여당이 승리할 거라는 예상을 했고 결과 역시 그대로 드러났다. 시작 전부터 민주당은 위기의식을 느꼈고 진보층은 같이 긴장했다. 모든 여론조사는 여당의 승리를 점쳤고 민주당은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이재명의 조기 등판으로 방향을 잡았다. 영원한 비주류인 이재명 사용법이 등장한 것이다. 그를 인천 계양을구의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자로 내세움과 동시에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으로 내세웠다. 선거는 예상대로 완패했고 책임론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이만하면 잘 짜여진 시나리오다. 영화로 치면 천만 관객은 가볍게 넘길만한 창작성과 탄탄한 복선을 갖췄다. 민주당으로선 이재명의 등판이 신의 한수였던 셈이다. 선거가 끝나기도 전에 조금씩 거론 되기 시작한 이재명 책임론은 이제 본격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재명은 소환되면서 이미 책임의 당사자가 되어 있었다는 말이다. 완패가 분명한 선거에서 경기도지사와 계양을구를 건질 가능성을 줄 수 있고 여기에 패배의 책임까지 떠맡길 수 있는 인물이니 민주당으로선 더 이상의 패는 없었을 것이다. 복기를 해보면 이러한 답은 더욱 명료해진다. 처음 이재명의 등장은 많은 망설임 속에서 이루어지며, “부름을 받고 나왔다.”는 그의 발언에서 상황은 얼추 짐작이 간다. 특히 총괄선대위원장은 본인이 하겠다고 나섰을 이유가 없음은 물론 그럴 성격도 아니다. 그의 등판 초기는 좋았다. 다시 대선 당시의 열기를 어느정도 회복했고 분위기는 상당한 상승을 가져왔다. 하지만 다시 무너지는 계기는 내부 불화와 총질이었다. 아직 정치판 입성의 잉크도 마르지 않은 신인 정치인의 사태파악 못하는 내부 공격은 지지자들의 멘붕을 가져왔다. 조금 정확하게 말하면 분노였다. 결국 일반 지지자의 투표 이탈을 가져왔고 전국 최고의 투표율을 자랑하던 호남권은 전국 최저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광주 전남은 정치 현실의 바로미터로 통하는 곳이고 가장 민감한 센서를 장착하고 있는 곳이다. 항상 최고의 투표율을 자랑하던 호남이 가장 낮은 투표율이라는 행동으로 민주당을 징벌했다. 여기에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에게 가장 높은 지지를 보냈던 호남권이 이재명 책임론이라는 후조치를 받아들일까. 불과 얼마전 안철수와 국민의당으로 민심이 몰렸던 경험을 벌써 망각하고 있다. 과연 이재명 의원이 등판하지 않았으면 경기도지사와 인천 계양을구 보궐선거를 이길 수 있었을까. 절대 이기지 못했을 거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가장 중요한 경기도지사 선거를 신승으로나마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이재명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당권이라는 눈앞의 화두 앞에서 그는 패배의 책임을 져야하는 죄인으로 몰리고 있다. 본인은 등판하면서 이러한 상황을 이미 예견 했을 것이다. 영리한 사람이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당의 등판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더욱 큰 정치적 리스크가 주어진다는 것은 당장 주어진 현실이다. 권모술수의 기술이 들어간 것이다. 역사적으로 가장 무서운 것은 외부의 모함이 아니라 내부의 권모(權謀)였다. 그리고 더욱 무서운 것은 토사구팽이었다. 한나라 유방은 제국의 통일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맹장과 책사들을 대부분 죽였다. 자리를 위협하는 자와 공존이 불가하다는 소위 황제의 우려병이다. 문제는 자리 싸움이다. 민주당의 내부에선 이미 당권이라는 명제를 두고 치열한 수싸움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당 대표는 2년 후에 치러지는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으니 비주류인 이재명을 주류로 만들어 줄 수는 없다. 그래서 지방선거를 기회로 이재명 죽이기의 시나리오는 일찌감치 짜여졌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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